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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01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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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011·017'

김성수 정치부 차장

게재 2020-07-29 17:12:39
김성수 정치부 차장.
김성수 정치부 차장.

몇 일전 '011'로 시작하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추가요금까지 지불하며 '011'을 사용하고 있는 한 선배의 전화였다. 최신폰을 사용하며 문명의 혜택을 충분히 누리고 있는 선배이지만 20년 간 간직해 온 추억의 전화번호에 대한 의리 또한 대단했다.

나 또한 '011'에 대한 추억이 생생하다. '스무살의 TTL', '장소를 가리지 않습니다, 스피드 011' 등…. 나를 유혹하는 수많은 광고에 현혹, 25년 전 대학 입학과 동시에 '011'로 개통한 바 있다.

하지만 정부가 2002년 010 번호통합을 결정한 후 19년만에 011를 비롯해 016·018·019 등 수많은 01X 번호들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전망이다.

SK텔레콤의 011·017서비스가 27일 0시를 기준으로 완전히 막을 내렸다. 25년만이다. 서비스업체가 수차례 안내 고지를 했지만 버티던 가입자들은 아쉬움을 금치 못하는 표정이다. 7월 1일 기준 SK텔레콤의 2G서비스(011) 가입자는 38만4000여명. 이들은 번호를 버리거나 010 서비스로 갈아타야 한다. 유일한 방법이 있다면 2G폰 서비스가 마지막으로 제공되고 있는 LG유플러스의 019를 사용하는 것 뿐이다.

사법부도 일찌감치 010 번호통합에 지지를 표했다. 헌법재판소는 2013년 01X 휴대폰 식별번호를 사용하는 이동통신 가입자들이 정부의 '010 번호통합 계획'이 행복추구권,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등을 침해한다며 낸 헌법 소원에 대해 유무선 통신번호는 국가의 유한한 자원이라며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각하했다.

'01X' 를 고수하는 수많은 이용객들에게 '신문물'(新文物)을 받아들이라는 최후 통첩과도 같다.

하지만 010 번호통합을 했을 때 본인은 물론 전체 사용자들이 얻게 되는 실익을 냉정히 고려해보자. 인공지능, 자율 인공지능, 자율주행, 사물인터넷 등을 위한 미래 통신번호 수요 대비와 함께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거시적 판단이 필요할때다.

물론 오랫동안 정(情)이 든 번호를 바꿔야 한다는 게 심적으로 힘들 수도 있고,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번호를 부여받아 쓰는 게 여러가지로 불편할 것이란 점은 이해가 간다. 그렇다고 01X 번호를 유지했을 때 생겨나는 편익이 고작 '번호 추억' 이라면 이제는 놓아줘야 할 때가 아닐까? '굿바이 01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