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특집> 100명이 화답한 광주이야기, 당신의 광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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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사람들
창사특집> 100명이 화답한 광주이야기, 당신의 광주는?
광주사람들 100회 돌파…총 137명째 날마다 릴레이 인터뷰
광주, 5·18, 정, 제2의 고향, 공동체 등 5개 키워드로 나눠져
1000명의 지역민들 이야기 들을때까지 계속 영상취재 할 것
  • 입력 : 2020. 07.16(목) 18:09
  • 노병하 기자
2020년 1월1일, 모두가 새해 소원을 빌며 복을 나눌 때 전남일보 1면에는 생소한 박스기사 하나가 올라왔다.

허달재 (69·화가)씨의 사진을 걸고 기사체도 아닌 순전히 그 사람의 목소리를 빌어 실린 형태의 글은 새해를 맞아 신문을 편 독자들을 갸웃 거리게 했다.

더욱이 단순한 신년 특집 정도로 생각했던 그 박스기사는 날마다 전남일보 1면에 실렸고, 지난 5월26일 안도경 (28·롤링온 클러치 대표)씨를 기점으로 100회를 돌파했다.

기획의 이름은 바로 '광주사람들'.



지난 2019년 겨울 ''뉴욕사람들'도 있는 데 왜 우리는 남도 사람들의 이야기를 신문에 올리지 않는가'라고 자문하며 '대단한 것이 있어야 신문에 나오는 것이 아닌 그야말로 사는 이야기를 다뤄보자'는 취지아래 출발한 기획으로, 1000명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목표인 전남일보만이 할수 있는 독특한 콘텐츠였다.



특히 기사에서 멈추는 것이 아닌 기자들이 영상을 찍고 그 영상을 전남일보 디지털 플랫폼(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 실어주는 것, 이것이 이 기획의 핵심이었다. 전남일보가 광주‧전남민들의 영상 앨범을 만들어 보겠다고 나선 것이다. 현재 16일까지 총 137명의 광주사람들이 세상으로 나온 상태다.



이에 전남일보 32주년 창사를 맞아 100명의 이야기를 분석, 다섯 개의 키워드를 간추려 보았다.



#5‧18 = 가장 많은 이들이 입에 올린 키워드다.



100명 전부가 5·18을 이야기했을 정도다. 지면에 다 옮길 수는 없지만, 사진작가인 구영웅(81)씨는 마흔번째 인터뷰에서 "5·18때 사람들이 피를 흘리며 병원으로 가는 모습을 봤습니다. 누군가는 이런 상황을 기록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피가 낭자해져 있는 당시 광주의 모습들을 찍어 보관 중입니다" 라고 1980년 광주를 떠올렸다.



마흔여섯번째 광주사람인 이숙희(52·어린이집 연합회장)씨도 "광주는 5·18민주화운동이라는 아픈 상처가 있는 도시이지만 엄마의 품 같은 따뜻한 인심이 있는 도시"라고 5·18을 기억했고, 쉰번째 인터뷰한 방진혁(57·정우재가노인복지센터장) 역시 "5·18민주화운동을 지금도 왜곡·폄하하는 사람들이 있어 가슴이 아픕니다. 나에게 5·18은 광주·전남의 시민 정신이며 불의에 굴하지 않는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정(情) = 광주와 전남을 이야기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정(情)이었다. 다섯 번째 광주사람인 김병찬(33·공무원)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전 고향이 광주는 아니고 대학때부터 15년 가까이 살아오고 있는데 맛있는 음식도 많고 정겹고 저에게 고향보다 더 마음이 편한 곳이예요."



열네번째 백경윤(34·한국 생산기술 연구원)씨와 열다섯번째 김지용(국립아시아문화전당)시 역시 "광주에 와서 생활해보니 교통도 편하고 정도 많고 너무 살기 편한 곳", "광주는 문화의 도시이자 정이 넘치고 교통이나 음식이 잘 발달되어 있어서 여유가 있으신 중년층이 광주에 살면 좋다"고 각각 말했다.



#공동체‧#제2의 고향‧#광주 = 5·18과 정 다음으로 많았던 키워드는 공동체, 제2의 고향, 광주 였다. 인터뷰에 응한 사람들은 광주에 대한 애정을 자주 표현했는데, 특히 5·18로 인해 굳건해진 공동체 정신이 지금 광주의 큰 줄기라고 보는 경우가 많았다.

 

일흔한번째 광주사람인 서익환(44·약사)씨는 "광주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공동체입니다. 5·18민주화 운동 당시 집안까지 총알이 날아오는 바람에 친구집에 머물곤 했는데, 어려운 상황속에서도 동네 분들이 많은 도움을 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광주는 어려운 위기가 닥칠 때마다 시민들이 힘을 합쳐 이겨내는 도시인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또 김준태(72·시인)씨는 여든다섯번째로 인터뷰했는데 "80년 5월의 광주는 생명과 평화와 우리가 서로 하나되는 대동세상을 노래했습니다"고 공동체를 언급했다.



김진실(29·동네서점 직원)씨는 스물다섯번째 광주사람으로서 "광주는 제 2의 고향이죠. 대학 때문에 여기에 왔지만 계속 여기서 지내고 있고 광주에 남아있지 않아도 되는데 책방 때문에 남아있어요"라며 제2의 고향이라고 광주를 지칭했다.

 

신정호(43·기획사 운영)씨는 쉰아홉번째 인터뷰에서 "광주는 두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아스팔트'와 '어머니'입니다. 광주의 아스팔트는 치열한 역사의 현장입니다. 또 잘못한 일이 있었을 때 따끔하게 지적해주고, 잘했을 때 칭찬해주던 곳이 바로 어머니 같은 광주입니다"라며 광주 그 자체에 대한 찬사를 하기도 했다.

노병하 기자 bhn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