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선의 남도인문학> 한중일 남도의 성소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이윤선의 남도 인문학
이윤선의 남도인문학> 한중일 남도의 성소
  • 입력 : 2019. 09.18(수) 14:02
  • 편집에디터

진도 지산 소포리 아랫당제

중국 남도(南島)의 성소(聖所)와 신격(神格)

오래 전, 내가 집중적으로 답사했던 사례를 소개한다. 중국에서 가장 섬이 많은 지역이 주산군도(主山群島)다. 북경을 기준 삼으면 남도라 부를 수 있다. 이곳 승사도(嵊泗島)와 사치도(蝦峙島), 보타도의 사묘(寺廟)들을 2년여 조사 연구했다. 동중국의 섬 밀집지역에 있는 섬들. 우리처럼 공도정책 이후 입도자들에 의해 재형성된 곳이다. 승사 열도의 역사발전에 거대한 영향을 끼친 것은 명나라와 청나라 초기 두 번의 큰 이민이다. 명나라 홍무 20년(1387)에 황제 주원장이 해금정책을 추진했다. 명나라를 반대하는 해상 세력을 완벽히 제거하기 위해서였다. 전면적으로 해상 무역을 통제하기 위해 정부 관리를 실시하여 해외 무역정책을 경영했다. 그 이후 이민자들이 입도조가 되어 오늘까지 이르고 있다. 주산군도 승사열도에는 어민, 선원, 해상(海商)과 외래이주민들이 믿는 유교, 불교, 도교 신앙과 기타 민간 신앙, 신령들이 많다. 거의 섬마다 사찰이 있고 산마다 사당이 있다. 사람이 거주하는 18개의 승사현 섬에는 유적지를 포함하여 사찰이 모두 60여개가 있다. 그 이름들도 다양하다. 사(寺), 묘(廟), 궁(宮), 암(庵) 등이 그것이다. 모시는 신령은 불교에서 유래된 것이지만 유교, 도교에 속한 것도 적지 않다. 대부분 역사 인물이다. 예컨대 수양제(隋煬帝), 조국공(越國公), 관공(關公) 등이다. 섬 주민들이 보편적으로 믿는 용왕도 있다. 사치도(蝦峙島)는 주산군도의 남쪽에 위치한다. 어도(漁都) 심가문(沈家門)에서 약 21km 떨어진 섬이다. 심가문은 우리의 심청설화와 관련 있다 해서 잘 알려진 항구다. 드넓은 동해 바다가 앞에 놓여 있고 바다를 사이에 두고 해천불국(海天佛國) 보타산(普陀山), 관광 명승지 주가첨(朱家尖), 도화도(桃花島)가 인근에 있다. 하치도도 승사도와 사묘 맥락이 유사하다. 주산군도의 성소(주로 사찰 형식의 건물 위주)들은 일본이나 한국에 비하면 보호맥락이 신격에 치중된 것으로 보인다. 나무나 숲, 우물 등, 배소의 기본 구성이 양국에 비해 약화되어 나타난다는 뜻이다.

일본 남쪽 섬들의 성소와 자연경관 보전

일본의 서남제도권 섬들, 오키나와를 비롯한 긴 띠를 이루는 남쪽 군도에는 우타키(御嶽, ウタキ) 신앙이 있다. 제사나 기원을 올리는 성지를 뜻하는 류큐(沖?) 말이다. 배소(拜所)라고 쓴다. 성소(聖所)의 총칭이다. 문자 그대로 말하면 절하는 장소다. 杜(もり,ムイ) 山(ヤマ) 元(ムトウ), 마을의 신, 근소(根所) 등의 이칭(異稱)이 있다. 지역에 따라 다르게 부름을 알 수 있다. 가고시마로부터 토카라열도(トカラ列島), 아마미제도(奄美諸島), 류큐열도(沖?列島), 야에야마제도(八重山諸島)까지 분포한다. 각각의 경우가 약간씩 다를 수는 있다. 하지만 내가 답사한 바에 의하면 성소의 보전 장치는 거의 우리나라와 유사하다. 오키나와 본도에는 구스크(城) 안쪽 가장 핵심적인 장소에 우타키가 있다. 구스크 이외의 우타키는 마을의 중심공간에 숲을 이루고 있다. 미야코(宮古島)의 사례를 참고한다. 미야코는 류큐열도에 속해있는 도서다.'平良市史'제7권 어옥편(御嶽編)에는 우타키가 800개가 넘는다고 기록되었다. 우타키의 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산이나 '무이'를 성지라고 생각하고 여기에 돌이나 향로를 놓고 '이비'라고 부른다. 신앙의 대상으로 여긴다. 지금은 신사의 형태로 바뀌었지만 원래는 우타키였다. 우타키의 신은 멀리서 온 신이나 상주하는 사람들을 지키는 조상신, 각각의 전승과 유래를 가진 영웅신, 산업신, 혈연적인 것들의 신성화, 지연적인 것들의 신성화 등 각각의 신들이 합사되어 있다. '가미 마쯔리'를 통해서 사람들을 지키고 마을의 재해를 방지하고, 풍요를 가지고 오는 대상으로 신앙되고 있다. 조령신, 도립신, 도수신, 축복을 가지고 온다는 '니라이', '가나이의 신', '항해수호신'등이 슈리 왕부의 '유구국우타키유래기'(1705)에 기록되어 있다. '니라이', '가나이' 신처럼 기우제와 항해수호 기능을 한다. 비단 미야코만의 현상은 아니다. 야마토(大和)문화권과 류큐문화권으로 나뉘긴 하지만, 류큐열도 전 지역의 핵심적인 맥락은 유사하다. 일본 본토까지 크로시오(?潮) 문화로 분류하는 데, 성소의 분포나 기능이 유사하다. 우타키의 기본 구성은 수목과 숲, 샘, 의례용 집 등이다. 어떤 우타키라도 이 기본적 구성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현재도 이 지역 도시의 주요 공간에는 엄연히 우타키가 존재한다. 각종 마쯔리를 연행하는 장소로 활용된다.

