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향기>월선리예술인마을의 르네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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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칼럼
문화향기>월선리예술인마을의 르네상스
박관서 시인
  • 입력 : 2019. 11.19(화) 14:37
  • 편집에디터
요즘 '월선리예술인마을'은 저녁이 되면 들썩들썩 한다. 월선리는 백두대간 끝자락인 승달산 자락에 안겨있는 무안 청계면 작은 산골마을이다. 목포나 무안시내에서 승용차로 30여분 이상 달려야 도착하는 청계 읍내에서 다시 일로 가는 길로 접어 들었다가 숨을 가눌 무렵 왼편으로 꺾어들면서 보이는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

여기에 15년 전부터 예술인들이 자리를 잡아 살아가면서 월선리예술인마을이란 이름으로 불려지게 됐다. 농촌마을에 예술인이 융합돼 함께 살아가는 미래형 문화예술적인 주제로 농산어촌개발사업 등 각종 마을살리기 사업들이 진행됐다. 현재는 예술인 30여명과 귀촌인 100여 명이 주민들과 어울려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여러 마을사업을 하면서 응당 일어나기 마련인 여러 논쟁과 갈등 상황이 연출됐다. 눈에 보이지 않거나 눈에 보여도 어쩔 수 없다는 파벌이 생겨나 마을을 뜨겁게 달구거나 고요하게 만들었다. 전국의 지자체에서 형성하려 했으나 쉽게 성공 못했던, 시골마을을 예술인마을로 만들어 냈던 힘이 오히려 역반응을 일으킨 셈이다.

힘으로 움직이는 물리법칙에는 작용과 반작용의 원리가 있고, 살아있는 모든 것에 생로병사와 일정한 사이클이 있는 법이다. 한번 뛰어오른 개구리는 몸을 웅크려야 다시 뛰어오를 수 있는 법이다. 현재도 70년대 새마을 운동식 공간 건축과 소득증대 차원으로만 진행되는 각종 농어촌살리기 사업의 한계 탓에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참고로 미개하거나 부족한 외부적 상황을 바꾸면 인간도 따라서 바뀌리라는 근대식 개발주의는 우리 사회에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보면 현재 월선리예술인마을에서 일어나는 갈등 양상은 새로운 성찰이나 도약의 계기일 수 있다. 마을을 실제적 삶의 생존공간으로 삼고 살아가는 주민의 입장에서 마을이 자신의 삶과는 무관하거나 거꾸로 나아가는 현상을 답답해 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예술인마을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삶의 공간을 꿈꾸는 이들이 모여서 생각을 모으고 새로운 모임을 꾸렸다.

이는 근 10여 년 가까이 잠들어 있는 예술인모임을 다시 살렸고, 예술인은 아니지만 문화예술을 삶의 전반적인 매개체로 활용하려는 귀촌인과 주민들이 모인 모임을 탄생시켰다. 예술인들은 제2의 마을 르네상스 모색을 위한 월선리예술인마을 하우스 콜로키움을 진행했다. 예술인과 작가들의 작업공방을 비롯한 서실과 한옥 마당 등을 활용해 토론회, 공연, 전시, 주민소통 등 문화예술프로젝트로 진행하고 있다.

이들 예술인을 비롯해 문화예술을 애호하는 귀촌인과 주민들이 결성한 '월선리행복마을 문화인회의'에서는 문화예술아카데미를 진행하고 있다. 국악, 도자기, 서각, 전통문화, 무안문화읽기 등으로 구성된 문화예술교육 및 소통활동은 매주 월~토요일 오후 7시 시작해 두 시간 정도 진행하고 있다.

원래 있었던 마을 농악대 결성을 목표로 진행중인 국악교실과 마을의 주요 예술인자인 무안분청자기를 체험하고 이를 실생활 용기로 활용해보자는 도자기 교실은 인기가 높다. 한옥마을인 점을 고려한 서각교실은 물론 천연염색, 된장, 막걸리, 와인, 김치담그기 등을 계절별로 진행하는 전통문화교실도 성황리에 진행되고 있다. '지식인 클럽'이라는 우스갯소리와 함께 진행하고 있는 무안문화읽기는 무안반도를 배경으로 창작된 금계 노인의 '황명유운', 김시라의 '품바시대', 초의선사의 '동다송', 김우진의 '근대희곡', 금남 최부 '표해록', 박석무 선생의 '유배지에서 온 편지' '무안동학사' 등을 함께 읽고 토론하고 있다.

작은 시골마을에서 진행중인 문화예술 활동에 큰 의미나 가치를 부여할 수는 없다. 하지만 시골을 삶의 공간으로 삼아 충일된 일상을 보내는 주민들의 삶과 현재 위축을 넘어 소멸직전인 농촌의 현상을 보듬어 새로운 문화공동체로 발전시켜나가는 모습은 충분히 주시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다.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