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단상·나광국> '콩나물시루 교실' 더 이상 옛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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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단상·나광국> '콩나물시루 교실' 더 이상 옛말이 아니다
나광국-전남도의원
  • 입력 : 2020. 05.25(월) 15:06
  • 편집에디터
좁은 교실에 학생들이 빽빽하게 앉아있는 모습이 마치 콩나물시루를 연상케 한다고 해서 불렸던 '콩나물 교실', 베이비붐 시대 출산율 증가로 인한 급격한 인구 증가와 도시 개발로 인한 인구 유입이 과밀학급을 낳으면서 생겨난 말이다.

최근 출산율 감소로 콩나물시루 교실은 옛말이라고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아이들은 좁은 시루 안에서 미래를 꿈꾸고 있다. '2019 OECD 교육지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평균 학급당 학생 수는 초등학교 23.1명, 중학교 27.4명으로 OECD 평균보다 초등학교는 1.9명, 중학교는 4.5명 많다.

또한 '2019 교육통계분석자료집'을 살펴보면 학생 수 31명 이상인 과밀학급은 초등학교 4952곳, 중학교 1만59곳, 고등학교 7884곳으로 총 2만2895곳에 달하고 있다.

실제 전남 대표 신도시이자 도청 소재지인 무안 남악의 경우 4월 말 기준 1만5161세대 3만9530명이 생활하고 있어 '도시·군계획시설의 결정·구조 및 설치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른 학교 결정기준 9000세대를 크게 상회하고 있지만 현재 이 지역의 고등학교는 단 1곳에 불과해 관내 중학교 졸업생의 70%가 타 지역 고등학교로 떠밀리듯 진학하고 있다.

여기에 남악지구 옆으로 개발 중인 오룡지구 신도시에 올해 9월 3300여 세대가 입주 예정에 있고 향후 4000여 세대의 추가 입주로 입학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원거리 학교 배정으로 인한 통학불편, 이에 따른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는 이미 예정된 수순이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학교 신설 인·허가권을 가진 교육부는 저출산으로 인한 전체 학령인구 감소와 열악한 교육재정을 근거로 학교 설립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이는 지역별 실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전형적인 중앙집권적 잣대다. 나라의 근간인 교육이 국가의 재정 관리 대상으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정부가 학생들에게 통학 시간이 지나치게 많이 걸리는 학교에 다닐 수밖에 없도록 하거나 '콩나물교실'에 몰아넣는 행위는 헌법 제31조(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에 위배되는 것이다. 정부정책의 허점으로 그동안 불편을 감수해 왔거나 현재도 고통을 겪고 있는 수많은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피해는 어떻게 보상받을 수 있단 말인가

정부는 학교를 지을 때 집에서 가능한 한 가까운 곳에 안정된 학습 환경을 조성하여 적정 규모로 설립해야 한다. '학생 감소=학교 통폐합'이란 단순논리에서 벗어나 필요에 따라 학교 신설과 유지, 통폐합을 적절히 병행해야 한다. 신도시 등 인구가 급증하는 지역에는 학교신설을 인가해주고 구도심 내 소규모 학교들은 시간을 갖고 통폐합해야 하는 것이다.

근거리 학교 배정에 따른 학습권 보장과 학급당 인원 감축은 학습의 질을 높이고 교육평등권을 보장하기 위한 최우선 과제다. 학교 신설 기준의 변경과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없다면 아이들은 앞으로도 '시루 안 콩나물'로 자랄 수밖에 없다.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