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쌍둥이 빌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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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사라진 '쌍둥이 빌딩'
  • 입력 : 2020. 08.10(월) 17:53
  • 박성원 기자 swpark@jnilbo.com
최근 한 영화 채널에서 반가운 영화를 보게 됐다. 액션배우로 유명한 실베스터 스탤론 주연의 '데이라잇'이다. 1996년 극장 개봉 때 참 재밌게 본 재난영화다. 영화 줄거리는 이렇다. 뉴저지와 뉴욕을 연결하는 초대형 해저터널 '데이라잇'에서 차량 폭발사고가 발생해 수많은 사람이 갇히게 된다. 이때 구조대장인 킷(실베스터 스탤론 분)이 자원해서 터널로 들어가 수많은 난관을 뚫고 생존자 구조에 성공한다는 얘기다. 터널에 고립된 사람들의 생존을 위한 사투, 언제 바닷물이 들이 닥칠지 모르는 해저터널의 위험성을 강조한 연출 등이 어우러져 영화를 보는 내내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24년이 지나 다시 보게 된 영화 후반부, 주인공이 해저터널을 폭파시켜 수면 위로 떠오르는 장면에서 깜짝 놀랐다. 주인공의 뒤로,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두 개의 거대한 빌딩이 엄청난 위세를 뽐내며 우뚝 서 있었다. 당시 세계 최고층이었던 110층짜리 뉴욕 세계무역센터 건물이었다. 똑같은 모양의 건물 두 개가 나란히 서 있어 '쌍둥이 빌딩'으로 불렸다.

'미국의 상징'이었던 쌍둥이 빌딩은 불행하게도 2001년 9·11테러로 완전히 파괴됐다. 수천명의 민간인도 희생됐다. 이슬람 무장세력 '알 카에다' 조직원들이 납치한 항공기 2대가 잇따라 쌍둥이 빌딩에 충돌하는 모습은 아직도 생생하다. '데이라잇'을 만든 영화 관계자들은 5년 후 쌍둥이 빌딩이 최악의 테러로 흔적도 없이 사라질 걸 상상이나 했을까.

오로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불특정 다수의 인명을 해치는 테러는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할 반인륜적 범죄행위다.

뉴욕을 연고지로 둔 두 메이저리그 구단인 양키스와 메츠가 내년 9월11일, 9·11 테러 20주년을 기념해 경기를 갖는다는 소식이다. 점점 잊혀져가고 있는 9·11 테러를 기억하고 희생자를 추모하는 꽤 괜찮은 이벤트라는 생각이다.

영화 전문가는 아니지만, 내년 9·11 20주년을 맞아 영화 '데이라잇'에서 살아남은 주인공이 겪게 된 9·11 참사와 그 후 계속된 트라우마, 유족들의 치유되지 않는 고통을 조명하는 '데이라잇' 속편을 만드는 것은 어떨까. 전편 영화에 등장했던 '쌍둥이 빌딩'이 사라진 속편 그 자체만으로도 테러 근절을 위한 의미 있는 일이 될 것 같아서 하는 얘기다.

박성원 정치부장

박성원 기자 swpark@jnilbo.com sungwon.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