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아의 역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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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가이아의 역습
  • 입력 : 2020. 05.25(월) 14:50
  • 이용환 기자

1970년대 초 영국 과학자 제임스 러브록이 가이아 이론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지구가 대기권과 대양, 토양 등을 구성하는 수많은 생물과 무생물로 구성된 초유기체라는 것이었다. 가이아는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대지의 여신이다. 러브록은 논문에서 "녹색식물과 박테리아 등이 존재하는 한 지구의 대기는 항상 지금의 농도로 조절되고 온도 또한 일정하게 유지될 것"이라고 했다. "가이아 여신은 어떤 경우에도 인간을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도 내놨다.

하지만 그는 2000년대 후반 자신의 이론을 완전히 수정했다. 지난 2008년 출간한 '가이아의 복수'라는 책에서는 인간이 저지른 환경오염 때문에 지구는 회복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지구의 '자정능력'을 과신해 환경오염을 저질러온 '인간의 능력'을 과소평가했다는 반성도 충격적이다. 만 100세를 채운 그는 지금도 지구가 살기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발전 대신 '지속가능한 퇴보'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구와 태양계, 은하계를 넘어 끝없이 펼쳐지는 우주를 바라보면 인류는 그야말로 티끌같은 존재다. 45억년이라는 장구한 역사와 그 안에 존재하는 수많은 별들의 움직임도 경이롭다. 반대로 분자, 원자, 전자 등 무한대로 작아지는 소우주의 끝도 인간에게는 불가사의다. 일부 과학자들은 우주가 거대한 생명체의 몸 속일 것이라는 가설까지 내놨다. 지구의 유일한 지적 생명체라지만 초라하기 그지없는 인류의 실상이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곳곳에서 그 동안의 환경파괴에 대한 반성이 나오고 있다. 얼마전 명진스님은 "지구가 하나의 생명체라면 인간이 가장 나쁜 바이러스고 코로나19는 그 바이러스를 죽이는 백신일지 모른다"고 했다. 사회학자 존 그레이도 호모 라피엔스(하찮은 인간·약탈자)가 사라져야 지구 생명이 평화를 얻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이 우려가 아니더라도 지속가능한 삶의 가치는 인간과 함게 지구라는 초유기체가 공생하는 것이다. 자연을 착취하고 기생해 왔던 지금까지의 오만함을 버리고 자연과의 유대를 회복하는 것이 가이아의 역습을 그 나마 늦추는 길이다. 전남취재

부장

이용환 기자 yh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