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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물난리 처음" 역대급 홍수에 구례군민들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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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물난리 처음" 역대급 홍수에 구례군민들 한숨

도로 통행 제한에 끊어진 산길… 길은 온통 흙바닥
물건 건조대로 변신한 인도… 산골은 여전히 물바다
구례여중 등 대피소 북새통 "재차 비소식에 시름만"

게재 2020-08-09 16:41:28
9일 오전 전남 구례군 구례여자중학교 강당에 마련된 대피소에서 이재민들이 식사를 하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9일 오전 전남 구례군 구례여자중학교 강당에 마련된 대피소에서 이재민들이 식사를 하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광주·전남에 짧은 기간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수많은 침수 피해와 이재민이 발생해 곳곳에서 신음하고 있다. 이틀여 간 350㎜가 넘는 강수량에 지역 전체가 초토화된 구례 역시 군민 모두 힘을 합해 피해 복구에 전력을 다하고 있지만 가는 곳마다 쉬이 낫지 않을 생채기가 즐비했다.

9일 오전 찾은 구례군은 가는 길부터 험난했다. 호남고속도로에 이어 구례로 들어가는 큰길은 폭우로 인해 통행이 제한됐다. 도로 입구에는 내비게이션을 따라 구례로 가려던 차량 여러 대가 차단 띠에 막혀 오도 가도 못한 채 쩔쩔매고 있었다.

우회로로 택한 산길 역시 고난의 연속이었다. 도로 곳곳에 넘치는 물과 흘러내린 토사로 당장 사고가 나도 이상하지 않았다. 험한 길을 억지로 뚫었지만 결국 길 중간에서 만난 것은 한쪽이 완전히 무너져 옆구리에 낭떠러지를 훤히 보이는 도로였다. 도로 붕괴와 통행 제한을 알리는 표시가 산길 입구에 존재하지 않아 애써 온 길을 되돌아가는 차도 간간이 보였다.

곡성 지역도 비 피해로부터 자유롭지는 않았다. 도중에 거친 곡성 오곡면에 있는 오지1교 역시 거센 비와 높아진 하천 수위로 곳곳이 무너져 붕괴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지자체는 화물차와 굴착기를 동원해 파인 흙을 메우는 등 복구 작업에 한창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들어선 구례 읍내는 온통 흙빛이었다. 구례를 수중도시로 만든 빗물은 한나절 만에 빠졌지만, 폭우에 쓸려온 흙이 온 도시를 덮어버렸다. 소방차와 119구급대가 사이렌을 울리며 여기저기 바쁘게 출동했고, 경찰 병력을 실은 대형 버스 여러 대도 읍내로 향했다.

한 소방대원은 "밤새 내린 폭우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군민들이 많다"면서 "구조 요청 위주로 도움을 주기 위해 잠시도 쉴 새가 없다"고 했다.

가게 점주들은 비에 젖은 가재도구를 말리기 위해 문밖 인도에 물건들을 내놓느라 분주했다. 아침 일찍 정리를 마친 곳도 많았지만, 여전히 가게 안을 채우고 있는 물기를 제거하느라 울상인 이들도 많았다. 아예 문을 닫아걸고 장사를 접은 곳도 상당했다.

한 편의점 관계자는 "우리 가게는 지상에서 한 단 띄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제 물이 들어차 많은 물건이 젖어 못 쓰게 됐다"면서 "이렇게 심각한 피해를 본 적은 처음인 것 같다. 손해 본 걸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하다"고 했다.

읍내 초·중·고등학교 강당은 지난 8일부터 대부분 이재민 임시 대피소로 이용됐다. 100여 명의 이재민은 식사 외에 이렇다 할 지원을 받지 못한 채 뜬 눈으로 밤을 지샜다. 이날 오전이 돼서야 텐트, 이불, 장갑 등 구호물품이 지원됐다. 구례군생활개선회 회원들은 배식 등 봉사활동에 나섰다.

점심께 찾은 구례여자중학교 강당에는 비가 그쳤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50여 명의 이재민이 거처하고 있었다. 이들은 밥과 국, 나물 등으로 구성된 단출한 점심을 받아 허기를 달랬다. 걱정스러운 얼굴로 모여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어른들에 반해 친구들과 함께 밤새 지낸다는 사실에 신이 난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모습이 대조를 이루기도 했다.

권금석(49·구례군 토지면)씨는 "어제 낮에 집 앞마당에 물이 들어차서 대피했는데, 오늘 아침에 가보니 아직도 물이 안 빠졌다"면서 "산골 마을인 데다 소방차도 못 들어올 만큼 침수 피해가 심각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구례군생활개선회 관계자는 "맑게 갠 날씨가 무색하게 내일 다시 많은 비가 내린다는 소식에 모두 망연자실한 상태"라며 "곧 내릴 비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고 이재민을 위한 지원책 마련 등이 절실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