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지역위원장 '직대' 임명 형평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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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일반
민주, 지역위원장 '직대' 임명 형평성 논란
광주 8곳 중 4곳 간편절차 거쳐 ‘직대’ 체제 운영 ||조직 관리 막강한 권한 행사·당내 입지 구축 유리
  • 입력 : 2019. 12.01(일) 19:45
  • 곽지혜 기자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과 송갑석 광주시당 위원장, 상설위원회 위원장 등이 지난달 30일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 컨벤션 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 상설위원회 합동발대식에서 2020년 총선 승리를 다짐하며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최근 광주에서 더불어민주당 지역위원장에 내년 총선 출마예정자를 '직무대행'으로 임명하는 사례가 늘면서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당내 경쟁자들은 지역위원회 내 여러 상설위원회를 꾸려 운영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지역위원장 자리에 정식 절차를 거치지 않은 이를 직무대행으로 두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간편절차 임명 '직대', 권한은 막강

 민주당은 정당과 주민 간 가교 역할을 하는 지역위원회를 광주 8개, 전남 10개 두고 있다.

 지역위원회는 각 시·도당의 하부 조직으로 지역 주민의 민원을 수렴해 중앙당에 전달하고, 또 중앙당에서 내려오는 메시지를 주민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지역위원회에서 꾸릴 수 있는 14개의 상설위원회를 통해 당 조직을 강화하고 지역 주민들과 보다 원활한 소통을 위해 활동한다.

 일반적으로는 해당 지역구의 국회의원이 겸직하게 되는데, 국회의원이 없는 경우 당규에 따라 지역위원회 대의원 또는 권리당원을 통한 투표로 선출된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지역위원장 직무대행 임명과 권한 행사를 둘러싼 잡음이다. 총선이 임박하는 등 정당에서는 지역위원장 선출을 위한 물리적 시간이 부족할 경우 간편절차를 통해 직무대행을 세운다.

 당규에 따라 지역위원장 직무대행은 10명으로 구성된 지역위원회 상임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중앙당 최고위원회를 거쳐 의결된다. 직무대행은 임명 절차만 간소화될 뿐 지역위원장의 권한을 그대로 행사한다.

 총선 입지자들은 "지역위원장 직대는 제한적이지만 평상시 권리당원 교육 등을 위한 행사 개최 시 자신의 얼굴을 알릴 수 있는데다가 지역위원회의 각종 행사를 주관하면서 당원은 물론, 지역 내에서의 입지를 굳히고 인지도도 높일 수 있다"며 "결국 당내 경선에서 우위에 서게 될 수밖에 없다"고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광주 8개 지역위 '절반' 직대

 민주당의 전남 10개 지역위원회 중 직무대행이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은 광양·곡성·구례 1곳이다.

 그에 비해 광주는 현재 동남구을, 서구을, 북구갑, 광산구을 등 전체 지역구의 절반인 4곳의 지역위원회가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병훈 동남구을 지역위원장 직무대행은 지난 10월 광주시 문화경제부시장 자리를 내려놓고 지난달 4일 광주 동남구을 지역위원장 직무대행으로 민주당에 복귀했다.

 양향자 서구을 직무대행은 지난해 8월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에 취임하면서 지역위원장을 사임했지만, 지난 7월 임기를 마친 뒤 지난달 20일 직무대행으로 임명됐다.

 민형배 전 자치발전비서관 역시 지난 8월 청와대 비서진에서 물러나 광주 광산을 지역위원장 직무대행으로 복귀했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지역위원장을 맡아왔던 북구갑은 심재섭 전 광주 북구의회 의장이 직무대행을 수행하다가 지난달 22일 조오섭 전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대변인이 직무대행으로 임명됐다.



 ● "특정후보에 어드밴티지 부여"

 민주당 당규에 따르면 지역위원장은 선거 120일 전 지역위원장을 사퇴해야 한다. 내년 21대 총선에 이 규정을 적용하면 오는 17일이 지역위원장 사퇴 시한이다.

 선거를 앞두고 극히 짧은 기간 동안만 위원장 임무를 수행할 수밖에 없음에도 기존 지역위원장들이 선거를 앞둔 시점에 공직 등의 임기를 마치고 직무대행으로 복귀하거나, 해당 지역구 출마예정자를 직무대행으로 새로 임명하는 것은 당내 경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처럼 선거가 임박한 상황에서 출마예정자를 지역위원장 직무대행으로 임명하는 것은 다른 경쟁자와의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역의 한 정당 관계자는 "출마예정자 중 특정인물을 지역위원장 직무대행에 임명하는 것은 마치 시험감독관 자리에 학생을 앉혀놓고, 이것저것 다 컨닝시킨 뒤 다시 가서 시험을 보라는 것과 같다"며 "한쪽은 아무것도 볼 수 없는 깜깜이 선거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공정경쟁'은 헛구호"라고 지적했다.

지역의 한 정치평론가는 "총선 승리를 위해 당에서는 가능하면 이길 수 있는 후보를 내세워야 하데, 예비후보들 사이에서 당선 가능성이 높다고 여겨지는 후보에게 지역위원장 직무대행이라는 자리를 통해 어드밴티지를 주고 있는 것은 맞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직무대행 임명 절차나 법적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 전에 도덕적인 부분에서 따져본다면 공정성 문제에 저촉될 수밖에 없다"며 "선거에 출마하지 않는 사람을 지역위원장 직무대행으로 임명하는 것이 형평성 차원에서 바람직하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지역위원장의 권한이 분명 선거에 강점으로 작용하는 부분이 있어 어떤 부분을 불합리하다고 여기는지는 충분히 이해가 간다"면서도 "지역위원장 직무대행 임명은 당헌·당규에 따르기 때문에 절차상으로는 어떤 문제도 없다. 지역위원회 활동을 통해 당 조직이 밑바닥부터 강화가 되는 것이다"고 밝혔다.

곽지혜 기자 jihye.kwa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