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방' 조주빈, 윤장현·손석희에 사기 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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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박사방' 조주빈, 윤장현·손석희에 사기 행각
윤 전 시장에 "억울함 풀도록 JTBC 출연 돕겠다"||손 대표에겐 "살해협박 있다"며 접근 금품 갈취
  • 입력 : 2020. 03.25(수) 19:29
  • 김진영 기자
텔레그램에 '박사방'을 열고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을 대상으로 성착취 범죄를 저지른 '박사' 조주빈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시스
 불법 성착취물을 유포한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인 조주빈(24)에게 윤장현(71) 전 광주시장과 손석희(64) JTBC 사장이 사기를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씨는 권양숙 여사를 사칭한 사기꾼에게 속아 재판을 받고 있는 윤 전 시장에게 "억울함을 풀어주겠다"며 접근했고, 손 사장에게는 "손 사장과 그의 가족 등에 위해를 가하기 위해 자신을 고용했다"고 속여 접근했다.

 윤 전 시장과 손 사장은 조씨의 사기행각에 속아 고스란히 돈을 헌납했다. 사기행각은 뜻하지 않게 25일 검찰 송치 과정에서 조주빈이 직접 밝히면서 드러났다.

 ● 뜻하지 않은 폭탄 발언

 전날 경찰의 신상공개 결정에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됐던 25일 오전 8시. 서울 종로경찰서 유치장을 나서던 조씨의 입에서 뜻하지 않은 발언이 나왔다.

 조씨는 "손석희 사장님, 윤장현 시장님, 김웅 기자님을 비롯해 저에게 피해를 본 모든 분께 진심으로 사죄한다"고 했다.



 이를 지켜봤던 모든 이들도 의아할 수밖에 없는 '폭탄성 발언'이었다. 윤 전 시장 등 조씨가 언급한 이들이 소위 'n번방' 멤버 아니냐는 등 온갖 추측이 나돌기 시작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동안 몰랐던 또 다른 충격적 사실이 드러났다. 조씨는 끔찍한 성범죄로 사회를 충격에 몰아넣었을 뿐 아니라 유명인을 대상으로 간 큰 사기행각까지 일삼았던 사기꾼이었다.

 ● JTBC 출연 사기당한 윤장현 전 시장

 조씨는 윤장현 전 시장을 상대로 "억울함을 풀어주겠다"고 속여 돈을 챙겼다.

 윤 전 시장 측근 등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윤 전 시장은 지난해 8~9월께 '최 실장'이라는 사람에게 연락을 받았다. 당시 윤 전 시장은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를 사칭한 사기꾼에게 속아 4억5000만원을 보낸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이었다.



 최 실장은 텔레그램 메신저를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혼외자인 줄 알고 사기범을 도왔다고 하는데 관련 자료가 있으면 도움을 드리겠다"며 접근해왔다.

 그러나 윤 전 시장이 "사기범의 말을 믿었을 뿐 자료가 없다"고 하자 "그럼 JTBC에 출연해 억울함을 해명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겠다"고 말했다.

 윤 전 시장도 처음에는 최 실장의 말을 믿지 않았다. 측근은 "윤 전 시장도 처음에는 또 자신을 노린 사기 행각이 아닌가 의심했다"고 말한다.



 최 실장은 윤 전 시장을 속이기 위해 직접 JTBC를 방문하는 대담함을 보였다.

 윤 전 시장의 측근은 "당시 최 시장이 뉴스룸 앵커였던 손석희 사장을 형님처럼 잘 안다며 윤 전 시장을 서울로 불러 JTBC 방송국을 찾아갔다"며 "최 실장이 손 사장과 아는 체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고 최 실장의 말을 믿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 윤 전 시장은 "조만간 인터뷰를 잡자"는 최 실장의 말을 듣고 JTBC 출연을 기다려왔다. 그러나 출연 날짜는 잡히지 않았고, 최 실장은 활동비를 요구해왔다. 결국 윤 전 시장은 최 실장이 보낸 '박 사장'이라는 사람에게 얼마간의 돈을 건넸다.



 경찰은 평소 전면에 나서지 않고 공범 등을 시켜 범행한 전력으로 볼 때 이번에도 조주빈이 '최 실장'이라는 제3자를 통해 배후에서 조종했을 가능성도 크다고 보고 있다.

 조주빈의 발언 직후 경찰은 "언급된 사람들은 각기 다른 사건 피해자로 조사 중"이라고는 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해 주지 않았다.

 ● 손석희 사장에 "살해협박 있다" 접근

 조주빈이 언급한 손석희 사장도 "조주빈에게 사기 피해를 당했다"고 시인했다.

 JTBC는 "박사방 조주빈은 당초 손석희 사장에게 자신이 흥신소 사장이라며 텔레그램을 통해 접근했다"며 "'손 사장과 분쟁 중인 K씨가 손 사장 및 그의 가족들을 상대로 위해를 가하기 위해 행동책을 찾고 있고 이를 위해 본인에게 접근했다'고 속였다"고 했다.



 손 사장의 입장문에 따르면 조씨가 제시한 텔레그램 대화에는 K씨가 '손석희 사장이나 가족을 해치기 위해 자신에게 이미 돈을 지급했다'는 내용이 있었다.

 그 대화 내용이 매우 정교하고 치밀하게 조작돼 있어서 이를 수사하던 경찰마저도 진본인 줄 알 정도로 혀를 내두르는 솜씨였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한동안 손석희 사장과 가족들은 불안에 떨었다.



 JTBC는 "사실이라면 계좌내역 등 증거를 제시하라"고 하자 조주빈은 "금품을 요구했고, 증거확보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손석희 사장이 이에 응했다"며 "그러나 조주빈은 결국 요구한 증거들을 제시하지 않고 잠적한 후 검거됐다"고 밝혔다.



 JTBC는 "위해를 가하려 마음먹은 사람이 K씨가 아니라도 실제로 있다면 설사 조주빈을 신고해도 또 다른 행동책을 찾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기에 매우 조심스러웠고, 그래서 신고를 미루던 참이었다"면서 "정말 혹여라도 그 누군가가 가족을 해치려 하고 있다면, 그건 조주빈 하나만 신고해선 안 될 일이었다. 그래서 더 근거를 가져오라고 했다"고 말했다.

김진영 기자 jinyou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