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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돈삼의 마을이야기 >영광 낙월마을
이돈삼 여행전문 시민기자·전라남도 대변인실
  • 입력 : 2019. 05.09(목) 15:03
  • 편집에디터

낙월소재지 풍경

영광 낙월마을

낙월도(落月島)로 간다. 낙월도는 전라남도 영광군 낙월면에 속한 섬이다. 안마도, 송이도보다 작은 섬이지만 면의 소재지다. 면적이 128만㎡. 상낙월도와 하낙월도로 나눠져 있는데, 두 섬이 다리(진월교)로 연결돼 있다. 달이 지는 섬이라고 '진달이 섬'이라 불렸다.

신라와 당나라의 나·당연합군에 의해 백제의 운명이 다할 무렵의 이야기다. 백제의 왕족이 배를 타고 바다로 피신했다가 항로를 잃고 헤맸다. 그때 달이 섬 뒤로 졌다고 '진달이'라 했다는 설이 전해진다.

다른 얘기도 있다. 법성포에서 보면, 이 섬 위로 달이 지는 모습이 바다로 달이 떨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섬의 생김새가 지는 달처럼 생겼다고 '진달이'라 했다. 여하튼 달과 연관되는 낭만적인 섬이다.

낙월도로 가는 배를 영광군 염산면 향화도항에서 탄다. 포구에 높이 111m의 칠산타워가 세워져 있다. 무안 도리포와 칠산 앞바다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다. 배는 오전 7시 30분, 10시 30분, 오후 3시 30분 세 차례 있다. 낙월도까지 1시간 10분 남짓 걸린다.

배를 타고 가서 낙월도에 내리면 새우와 관련된 표지석이 보인다. 상낙월에도, 하낙월에도 새우의 고장임을 알리는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여기서 잡은 새우로 5월에 담근 오젓과 6월에 담는 육젓, 겨울에 맛볼 수 있는 동젓은 임금에 올리는 진상품이었다. 일제강점기에는 말린 새우를 군수품으로 징발당하기도 했다.

새우잡이가 번성했을 때는 낙월도와 임자도를 중심으로 근해에서 잡은 젓새우가 우리나라 생산량의 50%를 차지했다. 섬도, 바다도 흥청거리면서 낙월도를 먹여 살렸다. 그때 낙월도의 인구가 5000여 명에 달했다. 지금은 300여 명이 살고 있다.

그 새우를 잡던 배가 멍텅구리 배다. 낙월도 사람들의 애증이 서린 배다. 엔진도, 돛도, 노도 없는 목선이다. 스스로 움직일 수 없어 동력선이 바다로 끌고 나가 닻을 내렸다. 그리고 몇날 며칠, 길게는 몇 달까지 조업을 했다. 하여, 새우잡이 배에 팔려 가면 돌아올 수 없다는 과장 섞인 말도 있었다.

배는 조류의 변화가 많은 바다에 그물을 쳐놓고, 조류를 따라 이동하는 새우를 잡았다. 그물이 조류에 휩쓸리지 않도록, 또 오랫동안 내려놓은 닻이 녹슬지 않도록 나무로 만든 대형 닻을 사용했다. 이 배가 포구로 돌아오면, 배 안 가득 돈을 싣고 온다고 '돈배'로 불렸다.

멍텅구리배는 지금 다 사라지고 없다. 대형 사고가 계기였다. 1987년 태풍 셀마가 낙월도를 덮쳤다. 그때 이 배 12척이 침몰하고 선원 53명이 희생되는 사고가 있었다. 주민들은 잘못된 기상예보 탓이라고 믿고 있다.

그 사고 이후 멍텅구리배의 안전과 선원들의 인권문제가 제기됐다. 1995년부터 정부에서 보상을 해주고 다 없앴다. 지금은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목포해양유물전시관 앞에 1척이 전시용으로 남았을 뿐이다.

멍텅구리배가 사라지면서 번성했던 낙월도가 쇠퇴하기 시작했다. 인구도 부쩍부쩍 줄었다. 태풍 셀마에 희생된 선원들을 위로하는 위령비가 상낙월도 포구에서 가까운 월암정 옆에 세워져 있다.

멍텅구리배를 대체한 새우잡이 배가 닻배와 팔랑개비배다. 닻배는 긴 자망을 이용해 물때에 따라 새우를 잡는다. 팔랑개비배는 멍텅구리배의 그물과 비슷한 정치망을 새우가 많은 곳에 설치해 잡는다.

낙월도에서 이 배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갈매기들이 무리지어 있는 곳에는 어김없이 그 배가 있다. 포구에서 어부들이 새우와 잡어를 분리하고, 크기별로 고르면서 먹을거리가 넘쳐나기 때문이다. 바다에서 갈매기 군단을 끌고 오는 배도 틀림없이 새우를 잡아오는 배다.

