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청년 고독사'… 대책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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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늘어나는 '청년 고독사'… 대책이 없다
비자발적 고독에 내몰리는 청년들 <하> 대책없나 ||관련 통계조차 없고 있는 대책은 노인 고독사 중심 ||"실태 파악 통해 위험군 맞춤형 복지대책 절실해"
  • 입력 : 2020. 01.06(월) 18:00
  • 양가람 기자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 '이웃살피미'는 골목에 '사람사이 우체통'을 설치해 고독사를 예방하고 있다. 주민들이 어려운 이웃을 엽서에 써서 알리거나 스스로 동주민센터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뉴시스
고독사가 연소화되면서 청년 고독사가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지자체의 고독사 대책은 노인 중심으로 마련돼 있어 청년들이 고독사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고독사에 대한 정의는 물론 현황 파악조차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 '통계없는 죽음' 고독사

고독사는 흔히 '통계없는 죽음'으로 불린다. 고독사에 대한 통계는커녕 국가 차원의 개념 정의조차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고독사에 대한 통계가 따로 없어 무연고 사망자 통계를 바탕으로 고독사 현황을 유추하고 있다. '연고자'는 혈통·정분 또는 법률상의 관계나 인연을 맺고 있는 사람을 가리키는데, '무연고자'는 연고자에 해당되지 않는 사람을 통칭한다.

하지만 무연고자 사망을 고독사로 해석하기엔 무리가 있다. 홀로 임종을 맞고 일정 시간이 지난 후에 발견(고독사)되더라도 가족이 있는 경우엔 연고자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광주시 역시 고독사 공식 현황을 별도로 관리하지 않고 있다. '형사사법절차 전자화 촉진법(경찰청은 형사사업업무처리기관 이외에는 형사사법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에 근거해 일선 기관, 단체는 경찰청이 보유한 변사 정보를 열람할 수 없다. 주민센터와 자치구에서도 사망자의 성별, 연령, 기초생활수급여부 수준의 정보만 파악할 뿐, 고독사 관련 업무는 체계화 되지 않은 상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고독사 연구도 언론에 보도된 고독사 관련 사례 분석을 토대로 이뤄진다. 광주복지재단이 2018년 내놓은 '광주시 고독사 현황 및 예방대응 방안 연구' 역시 언론에 소개된 고독사 사례를 근거로 작성됐다. 보도되지 않은 고독사 사례를 감안하면 그 수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 '청년' 빠진 고독사 정책

광주시는 지난 2017년 '홀로 사는 노인의 고독사 예방 조례'를 제정했다. 광주 5개 자치구 모두 고독사 예방을 위한 조례를 마련했다. 하지만 남구를 제외한 4개 자치구의 고독사 대응책은 모두 독거 노인에 집중돼 있으며, 중장년이나 청년 대상으로 하는 내용은 없다.

그나마 동구는 중년 독거 남성을 대상으로 한 '4060 희망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고독사 예방책이 잘 마련됐다는 평을 받는다. 하지만 사회적 관계의 취약층인 중장년 1인 남성가구를 겨냥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을 뿐, 청년층을 아우르지 못했다는 한계를 갖는다. '1인 가구' 중심의 고독사 예방책도 마련했으나, 청년 고독사의 특성을 감안한 정책으로는 아직 미흡하다는 평이다.

남구는 자치구 가운데 가장 늦게 고독사 조례안을 만들었다. 지난해 1월 제정한 '사회적 고립 1인 가구 고독사 예방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통해 '청년층·중년층·노인 등 생애주기별 고독사 예방대책 및 지원방안' 수립 근거를 마련한 바 있다.

● 실태 파악 통해 맞춤형 복지 필요

고독사에 대한 정확한 실태 파악이 시급한 현실이다. 이를 통해 연령별, 주거별 등으로 고독사 위험군을 선별해 내야, 맞춤형 복지 대책을 세울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청년 고독사는 다각적 측면에서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광주복지재단 관계자는 "현재 청년 고독사 대책은 없으나, 청년층 타깃 지원책들은 몇 가지 있다"며 "하지만 대부분 경제적인 측면에 맞춰져 있다. 안정된 주거환경 뿐 아니라 사회적 관계망을 형성할 수 있는 공동주택 등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1인 가구 대상 이웃 관계성 조사에서 청년층의 이중적인 특성이 드러났다"며 "청년은 이웃으로부터 관심받는 걸 부담스러워 하면서도, 상황이 어려울 땐 주변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대답한 비율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높았다. 이를 감안한 청년 정책들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독사는 국가와 사회의 책임

전문가들은 청년 고독사는 1인 가구의 외로움과 고립의 문제로 봐야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면서 여태 우리나라가 외로움을 개인적 문제로 치부한 게 고독사 문제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국가와 사회가 나서 외로움을 돌봐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과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고독사 예방법' 제정안을 수정 통과시켰다.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하면 2021년부터 고독사 예방법이 시행될 예정이다.

법안은 전국 고독사 현황 파악, 고독사 위험도를 예측하는 '위험 지도' 작성 등 고독사 예방의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 복지부 장관은 5년마다 고독사 예방 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하고, 각 지자체도 해마다 고독사 근절 계획을 세워야 한다.

고독사 예방법은 '고독사는 국가와 사회의 책임'이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이번 법 제정으로 위기에 빠진 1인 가구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 구축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