우리나라 남도지역 군도들의 성소

신안, 완도, 진도를 비롯한 한국의 섬이나 해안지역에서는 마을의 성소를 '당(堂)'이라 한다. 내륙에서는 '당산(堂山)'이라는 호명이 많다. 자연단위의 마을마다 당나무 혹은 당숲, 혹은 당집이라고 부르는 신체(神體, 信仰物)가 존재했다. 각각 고유의 신격을 모시고 있다. 현재는 많은 부분 잊혀졌다. 흔적만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신안군에서 현재 확인 가능한 마을제사는 50여개 정도로 파악된다. 아쉽게도 현행되는 곳은 한 곳도 없다. 마을제의 명칭은 '당제'가 압도적으로 많다. 이외 산신제, 선왕제, 거리제, 노신제, 용왕제 등의 명칭이 사용된다. 완도군에서 확인 가능한 동제는 약 47개 마을이다. 이들 중 소수를 제외하면 현행되고 있는 마을제들이다. 마찬가지로 제의의 명칭은 주로 '당제'인 경우가 많다. 이외에 헌성제, 헌식제, 도제, 우실제, 산신제 등으로 부르는 마을이 소수 있다. 제의일은 정월 초하룻날부터 초사흘이 가장 많다. 정월 대보름에 모셔지는 경우도 소수 있다. 신체(神體)로는 당나무, 당숲, 입석 등이 있다. 신도(神圖)로 그려진 것은 장보고를 주신격으로 모시는 장좌리를 포함하여 두 곳 뿐이다. 진도지역에서 현재 확인 가능한 마을제사는 약 60여개로 나타난다. 이중 중단된 지역도 약 30%정도다. 진도 마을제의 특징은 '거리제'라는 명칭을 약 70% 가까이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외 당산제, 도제, 산신제, 망제, 용왕제 등의 명칭을 사용하는 것은 대동소이하다. 제일(祭日)로는 정월 대보름이 압도적으로 많다. 정월 초하루에서 초사흘이 13개소, 이외 2월 1일 등으로 나타난다. 신안지역에 비하면 동물신격이 보이지 않는다. 인격 신 중에서 주로 버림받거나 주인 없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완도나 신안과 미세하게나마 변별되는 점이다. 그러나 큰 맥락에서는 일정한 패턴 혹은 유사한 관념체계를 드러낸다.

한중일 성소와 기후변화 시대의 재영토화

성소 보존 장치로 의례공간의 성역화, 순환적이고 주기적인 의례를 통한 영토화 등을 들 수 있다. 의례공간의 성역화에서 필수적인 공간은 숲과 나무, 샘이다. 이외 지역 특성, 나라별 특성에 따라 자연석이나 석조물, 의례용 건물(사찰을 포함하여), 조형물 등이 부가된다. 이들 성역은 일년을 순환 고리로 하는 주기적 의례를 통하여 보전되거나 재영토화 된다. 우리로 치면 마을의 뒷산, 동쪽 끝, 서쪽 끝, 남쪽해안 등에 반드시 성소를 배치한다. 정주공간의 보호와 신격의 배치가 상관관계가 있다. 설화나 금기조항을 두어 이 공간이 반드시 보호되도록 조치한다. 당숲에서 나뭇가지를 꺾었다가 즉사했다는 영험담 등이 이를 말해준다. 일본 가케로마의 한 마을을 예로 들면 북쪽과 동쪽에 산의 신이 거처하는 공간을 설정하고 여기 이르는 길을 '신의 길'이라고 한다. 이 길을 지나 산의 신에게 이를 수 있는 사람은 노로(오키나와권의 무당을 이르는 말)나 쯔가사(야에야마권의 무당을 이르는 말), 혹은 제의 담당자로 정해진 사람뿐이다. 그것도 연중에 1회 혹은 2회의 마쯔리 기간뿐이다. 중국의 경우는 인격신이 주로 등장한다. 종교적 대상이 정치적 대상과 습합되는 경우가 많다. 한국 서남해에서도 인격신들이 등장하지만 더불어 살던 이웃들을 등장시키는 사례가 많다. 이들 모두 영구적 보전공간과 일시적 보호공간, 의례 기간 동안의 한시적 보호공간 등으로 마을권역을 설정하여 보호한다. 중국의 경우, 사찰의 승려가 이 역할을 담당하고, 한국이나 일본의 경우 무당이나 마을에서 선택받은 사람(생기복덕을 봐서 가장 깨끗하다고 판단되는 사람을 선정하는 것이 관례다)이 담당한다. 관리의 기술은 공간의 성역화다. 성역화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각종 의례적 설정과 음악의 연행이다. 이것이 각 지역 토대 음악으로 연결된다. 한중일 성소는 기후변화 대응과 생태환경 보존이라는 측면에서 다시 주목해야 할 공간이다. 이를 성소의 재영토화란 맥락으로 추적해봤다.

