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이 지나 다시 보게 된 영화 후반부, 주인공이 해저터널을 폭파시켜 수면 위로 떠오르는 장면에서 깜짝 놀랐다. 주인공의 뒤로,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두 개의 거대한 빌딩이 엄청난 위세를 뽐내며 우뚝 서 있었다. 당시 세계 최고층이었던 110층짜리 뉴욕 세계무역센터 건물이었다. 똑같은 모양의 건물 두 개가 나란히 서 있어 '쌍둥이 빌딩'으로 불렸다.
'미국의 상징'이었던 쌍둥이 빌딩은 불행하게도 2001년 9·11테러로 완전히 파괴됐다. 수천명의 민간인도 희생됐다. 이슬람 무장세력 '알 카에다' 조직원들이 납치한 항공기 2대가 잇따라 쌍둥이 빌딩에 충돌하는 모습은 아직도 생생하다. '데이라잇'을 만든 영화 관계자들은 5년 후 쌍둥이 빌딩이 최악의 테러로 흔적도 없이 사라질 걸 상상이나 했을까.
오로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불특정 다수의 인명을 해치는 테러는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할 반인륜적 범죄행위다.
뉴욕을 연고지로 둔 두 메이저리그 구단인 양키스와 메츠가 내년 9월11일, 9·11 테러 20주년을 기념해 경기를 갖는다는 소식이다. 점점 잊혀져가고 있는 9·11 테러를 기억하고 희생자를 추모하는 꽤 괜찮은 이벤트라는 생각이다.
영화 전문가는 아니지만, 내년 9·11 20주년을 맞아 영화 '데이라잇'에서 살아남은 주인공이 겪게 된 9·11 참사와 그 후 계속된 트라우마, 유족들의 치유되지 않는 고통을 조명하는 '데이라잇' 속편을 만드는 것은 어떨까. 전편 영화에 등장했던 '쌍둥이 빌딩'이 사라진 속편 그 자체만으로도 테러 근절을 위한 의미 있는 일이 될 것 같아서 하는 얘기다.
박성원 정치부장
박성원 기자 swpark@jnilbo.com sungwon.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