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민한의 동시대 미술 수첩>동시대미술의 눈으로 영상설치 작품을 바라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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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민한의 동시대미술 수첩
장민한의 동시대 미술 수첩>동시대미술의 눈으로 영상설치 작품을 바라보다.
장민한 (조선대학교 교수·미학)
  • 입력 : 2019. 06.18(화) 13:35
  • 편집에디터

최근 우리 지역에서 개최된 전과 <물, 생명, 상상력>전을 살펴보면서 영상설치 작품이 우리 세상을 포착해내는 다양한 방식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현대미술과 다르다고 할 수 있는 동시대미술의 특징을 한 가지 말해보자면, 그것은 단연코 '주제에 적합한 소통 방식 찾기'일 것이다. 백남준의 로 대표되는 초기 영상설치 작품 이후, 오늘날까지 다양한 형태로 발전되어 온 영상설치 작품은 어떤 미술 장르보다 주제 의식이 뚜렷한 장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유형의 작품들은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영상과 여러 매체를 동시에 사용한다. 영상 작업의 소통을 극대화하기 위해 설치 작업을 하기도 하고, 그 반대로 설치 작업의 의미를 명확히 전달하기 위해 영상을 사용하기도 한다. 여기서는 위에서 언급한 전시에 참여했던 세 작가의 영상설치 작품을 분석하여 그 작품들의 예술적 가치와 영상설치 장르의 특징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동시대미술의 꽃, 영상설치 작품이 비가시적 세계를 보여주는 세 가지 방식

국윤미술관 전 2019. 5. 10 – 6. 9.

조선대학교미술관 <물, 생명, 상상력>전 2019. 5. 29. - 7. 28.

전과 <물, 생명, 상상력>전은 둘 다 하나의 주제를 표방하는 단체전은 아니지만, 참여 작가들의 면면이나 전시 완성도로 볼 때 2019년에 개최된 기억할만한 전시로 언급될 것 같다. 국윤미술관에서 개최된 전은 우리 지역을 대표하는 미디어아트 작가 10명의 독자적인 작업 세계를 보여주는 전시이다. 'RGBist'는 전시명이자 '빛을 활용한 작가들의 모임' 이름이기도 하다. 김명우, 나명규, 문창환, 박상화, 유지원, 이이남, 이정기, 임용현, 정선휘, 정운학 작가가 참여했다. 이들은 모두 비디오, 광원, 설치 작업 등을 이용해 자신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조선대학교미술관에서 개최된 <물, 생명, 상상력>전은 2019광주FINA세계수영선수권대회 기념 전시로서 물과 생명을 화두로 삼아 예술적 상상력을 보여주고 있는 작가 7명을 초대한 단체전이다. 금민정, 김인경, 김형종, 박상화, 박선기, 정기현, 황중환 작가의 설치 혹은 영상설치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주제 의식이 명확한 한국의 대표 설치작가들이 만든 완성도 높은 작품들을 감상할 기회가 될 것이다.

영상설치 작품은 동시대미술의 꽃이라고 할 수 있다. 동시대미술은 특정 주제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소통하는가의 문제에서 그 핵심 가치를 찾을 수 있는데, 영상과 설치의 조합은 그 어떤 미술 매체보다 이 문제에 충실하게 접근할 수 있다. 동시대미술에서 영상 작업은 점점 중요성을 더해가고 있다. 그 주된 이유는 영상 매체의 뛰어난 세계 묘사 능력과 스토리텔링 능력이 글로벌 시대에 소외되어 살고 있는 소수자 삶의 가치와 감수성을 표상하는데 적합하기 때문이다. 이와 동시에 진행되는 설치 작업은 작가의 의도대로 영상 이미지에 관객이 적극적으로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수행한다.

