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주의 글로벌 에세이>한반도 평화·안정 큰 진전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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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주의 글로벌 에세이>한반도 평화·안정 큰 진전 기대
(2)2020년 국제정치·안보적 의미||최성주 고려대학교 초빙교수·전 주 폴란드 대사
  • 입력 : 2020. 03.31(화) 15:08
  • 편집에디터
2020년이 시작된 지 두 달이 지났다. 우한 폐렴 사태로 국가적 비상상황이지만, 올해는 국제정치안보 관점에서 복합적인 의미가 있는 해다. 올해는 유엔이 창설된 지 75주년이다. 제2차 세계대전의 참상을 겪은 인류는 국제평화안보, 인권, 그리고 개발이라는 3대 핵심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1945년 10월24일 유엔을 창설한다. 유엔이 국제적 위기상황에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한다고 종종 비난받지만, 193개의 주권국가들로 구성된 국제사회에서 경찰청처럼 강제집행력을 갖춘 기구를 운영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런 가운데, 유엔은 분쟁의 평화적 해결과 국제평화 유지 분야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게 사실이고 총회와 안전보장이사회가 중심이 돼 대화하고 협상하는 다자주의 문화를 정착시키고 있다.

한반도 안보 측면에서는 2020년이 한국전 발발 70주년이자 유엔군 참전 70주년이다. 1950년 6월 25일 북한이 전격남침하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6월27일 긴급회의를 열고,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을 지원해줄 것을 유엔 회원국에게 요청한다. 이에 호응하여, 미국, 영국, 캐나다, 터키 등 16개국이 대규모 군대를 파견했으며 노르웨이와 인도 등 5개국은 의료지원을 제공한다. 막대한 인명 손실을 감내하면서 백척간두의 위기에 처해 있던 한국을 구해준 참전국에 대해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오늘날 우리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법치사회 속에서 생활하는 것임을 잊어선 안 된다. 부산을 갈 기회가 있으면 유엔 참전군 묘지(UNMCK)를 방문해 추모의 시간을 가질 일이다.

국제군축비확산과 관련, 올해는 핵무기의 수평적 확산을 방지하고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증진하기 위한 핵무기확산방지조약(NPT)이 발효된 지 50년이 되는 해다. 안타깝게도 핵무기 군축 분야에서는 미국과 러시아 간의 경쟁과 대결로 인해 아직껏 이렇다 할 성과는 없다. 그렇지만, 핵무기 확산방지를 위해 적극 노력한 결과 기존 5개의 핵보유국(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과 사실상 핵보유국인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외에 신규 핵보유국이 없다는 점은 상당한 성과다.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와 제재에도, 21세기 들어 유일하게 6차례나 핵실험을 자행한 북한은 NPT당사국으로서 의무는 이행하지 않으면서 불법적인 핵개발을 지속했다. 따라서, 북한은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아서는 안된다.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은 양도할 수 없는 주권적 권리다. 우리도 핵무기 확산방지를 위한 안전조치를 시행하고 원전의 안전운영과 폐기물의 안전관리를 강화하면서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증진하는 것이 정답이다. 탈원전은 우리의 전반적인 에너지 안보환경을 고려하면서 시간을 두고 신중을 기해 추진해야 한다.



올해는 국제사회가 2015년 유엔 지속가능개발목표(UN SDGs)와 파리기후변화협약을 채택한 지 5주년이 되는 해다. SDGs는 빈곤퇴치, 양질의 교육, 공중보건, 양성평등 등 17개의 목표를 2030년까지 달성하는 것을 상정하고 있다. 파리협약은 지구의 평균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과 대비해 섭씨 1.5도 이하로 제한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한 약속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다자주의에 대한 무관심과 약속파기 등으로 상당한 어려움이 있지만 인류의 '공동선'을 달성하기 위해 많은 국가들이 동참하고 있다. 미국의 많은 주(州)와 도시, 주요기업들이 파리협약 이행을 약속하는 등 연방정부 차원을 넘어 나름대로의 성의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이후에 등장할 미국 대통령은 보다 미래지향적인 노선을 채택할 것으로 기대한다.



2020년이 내포하고 있는 이러한 의미를 잘 살려가면서, 북한 비핵화를 비롯해 한반도 평화와 안보 분야에서 '참된' 진전이 있기를 바란다. 한국전쟁 당시 한국을 구해준 유엔 참전용사들의 은공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항시 유비무환의 자세를 갖고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에 대비하라'는 로마제국의 격언을 명심하기 바란다.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