남도인문학팁

신안, 완도, 진도 당제에 나타나는 신격들

신안군의 당제에 나타나는 이들을 신격별로 나누어보면, 당할아버지20, 당할머니24, 칠성신2, 장성할아버지1, 장성할머니1, 문신1, 마부신1, 산신할머니2, 선왕신1, 동자신1, 잡신5, 산신령2, 쥐신4, 소저애기씨1, 총각1, 성조신1, 미륵장군1, 강남대별상1, 당각씨1, 도령님1, 용왕님4, 사대천왕1, 후사직신1, 주조엽신1, 풍백1, 우사1, 노사신1, 보살님1, 대사1, 상좌1, 스님1, 당신님1, 백야도신1, 딸1, 안지심1, 밭지심1, 아들1, 오방신장2, 샘각시1, 목신1, 자물쇠신1 등으로 나타난다. 제일은 정월 초하루에서 초사흘까지가 가장 많다. 제당의 형태는 당나무나 당숲의 수목이 가장 많다. 이외 장승이나 입석, 당집 등이 나타난다. 완도군의 당제 신격은, 당할머니 단독인 경우가 24, 당할머니, 당할아버지 양위가 11, 기타 자연신격으로는 마을수호신이 2, 산신1, 성주신1, 동수영감님1, 최씨당할머니1, 무주지신1, 화상할매1 등이다. 인격신으로는 장보고, 송징, 정년장군, 혜일대사 등이 각1로 나온다. 따로 용왕제라고 부르는 신격을 보면, 용왕이 11, 사해용왕 및 해신 등을 합하여 7위, 철마1 등이다. 진도는 산신12, 당할머니9, 당할아버지3, 당산할머니3, 당산할아버지1, 잡신3, 거리지신1, 동궁전하1, 리거혼1, 교가지신1, 임자없는 귀신1, 동네신령님1, 손 없는 귀신3, 사도세자1, 두레박1, 가구무사신1, 잡신4, 제사 없는 사람1, 장성1, 샘각씨1, 토지지신3, 손 없는 할아버지1, 손 없는 할머니1, 기로대신1, 사두세자1, 호남대별1, 천신3, 지신4, 사직2, 강구지신1, 미륵대불1, 성황1, 세자대군1, 오방신장1, 용왕님3, 객신1, 거리대신1, 왜류산신1, 뽕할머니1, 후토신2, 거리3, 본향2, 열성대신2, 산천대신1, 리사지신1, 아라1, 마라1, 나라대신1, 촌려지신1, 산천1, 당함씨1, 당할매1, 무주고혼1, 도랑신님1, 방황하는 신1, 명산후토지신1, 입도선조1, 덕자 하나씨1, 도암 산신령1, 달마산신1, 남지1, 성황1, 노산산신령1, 수호천룡1, 황천후토신1 등으로 나타난다. 이상의 자료는, 각, 신안, 완도, 진도의 문화유적(목포대박물관 간)에서 발췌했고 내가 직접 조사한 마을사례들을 포함시켰다. 경관은 모두 숲(산, 마을, 바닷가), 나무, 샘을 토대로 하되 건축물이 부가되고 신격은 양위(음양의 의미)를 기본 삼지만 단독신위들의 변형이 있다.

반월도 당숲 우실 원경

미야코지마 미스미 우타키, 교육위원회 공인 애플리케이션 아얀쓰에서 발췌

반월도 당숲 우실

보길도 예송리 당제

여서도 윗당 전경

여수 대경도 외동 당산

오키나와 우루마시 우타키, OKINAWA CLIP에서 발췌

완도 장좌리 당제(사장나무)

중국주산군도 락가도 사묘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