위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 중 금민정, 박상화, 임용현 작가의 작품을 통해 영상설치 작업의 특성과 가치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다. 세 작가 모두 영상설치 작업을 주 작업으로 삼고 있다. 비가시적인 것을 가시적으로 제시하려고 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세 작가는 설치 작업의 역할을 각각 다르게 설정하고 있다. 세 작가 모두 영상 이미지의 몰입을 위해 설치작업을 이용하지만 그 방식은 작가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금민정-화전림

금민정-화전민의문

금민정-화전민의벽

금민정 작가 – 화전민의 세계로 인도하는 수단으로서 영상과 설치 작업을 동시에 수행함

금민정 작가는 영상작업의 의미를 강화하기 위해 설치작업을 이용한다. 그의 대표작인 <숨 쉬는 벽> 작품은 '벽이 숨 쉬는' 영상 이미지를 해당 피사체인 실제 벽에 투사함으로써 그 공간 자체에 대한 작가의 여러 감정을 효과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만약 그가 그 영상을 일반 스크린에 투사했다면 의도한 효과를 얻기 힘들었을 것이다. 이번 전시에 출품한 <화. 전. 림> 작품은 화전민 터 곳곳에서 발견된 화전민의 흔적 속에서 그들의 삶이 투영되고 있다는 것을 작가가 감지하고, 그것을 가시화하려는 작업이다. 이 작품은 영상 작업이긴 하지만 화전민 지역의 실제 벽면이나 공간에 영상 이미지를 투사한 작품은 아니다. 따라서 영상 이미지와 해당 실제 공간의 병치에서 오는 강력한 소통 효과는 거둘 수 없다. 작가는 대체 수단을 찾는다. 그는 화전민의 실제 삶의 흔적을 보여주는 설치 작업을 통해서, 예컨대 화전민들이 쓰던 도구 등을 영상 작업과 동시에 보여줌으로써 관객을 화전민의 세계로 인도하고 있다. 그의 설치 작업은 작가가 이야기하고 싶은 비가시적 세계로 관객을 초대하는 데 도움을 주는 역할을 수행한다고 볼 수 있다.

박상화-무등판타지아-사유의 가상정원 일부

박상화-무등판타지아-사유의 가상정원

박상화 작가 – 영상물이 여러 층의 영사막에 투사됨으로써 이상향이 하나의 실체로서 우리 눈앞에 구현됨

박상화 작가는 이번에 출품한 <무등판타지아-사유의 가상정원>작품에서 관객이 무등산 사계 영상에 완벽하게 몰입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그는 자신의 찍은 영상을 여러 충의 반투명 영사막에 투사하는 방식에서 그 답을 찾는다. 이러한 방식으로 투사된 영상 이미지는 스크린에 투사된 2차원의 이미지가 아니라 스스로 이미지를 변화시키는 3차원의 설치물처럼 보인다. 마치 어떤 미지의 존재자가 관객 앞에서 자신의 위용을 드러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번 작품의 목표는 직접 촬영하여 편집한 무등산 사계의 아름다운 이미지를 보여줌으로써 힘든 일상에서 지친 관객에게 휴식과 위안을 주는 것이다. 작가는 관객들이 이 동영상에 몰입하여 즉각적으로 만족을 느낄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여러 겹의 영사막 설치 작업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투사된 이미지는 단순한 자연 풍광 이미지가 아니라 우리가 마땅히 누려야할 이상향이 우리 눈앞에 구현된 것으로 읽혀진다. 그의 설치 작업은 영상 이미지에 몰입시키기 위한 장치를 넘어서 그 자체가 하나의 상징물이 된다.

임용현-Who is you_001

임용현-Who is you_가변크기_Interactive Video_2018

임용현 작가 - 자아에 대한 성찰을 유도하는 효과적인 수단으로서 인터랙티브 설치를 이용함

임용현 작가는 인터렉티브 영상설치 작업을 통해 관객이 작품 주제에 몰입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번에 출품한 작품에서는 디지털 시대의 자아 정체성과 관련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오늘날은 디지털 기술을 이용하여 자기의 이미지를 쉽게 조작할 수 있는 시대이다. 그는 온라인 속의 자아와 실제 자아 중 어느 것이 더 나다움을 잘 보여주는지에 대해서 3D프로젝션 맵핑 작업과 인터랙티브 작업을 통해 효과적으로 문제 제기하고 있다. 관객이 스크린 앞에 서면, 움직임에 따라 자신의 복제 이미지 2개가 여러 형태로 변화된다. 어떤 경우에는 온라인상의 복제된 자기 이미지가 현실의 자아보다 더 자신답게 보이기도 한다. 이 작품을 통해 관객들은 디지털 시대의 자아 정체성에 대해 성찰할 기회를 갖게 된다. 그의 인터랙티브 설치 작업은 작가가 제시한 문제에 몰입하도록 유도하는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자아에 대한 성찰을 유도하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인터렉티브 작업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