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주의 탈을 쓴 '악의 평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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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국가주의 탈을 쓴 '악의 평범성'
◇갤러리 생각상자, 3월1일부터 '두개의 깃발전'||2020 도쿄올림픽 욱일기 사용 비판||나치와 욱일기 깃발 통해 본 야만의 역사||영상, 퍼포먼스, 설치 등 현대미술로 풀어
  • 입력 : 2020. 02.13(목) 17:35
  • 박상지 기자

홍성담 작 '아베가 쌍둥이 남매를 만드시고'

깃발은 집단의식을 위한 상징이다. 하나의 이념아래 획일적으로 군중을 움직이게 하는 깃발은 이성적 판단을 마비시킨다. 인류가 결코 잊지 말아야 할 두개의 깃발이 있다. 독일 나치당의 깃발인 하켄크로이츠와 일본 전범기인 욱일기다. 두 깃발은 대량학살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하켄크로이츠는 2차 세계대전 중 유럽 전역에서 1100만명의 유태인과 슬라브족, 동성애자, 장애인, 정치범들이 대량학살되는데 사용됐다. 욱일기 또한 비슷한 역사를 가지고있다. 731부대의 생체실험, 세균무기, 화학무기 사용 뿐 아니라 강제징용, 위안부 등 반인륜적인 제국주의 국가권력의 광기가 욱일기 아래에서 작동했다.

반인륜적인 내용을 담고있는 두 개의 깃발을 소재로 '악의 평범성'을 비판하는 의미있는 전시가 광주에서 열린다. 광주 동구 갤러리 '생각상자'에서는 오는 3월1일부터 4월30일까지 '두 개의 깃발전'이 마련된다. 주홍 작가의 기획으로 선보이게 되는 '두 개의 깃발전'에서는 영상과 디자인, 회화, 설치작품, 퍼포먼스, 음악연주 등 현대예술 장르에서 활동중인 작가들이 참여해 자신만의 개성을 바탕으로 욱일기의 진상을 알릴 예정이다.

주홍 작가가 '두 개의 깃발전'을 열게 된 것은 야만의 역사가 두번 다시 되풀이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됐다. 오는 7월 2020 도쿄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욱일기를 사용하겠다는 일본정부의 발언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여기에 2020 도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메달의 이미지가 욱일기를 연상시킨다는 점, 어린이들이 보는 애니메이션과 상품에 욱일기를 당당하게 사용하고 있는 일본의 당당함이 전시진행을 가속시켰다.

주홍 작가는 "대량학살의 전쟁과 강간, 생체실험, 약탈의 반인륜적 제국주의에 대한 반성은 커녕 침략전쟁을 미화시키려는 일본의 속내가 보이는 것 같다"며 "10년이 넘도록 전세계에 퍼져 있는 욱일기 퇴치운동을 펼치고 있는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의 행동에, 아시아의 한 미술인으로서 동참하고 싶었다"고 전시 기획 배경을 밝혔다.

주홍 작가의 전시계획에 뜻이 맞는 작가들이 동참 의지를 밝혔다. 고근호(팝아트), 김문성(이미지), 류범열(영상), 박소산(학춤퍼포먼스), 박재동(카툰), 오종선(설치), 승지나(음악퍼포먼스), 홍성담(그림), 이하(그림), 박건(설치 및 프린트)작가는 세계 곳곳에 만연하면서 미묘하게 작동하고 있는 '악의 평범성'을 대중에게 감지시키고 경계해야 한다는데 공감하고 의지를 모았다.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의 저자 한나 아렌트가 지적한 '악의 평범성'은 나치에 의한 유대인 학살은 광신도나 반사회적 성격장애자가 아닌 상부의 명령에 순응한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 자행되었음을 나타내는 말이다. 습관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스스로 생각하지 않는 개인에게 '악'이란 양심의 가책을 일으키지 않는 일상이 된다는 의미다.

주홍 작가는 "나치당의 깃발아래서 유태인 600만명을 효율적으로 학살한 독일의 성실한 행정공무원 '아돌프 아이히만'이 끝까지 '애국'이었고 대량학살이 정당했다고 주장하는 것과 일본 아베 정부의 침략전쟁을 정당화하는 발언들이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겹쳐진다"며 "인간이라면 누구나 빠질 수 있는 '악의 평범성'은 깃발아래 모이면 더욱 강화된다. 욱일기가 폐기돼야 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박건 작 '아베틀러'

박건 작 '아베틀러'

이하 작 '김복동 할머니'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