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창>부모가 주는 최고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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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의 창>부모가 주는 최고의 선물
심명자 한독서문화예술협회 대표
  • 입력 : 2020. 03.29(일) 15:22
  • 편집에디터
최근에 출간한 그림책 '귀신님, 날 보러와요'(진수경, 천개의바람, 2020)는 작가의 상상력이 돋보인다. 책 속 아이에게 가장 큰 두려움은 하늘나라로 간 할머니를 다시 볼 수 없는 것이다. 아이는 단 한번만이라도 할머니를 다시 만나고 싶어 '귀신이라도 좋으니 만나러 오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이 소식이 세계 곳곳의 귀신들에게 전해진다. 저마다 무서움을 과시하던 귀신들은 아이가 간절히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고, 돕기 시작한다. 소중한 누군가가 죽으면 우리는 상실감과 슬픔에 빠지게 마련이다. 작가는 유쾌한 상상력을 통해 죽음과 상실이 무섭고 두려운 것만은 아님을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상실의 두려움을 소재로 한 창작품은 책을 비롯해 그림, 음악, 무용, 드라마 등 넘쳐난다. 익숙한 주제를 작가의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상상력으로 새롭게 빚어낸 것이다. 이 상상력은 미래 사회를 살아가게 하는 가장 핵심적인 힘이고 창의력의 기본이다. 창의력과 상상력의 언급은 4차 산업시대를 살아가는 현 시대에 언급된 이야기만은 아니다. 일찍이 아인슈타인은 '단순한 지식 암기나 축적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상상력이다'고 언급했다.

우리 아이들이 주역이 되어 살아갈 미래사회에는 기계인간과 함께 생활하는 시대임을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아직 펼치지 않는 그 시대에 대해 어른들은 구체적으로 준비하지 않고 있다. 여전히 과도한 학습에 주력하며 아이들을 양육한다. 지금 10대가 20년 후엔 30대가 되는 물리적 시간은 계산하지만, 실제적 삶은 지금 시대에 맞춰져 있다. 지금 인기 있는 직업군에 속하게 하려고 부단히 애를 쓴다. 이와 함께 암기 능력을 평가하는 입시제도는 학부모가 경쟁과 학습과열 형식의 양육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한다. 이런 교육환경에서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우기란 쉽지 않다.

미래인재로서 창의성과 정서지능 함양은 필수 조건이다. 정서를 키워주는 가장 중요한 사람은 부모님이다. 하지만 많은 부모님들은 자녀와의 대화가 거의 학습스케줄을 체크하는 것으로 그친다. 심지어 학습 성과가 낮을 때는 다그치며 아이의 자존감을 무너뜨리기도 한다.

창의성을 키우기 위해서는 우선 자주적인 사람이 되어야 한다. 시카고 대학에서 창의적인 사람 100명을 대상으로 인터뷰한 내용을 발표했다. 외람되게도 그 중 20%가 편부모 가정에서 성장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부모의 명령과 통제 대신 자주적이고 독립적인 사고를 하며 자랐을 것이다. 물론 어려움도 겪었겠지만 실패를 극복하며 성장할 상황이 주어진 셈이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된 '미스터 트롯'의 7인에 뽑힌 참가자들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간절히 바라는 음악의 길을 가기 위해 어렸을 때부터 온갖 고난을 극복하고, 마침내 무대에 서서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사르트르가 주장한 '부모가 자식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은 사라져주는 것이다'는 부모에 대한 의존이 자주적 인간으로 성장하는데 얼마나 큰 걸림돌인지 극명하게 보여준다. '사라져주는 것'의 의미는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끊으라는 것이 아니라 자식을 '부모의 소유물'처럼 마음대로 조정하는 것을 멈추라는 것이다.

자주적 인간이란 자신이 소중하다는 자의식과 함께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할 줄 아는 사람을 말한다. 현재 많은 아이들의 일상에서 자신이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있을까? 대부분 어른이 결정하고 아이는 그것에 맞춰 행동한다. 책 '로봇중독'(김소연·임어진·정명섭 공저, 별빛출판사, 2018)에 나오는 로봇인간과 다름없다. 로봇인간은 스스로 행동하지 않는다. 인간의 지시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아이들 역시 부모가 원하는 프레임 안에서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주적 능력을 폭발적으로 키워지는 아동, 청소년 시기에 수동적 삶을 살아가다 성인이 돼서 결정력이 미약해 외부와의 단절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들은 아이가 아직 어리고, 세상을 잘 모르니 보살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따지고 보면 부모들이 어렸을 때도 자신의 부모님이 정해놓은 틀에서만 보호받고 생활했는지 돌아볼 일이다.

미래인재의 또 하나의 조건은 관용이다. 다름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것이다. 내 생각과 다른 것을 기꺼이 받아들임으로써 자신을 더 성장하게 하는 것이다. '로봇중독' 책에서 현재까지의 로봇은 딥러닝이 가능하지만 인간의 명령에 의해서 움직인다고 했다. 즉, 아직은 인간의 보살핌을 받는 로봇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미래의 로봇은 감성과 사고가 가능함을 제시한다. 더불어 로봇인간의 '로봇권'까지 언급한다. 로봇을 또 하나의 인간으로 보고 함께 살아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관용의 힘이 약한 사람은 계속 로봇을 기계로 볼 것이고, 인간과 분리하는 사고로 살아가게 되니 필시 로봇인간에게 조정당하고 살지도 모를 일이다. 이러한 관용과 수용의 힘은 어느 날 갑자기 길러지는 것이 아니라 어린 시절부터 많은 경험과 부대낌 속에서 길러진다.

아이들이 자신의 삶을 살아가도록 돕는 좋은 부모 역할은 일찍부터 부모에게 의존하지 않도록 해주는 것이다. 학습력을 높이는 것도 좋지만 자녀들의 창의성을 키워주는 방법을 고안해야 한다. 자유로운 시간을 많이 주고, 스스로 결정하도록 지켜봐 주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포용력을 키워주고, 실패를 통해 배우게 하며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줘야 한다. 다름을 인정하고 베풀고 나누며 살아가는 미덕도 알게 해주면서 말이다. 코로나로 외부활동을 못하는 이 시기에 좋은 부모 역할에 도전해보는 것은 어떨까?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