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노휘의 길 위의 인생 3> 드디어 다이브 마스터 훈련생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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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노휘의 길위의 인생
차노휘의 길 위의 인생 3> 드디어 다이브 마스터 훈련생이 되다
차노휘( 소설가·도보여행가)
  • 입력 : 2019. 06.06(목) 14:58
  • 편집에디터

줄리아와 조나단과 함께.

1. 줄리아

수심 15m에서 나를 마주 보며(변기에 앉은 자세로 뒤돌아보며) 이끄는 줄리아의 입술은 하얗게 질려가고 있었다. 하지만 마스크 속 두 눈은 강렬했고 한시도 내게 눈을 떼지 않으면서 수신호를 보냈다. 입수 전 그녀가 말했다.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으면 물 밖으로 바로 나올 수 있어요. 오픈워터는 최대 수심이 18m밖에 되지 않거든요. 정말로 문제가 생기면 급상승해도 죽지 않을 깊이라는 거죠. 하지만 나오고 그렇지 않은 것은 정신력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강사라고 해서 물속이 두렵지 않은 것은 아니거든요. 견디는 거죠. 자꾸 올라가는 버릇하면 수심 30~40m에서는 어떻게 하죠?"

그녀는 조나단의 아내 줄리아(그녀도 강사다)였다. 장비 교육을 받을 때 너무나 똑떨어지는 설명에 살을 베이는 듯한 날카로움이 느껴져서 심리적인 거리를 두고 있던 참이었다.

체형 또한 지방 없이 팔다리가 긴 미인이다. 체형을 굳이 언급하는 것은 체온과 관련이 있어서다. 물속에서는 지상보다 열손실이 20~30배 빠르다. 지방이 없는 그녀의 체온은 손실이 더 클 수밖에 없었다.

그녀와 첫 다이빙을 할 때 물 공포증이 있는 내가 보기에도 안쓰러울 정도로 입술이 하얗다 못해 시퍼렇게 변해가고 있었다. 10년 이상 관록 있는 프로도 다이빙할 때마다 매번 긴장한다는 것!

'그래, 나도 할 수 있어. 그까짓 것 뭐!'

오기가 생겼다. 그녀의 약함(?)이 나를 강하게 했다. 나는 가슴이 두근거리면서 답답했지만 줄리아의 눈만 보며 따라갔다. 전날 실패했던 5m, 10m, 12m를 성공적으로 끝냈다. 입수했던 장소로 되돌아왔을 때는 그녀가 나를 바로 출수시키지 않았다. 물 바닥에 앉히더니 잡고 있던 코를 놓게 했다. 내게 입으로 호흡하는 방법을 다시 가르쳐 주었다.

모든 교육을 마치고 호흡기를 뺐을 때였다. 호흡기가 빠질까 봐 얼마나 꽉 깨물었는지 마우스피스 안쪽에 피가 묻어 있었다.

조나단이 아니라 줄리아의 교육생이 되었다. 웨이트는 9kg에서 7kg까지 줄였다. 오픈워터(기초)가 물속 적응이라면 어드밴스(기초 심화)는 섬세한 중성부력을 익히는, 기술적인 측면에 중점을 더 두는 교육이다. 적정 웨이트 찾기, 보조호흡기로 공기 나눠 사용하기, 호흡만으로 중성부력(호버링 ; Hovering) 찾기 등. 그녀와 물속 기술을 익혀갔다.

어드밴스 마지막 과정으로 수심 30m가 넘는 딥 다이빙을 할 때에는 즐기기까지 했다. 30m가 넘으면 질소마취가 올 수 있다. 질소마취는 술이 취한 듯 몽롱해지거나 급격하게 불안해져서 판단과 행동이 정확하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심하면 마스크나 호흡기를 빼버리는 경우도 있다. 이런 상태 체크를 위해서 우리는 30m 수심 바닥에 앉아서 '숫자 15 합하기' 게임을 했다. 줄리아가 손가락으로 7을 만들면 내가 8을 채워서 합을 15로 맞추면 된다.

지상에서 연습할 때는 틀린 숫자를 제시하곤 했는데 물속에서는 승부욕에 불 타 눈을 커다랗게 뜨고는 아주 명료하게 대처하더란다(줄리아 뒷담). 이날 딥 다이빙 최고 수심은 35.2m였다. 줄리아가 두 번 져서 내가 군밤을 두 번 다 때렸다. 무사히 어드밴스 과정을 수료했다. 하지만 교육이 끝났을 때는 홀가분함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결정을 해야 했다.

2. 다이브 마스터 또는 마스터 스쿠버 다이버?

