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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선의 사진풍경 11>골목에서 만난 세상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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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선의 사진풍경 11>골목에서 만난 세상 이야기

게재 2020-04-16 13:03:38
박하선의 사진풍경>골목에서 만난 세상 이야기
박하선의 사진풍경>골목에서 만난 세상 이야기

광주시의 달동네 '발산부락'의 골목길을 기웃거리면서 조만간 사라져 갈 것들을 기록해 두고 싶었다.

이런 것들은 좋으나 궂으나 한 시대의 풍경이 되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빈집들이 많지만 아직도 자리를 지키며 떠나지 못한 사람들이 그 골목의 적은 온기나마 유지해 가고 있다.

어느 남루한 담벼락에 시선이 멈추게 되었다.

민주화의 물결을 타고 노동자들의 입김이 거세질 때의 세상 이야기가 화석처럼 박혀 있었기 때문이다.

내용은 물론 지금도 진행형이지만 왠지 씁스름한 웃음이 일었다.

기록해 두겠다고 이리저리 두리번 거리고 있을 때 한 사내가 그 담장 안에서 수상하다는 듯 쳐다보기에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빛이 바뀌고 나면 또 다른 느낌이 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골목 산책 마지막 시간에 다시 그곳에 들렸다.

하지만 이게 웬일인가.

꽤 많은 시간 뭇 사람들의 별 관심 없이도 그 자리를 지켜왔던 것이

갑자기 오기스러운 그 누군가에 의해 말끔히 씻어지고 말았지 뭔가.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 순간 참으로 허탈하고 허망하기 까지 했다.

그래서 삼라만상은 모두 허상이라 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