새우잡이 배가 들고나는 상낙월 포구에서 배를 정박시켜 놓고 새우 선별작업을 하는 어부들을 볼 수 있다. 햇볕에 말려지는 새우도 보인다. 포구에는 수석을 전시해 놓은 작은 화단이 조성돼 있다. 수석도 그냥 돌이 아닌, 검은빛으로 다양한 무늬를 띄는 묵석(墨石)이다.

낙월도는 묵석의 산지다. 오래 전에는 방문객들에 의해 육지로 많이 반출됐다. 지금은 법으로 금지돼 있다. 낙월도 여기저기에서 묵석을 쉽게 볼 수 있다. 수석으로 아예 벽을 올리고 담장을 쌓은 집도 있다.

낙월도를 돌아보는 트레킹 길도 잘 조성돼 있다. '진달이 섬' 낙월도를 제대로 돌아볼 수 있게 해주는 길이다. 하낙월도의 일부 구간만 다소 오르내릴 뿐, 대체로 완만하고 순하다. 남녀노소 누구라도, 가족과 함께, 연인과 함께 걷기 좋은 길이다.

면사무소와 파출소, 보건지소가 있는 상낙월도 길은 포구에서 달바위, 몽돌로 이뤄진 재계미해변, 후박나무가 숲을 이룬 땅재, 큰갈마골해수욕장, 바위 두 개가 솟아있는 쌍복바위를 돌아 포구로 이어진다.

하낙월도 길은 전망이 좋은 장버래쉼터를 거쳐 작은골, 당너매, 할미골, 외양마지로 이어진다. 상낙월도와 하낙월도를 연결하는 다리를 건너서 두 코스를 다 밟으면, 섬을 한 바퀴 도는 것이다. 2∼3시간이면 다 돌아볼 수 있다. 뉘엿뉘엿 하늘거리면 온종일 걸리기도 한다.

가장 풍광이 좋은 곳은 하낙월도의 외양마지다. 갯바위 낚시를 즐길 수 있는 바위 해안이다. 바닷바람을 맞고 자란 방풍나물이 바위에 지천이다. 외양마지와 상·하낙월도를 이어주는 진월교, 상낙월도가 함께 어우러져 멋스럽다.

하낙월도 포구에서 장버래 쉼터로 가는 길에서, 지금은 거의 사라진 초분도 만난다. 겉모습으로 봤을 때 몇 년 된 초분처럼 보이지만, 벌써 20여 년이 넘었다. 본장 계획도 현재는 갖고 있지 않다고 한다.

낙월도는 벼농사를 짓지 않는 섬이다. 논이 없다. 당연히 볏짚이 나오지 않는다. 낙월도 밖에서 볏짚을 구해 와 초분을 쓴 것이다. 해마다 정성 들여 초분을 돌보고 있는 후손들의 마음이 엿보인다.

길을 따라 섬을 온전히 한 바퀴 돌고 나면 낙월도가 정말 멋진 섬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정겹고 낭만적인 섬이다. 섬 풍광도 예쁘고 호젓하다. 아직 찾는 사람도 많지 않다. 밀월여행하기에 좋은 섬이다.

흠이 있다면, 섬에 음식점이 따로 없다는 점이다. 민박집과 펜션에서 예약을 받아 밥을 해준다. 갖가지 생선에다 음식이 푸짐하게 나온다. 흡사 잔칫상 같다.

간조 때에는 낙월도 뒤쪽 해상에 100㏊ 정도의 넓은 모래등(풀등, 맛등)이 신기루처럼 모습을 드러낸다. 그 풍경을 산책길에서 내려다볼 수 있다. 물때를 맞추면 배를 타고 모래등으로 들어가 맛조개도 직접 잡아볼 수도 있다.

낙월마을 지도

낙월소재지 풍경

낙월소재지 풍경

낙월마을 둘레길 풍경

낙월마을 둘레길 풍경

낙월마을 둘레길 풍경

둘레길 풍경

둘레길 풍경

둘레길 풍경

둘레길 풍경

상낙월 포구

상낙월 포구

새우잡이배의 귀환

새우잡이배의 귀환

새우잡이배의 귀환

새우잡이배의 귀환

새우잡이배의 귀환

새우잡이배의 귀환

방풍나물

방풍나물

외양마지와 주변풍경

외양마지와 주변풍경

외양마지와 주변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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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분

초분

하낙월과 상낙월을 이어주는 진월교

하낙월과 상낙월을 이어주는 진월교

향화도-낙월도 도선

후박나무

후박나무

사고희생자 위령비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