"친환경인가 생태계 교란인가" 두 얼굴 가진 왕우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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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복지
"친환경인가 생태계 교란인가" 두 얼굴 가진 왕우렁이
겨울 온난화에 제초 역할 넘어 어린 모에 영향 ||하천으로 유입… 토종우렁이 생태계에 악영향||전남도 벼 잡초제거용 왕우렁이 관리대책 강화
  • 입력 : 2020. 08.31(월) 15:02
  • 도선인 기자
화순군은 지난달 5일 춘양면 우봉리 친환경단지 일대에서 왕우렁이 수거 시연회를 열었다. 뉴시스
제초제를 쓰지 않는 친환경 농법으로 활용된 왕우렁이가 매년 겨울철 기온이 올라감에 따라 벼농사에 피해를 주고 있다. 겨울에 개체 수가 줄어야 할 왕우렁이가 따뜻해진 기온에 죽지 않고 이듬해 봄 어린 모까지 갉아 먹으면서 피해가 계속되고 있다.

또한 월동한 왕우렁이가 하천으로 유입되면서 토종우렁이 생태계를 교란시킨다는 지적이다. 환경부는 지난해 '생태계교란 생물 지정고시 개정안'을 통해 왕우렁이를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하려 했지만, 왕우렁이를 주된 제초방법으로 사용하고 있는 친환경 농가들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친환경 농가에서 제초제 역할로 사용되고 있는 '왕우렁이'는 남아메리카 원산으로 1980년대에 식용으로 수입됐으며 1990년대부터 친환경 농법 수단으로 도입됐다. 겨울이 되면 죽어야 할 왕우렁이들이 월동 이후 하천으로 유실되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올겨울 유난히 포근한 날씨가 지속되면서 왕우렁이 농가 피해가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남도에 따르면 올해 피해 규모는 전남에서 660㏊에 이른다.

전남도는 벼 잡초제거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왕우렁이에 대한 관리대책 강화에 나서면서 지난 8월 한 달 동안 15회에 거쳐 13개 시·군(여수, 순천, 담양, 곡성, 고흥, 화순, 강진, 해남, 장흥, 영암, 영광, 완도, 신안)별로 왕우렁이 수거에 들어갔다.

이와 함께 월동 개체 수를 근본적으로 줄이기 위해 친환경농가를 제외한 일반농가에 대해서도 감축에 들어간다. 올해 3만1000㏊에 공급했으나 내년 1만8000㏊로 42%를 감축하고 앞으로 해마다 지속적으로 줄여갈 계획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친환경 농가에서만 왕우렁이를 사용할 경우,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올 여름 집중호우가 계속되면서 하천으로 유실돼 생태계 교란이 우려되는 상황이다"며 "전남도에서는 친환경 농법을 실철하는 농가에서 한정해서 왕우렁이를 제공하고 일반농가 대상으로 제공량을 줄어 나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어 "급격하게 기후가 변하면서 왕우렁이 관리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며 "근본적인 대책으로 왕우렁이 제공량을 줄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왕우렁이 사용 일반농가는 농수로 등 주변으로 유출된 왕우렁이와 알을 발견 즉시 수거해야 한다. 수거를 이행하지 않으면 올해부터 보조금 회수 및 지원 배제 등 불이익을 받게 된다. 벼를 수확한 후에도 왕우렁이가 월동하지 못하도록 논 말리기와 녹비작물 재배, 논 깊이갈이 등도 실시해야 한다.

농가 의무사항도 겨울철 논 깊이갈이와 도피차단망 설치 등이 추가된다. 이와 함께 월동피해 최소화를 위한 포트이앙기와 제초기 공급, 양식업 무허가업체 사업 참여 제한, 대체 농법 및 자재개발 등도 추진할 방침이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