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는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민주당은 거대 여당의 힘을 앞세워 18개 상임위원장 독식 등 정국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통합당은 법사위원장 등 주요 상임위원장 자리를 요구하며 국회 일정 참여를 거부했다. '처음부터 밀릴 수 없다'는 양 당의 힘겨루기가 계속됐다.
국회법 준수도 헛구호에 그쳤다. 국회법 5조는 '국회의원 총선거 후 첫 임시회는 의원의 임기 개시 후 7일에 집회한다'고 돼 있다. 21대 국회의원 공식 임기가 5월 30일 시작됐으니 국회 개원 법정시한은 6월 5일이었다. 여야는 국회법도 무시한 채 원 구성을 둘러싼 지루한 공방을 벌였다.
결국 21대 국회는 임기 시작 48일 만인 지난 16일 개원식을 열어, 역대 '최장 지각' 국회 개원이라는 불명예 기록마저 새로 수립했다. 2008년 7월 11일 문을 연 18대 국회의 가장 늦은 개원 기록을 깼다.
어렵사리 출발한 21대 국회 앞에는 코로나 19 극복과 경제 회복, 부동산 대책 등 많은 숙제가 놓여있다. 코로나 19 장기화로 우리가 직면한 현실은 녹록지 않다. 실업자가 급증하고, 경제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하며, 글로벌 경기 침체도 심각하다.
국회 개원 협상에서 드러났듯, 압도적인 의석을 가졌어도 민주당 혼자의 힘으로 정국을 이끌기는 쉽지 않다. 여야가 협력과 견제를 통해 나랏일을 풀어가는 협치(協治)가 요구된다. 힘을 모아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 등 산적한 과제 해결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국회에 대한 국민의 요구는 '민생 챙기기'로 집약된다. 권력투쟁과 정파적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라는 것이다. 저성장의 늪에 빠진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성장 잠재력을 높이기 위한 법적, 제도적 뒷받침도 중요하다. 국회의원들은 '고비용 저효율' 구조에서 벗어나 생산적인 국회를 만들라는 국민의 준엄한 명령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박성원 정치부장
박성원 기자 swpark@jnilbo.com sungwon.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