한국에서 이곳으로 올 때는 다이브 마스터(DM)가 될 계획이었다. 막연하게 다이빙을 잘하고 싶어서 결정했다. 두 달 정도 훈련하면 마칠 수 있다고 해서 그만큼 여유를 두고 항공권을 구입했다.

막상 상담하고 보니 내가 알던 것과는 달랐다. 순수하게 교육만 받는 것이 아니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나 5시까지 센터에 머문다. 교육생들 교육 보조, 고객 관리, 뒷정리 및 이론 공부 등을 한다. 교육생들이 다이빙을 하러 가면 따라가서 거든다. 그러다 보면 정말 익히려고 하는 스페셜티(심도 있게 다이빙 기술을 습득하는 것)를 놓칠 수도 있겠지 싶었다.

다이브 마스터 외에 마스터 스쿠버 다이버(MSD)가 되는 길도 있다. 마스터 스쿠버 다이버는 아마추어 다이버가 오를 수 있는 최고의 자리이다. 이것 또한 레스큐(구조)와 스페셜티 5개는 기본적으로 있어야 한다. 레크리에이션 다이버이기 때문에 전문적인 다이버가 되는 DM과 달리 지도자(Instructor) 과정으로 이어질 수는 없다.

다음날 줄리아에게 어드밴스 끝난 뒤 적절한 교육으로 레스큐일 것 같아서 그것부터 물었다. 어떻게 해서든 교육을 계속 받고 싶었다. 홀로서기는 아직 일렀다.

"레스큐 자격증을 따려면 일단 다이빙 횟수가 기본적으로 40깡은 되어야 해요. 지금 어드밴스 끝나면 9깡인데, 솔직히 제 몸도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데 누굴 구하겠어요?"

그랬다. 아무나에게 구조를 맡길 수는 없었다. 깡 수를 채우려면 펀 다이빙을 다녀야 했다.

펀 다이빙은 교육이 아니다. 4명 이상 모였을 때 현지인 가이드를 따라 좋은 포인트에서 다이빙을 하는 것이다. 내게도 버디(짝꿍)가 생기겠지만 실력은 다를 것이다. 무엇보다 줄리아처럼 세심하게 챙겨줄 버디가 어디 있겠는가. 다들 제 돈 냈으니 독립적으로 다이빙을 즐기려고 하지 않을까. 그동안 줄리아와 형성했던 일체감이 내심 분리되는 것이 두렵기도 했다.

전날 고민했던 것들을 그녀에게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이왕 할 것 DMT 과정을 밟는 것이 어때요? 교육생 챙기고 따라다니는 것이 조금 재미없지만 실력은 금방 늘어요. 하루에 3깡도 가능해서 깡 수 채우기도 좋고요. 비용도 결과적으로 적게 든다고 봐야 해요(비용은 조금씩 차이가 있어서 밝히지 않을 예정이다). 펀 다이빙이 공짜거든요. 충분히 하실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동안 잘해왔으니깐."

줄리아의 조언을 듣고 고민에 또 빠졌다. 교육을 받지 않으면 두 달이라는 다합에서의 시간이 '붕' 뜰 것 같았다. 그보다 더 내가 가장 고민하는 것은 '관계'였다.

마스터 다이버 자격증은 협회에 소속된 강사가 교육과 자격 인증에 관한 주요 권한을 갖는다. 조나단과 줄리아가 이에 해당된다. 자격증을 받으려는 사람과 인증하는 사람이 한 공간에 있다 보면 아무래도 '갑'과 '을'의 관계가 형성될 것이다. 훈련이 있든 없든 센터에 9시에 출근해서 5시에 퇴근해야 하니 그 부대끼는 시간만큼 밀접한 관계를 맺지 못하면 힘들 수도 있다는 말이다. 무엇보다 나는 예민했고 자존심이 강했으며 조직 생활에 서툴렀다.

너무 많은 경우수를 두다보니 머리가 복잡해졌다. 일단 실력 향상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생각을 단순화했다. 결정은 내 몫이었다. 조나단에게 문자를 보냈다.

'DMT 과정을 밟겠어요. 빠르면 빠를수록 좋겠죠? 내일부터 시작할 수 있나요?'

인터넷이 잘 터진다는 2층 Mojo 카페에서 내려다본 다합 거리는 베두인과 웨트슈트 혹은 비키니 입은 여자들이 섞여서 활보한다.

아랍여인이 그려진 벽화1.

아랍여인이 그려진 벽화2.

라이트하우스 해안가를 따라 카페가 늘어서 있고 많은 사람들이 일광욕을 즐기거나 수영을 한다.

차노휘 : 소설가, 도보여행가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