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입은 사람들 위로하는 만두 한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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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상처입은 사람들 위로하는 만두 한 입
리뷰 /김성녀 모노드라마 '맛있는 만두 만드는 법'
  • 입력 : 2019. 07.07(일) 16:54
  • 양가람 기자

연극 '맛있는 만두 만드는 법'이 지난 3일부터 7일까지 유·스퀘어 문화관 동산아트홀 무대에 올랐다. 사진은 무대 위에 설치된 세탁소 '야래향'의 세트 모습.

"진우야, 맛있는 만두 만드는 방법 아냐? 바로 배고플때 누군가와 함께 먹는 것이란다."

지난 6일 오후 7시 유·스퀘어 문화관 동산아트홀에 연극 '맛있는 만두 만드는 법'이 올랐다. '맛있는 만두 만드는 법'은 연극계의 대모 김성녀(68·여) 씨가 펼치는 1인극으로 공연 전부터 많은 입소문을 탔다. 노모의 손을 붙잡고 온 딸부터 팔짱끼고 앉은 연인까지 동산아트홀 객석이 하나둘 찼고, 무대 옆에서 빈 박스를 든 배우가 등장했다.

재개발로 인해 철거될 예정인 세탁소 '야래향'. 영순(김성녀 분)은 세탁소를 떠나기 전날 물품을 정리한다. 4년 전 맡겨져 주인을 찾지 못한 옷부터 꽃이 수놓인 치파오 등 세탁물과 낡은 트렁크엔 저마다의 사연이 배어있다. 서른이 됐을 아들에게 만두를 빚어주는 영순에게도.

연극 '맛있는 만두 만드는 법'에 모노드라마는 지루하다는 수식은 적용되지 않는다. 배우 김성녀는 '야래향'부터 퀸의 노래까지 10여곡을 라이브로 소화하면서 홀로 무대의 여백을 꽉 채운다. 그의 목소리는 때론 디즈니 만화의 OST처럼 맑고 여리면서도 때론 뮤지컬처럼 화려하고 힘이 넘친다. 무엇보다 연극의 별미는 무대 위에서 배우가 직접 만두를 빚고 굽는 장면이다. 영순의 긴 독백 동안 지글지글 구워진 만두는 관객들의 귀와 코를 자극한다. 영순이 만두를 한 입 베어물 땐 관객도 함께 영순의 허기진 영혼을 위로했다.

"엄마가 얼마나 외로웠는데, 얼마나 괴로웠는데…."

자식의 기일에 만두를 빚는 어머니의 모습은 많은 관객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만들었다. 영순이 '야래향'에서 돌아오지 않은 아들과 함께 한 마지막 만찬 뒤로 맑게 갠 하늘이 비친다. 빨랫줄에 걸린 하얀 옷들 위로 살랑살랑 바람이 일며 '야래향'에 불이 꺼진다.

연극이 끝나고 배우 김성녀 씨가 객석 앞으로 와 마지막 무대 인사를 했다.

배우 김성녀 씨의 제자라는 국악인 윤영진(27) 씨는 "대학에서 선생님으로부터 많은 가르침을 받았다. (선생님의) 연극을 볼 때 만큼은 선생님이 아닌 어머님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오늘 공연에서도 많은 걸 배워간다"고 말했다.

아들을 가슴에 묻은 어머니를 사실적으로 표현한 배우 김성녀 씨는 "나 또한 누군가의 어머니"라며 "자식 잃은 부모에게 위로되기보단 함께 한다는, 잊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작품에 임했다"고 말했다.

연극 '맛있는 만두 만드는 법'은 인기 연극 '벽 속의 요정'에 이어 그녀의 세 번째 모노드라마다. 2005년엔 연극 '벽 속의 요정'을 초연했고, 2017년엔 1인 뮤지컬 '엄마의 노래'에 참여했다. '배우의 무덤'이라고 불릴만큼 모노드라마는 관객들이 지루해 할 가능성이 높은 장르지만 그녀는 과감하게 도전했다.

그녀는 "'벽 속의 요정'은 1인 32역이었고, '맛있는 만두 만드는 법'은 1인 1역이다. 대하드라마와 단막극인 셈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번 작품이 훨씬 어려웠다. 그만큼 인물에 대한 깊이있는 분석과 이해, 공감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디지털 시대에 연극은 영원한 아날로그"라며 "'예향의 도시' 광주에서 연극을 찾는 이들이 줄고 있어 안타깝다. 광주만의 멋과 정이 담긴 작품도 많이 나오고 관객들의 관심도 이어졌으면 한다"고 연극계의 대모로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글·사진=양가람 기자

분장실에서 만난 배우 김성녀 씨가 미소를 짓고 있다.

양가람 기자 garam.ya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