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시민군 아들 곁으로… 윤상원 열사 부친 윤석동 씨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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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시민군 아들 곁으로… 윤상원 열사 부친 윤석동 씨 별세
윤석동 ‘임을 위한 행진곡’ 주인공 윤상원 열사 부친||전 5·18민주유공자유족회장으로 진상규명 위해 헌신
  • 입력 : 2019. 06.16(일) 17:05
  • 곽지혜 기자
5·18시민군 대변인 윤상원 열사의 부친 윤석동 전 5·18민주유공자유족회장이 향년 93세로 16일 오전 9시51분 별세했다. 사진은 지난해 국립 5·18 기념식에 참석한 윤석동 전 회장. 뉴시스
"아들(윤상원)의 삶은 역사를 위해 희생된 인생이다. 역사는 그리하여 발전한다."

5·18 당시 시민군의 대변인으로 마지막까지 전남도청을 지켰던 윤상원 열사의 부친 윤석동 전 5·18민주유공자유족회장이 16일 오전 9시 51분 향년 93세로 별세했다.

윤 전 회장은 지난 1990년부터 1991년까지 5·18민주유공자유족회장을 맡아 전두환씨의 서울 연희동 자택 앞을 찾아가 농성을 하는 등 5·18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헌신했다.

아들을 먼저 떠나보내며 가슴에 뚫려버린 구멍이 메워지지 않는 날에는 평생 일기장으로 써온 농사일지에 아들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을 써 내려가곤 했다.

고인이 지난 1988년 쓴 일기에는 "벌써 8년 전. 그때 일을 회상하면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느끼지만, 세월이 흐르니 아들(윤상원)이 폭도란 누명을 씻고 명예가 회복돼 가고 있다. 상원이가 살아 있는 것 같기도 하지만 그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고 쓰여 있다.

1997년 12월20일 전 씨가 사면 복권됐을 때는 "과거를 반성하고 국민 대통합에 협력해 주기를 바란다"고 적기도 했지만, 지난 3월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형사재판을 받기 위해 광주에 온다는 소식에는 "나쁜 놈은 나쁜 놈대로 벌을 받아 죄를 안 짓고 살아야지"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윤상원 열사도 고인의 영향을 받아 초등학교 때부터 생을 마치기 직전까지 일기를 써서 남겼다고 알려졌다.

윤상원 열사는 1980년 5월27일 새벽 옛 전남도청에서 계엄군과 맞서 싸우다 숨졌다. 1982년 4월 윤상원과 그의 들불야학 동지 박기순의 영혼결혼식 넋풀이를 위해 만들어진 노래가 '임을 위한 행진곡'이다.

신장투석 등 수년간 지병을 앓아온 고인은 지난해 5월 휠체어를 타고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아들의 비석을 어루만졌다. 당시 고인은 "인자 곧 죽을 것 같아 마지막으로 아들 비석을 만져보고 싶어 왔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지난 15일 고인은 직접 손글씨로 "내일 간다"라고 적은 뒤 자녀들에게 "고생했다. 감사하다"라는 말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은 배우자 김인숙씨, 아들 웅원(대원건업)·태원(㈜한양 전무)씨, 딸 정희·경희·덕희(봉주초 교사)·승희씨, 사위 전남구·이기홍·나창영(목포대)·송인엽(대구광역시청) 등이 있다.

빈소는 광주 서구 매월동 VIP장례식장 301호이며 발인은 18일 오전 9시다.

곽지혜 기자 jihye.kwa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