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속 '김충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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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현실 속 '김충남'
  • 입력 : 2018. 10.17(수) 14:02
  • 홍성장 기자

‘김충남’, 코미디빅리그 코너 중 하나다. 충청도 말을 동시통역해주면서 웃음을 준다. 충청도 토박이 회장이 충청도식 의미와 비유가 섞여있다면서 홍보실장이 동시통역을 한다. 기자회견장에 등장한 ‘충남기업’ 김충남 회장이 “지붕 안 무너져요”라면 “앉으라는 이야기다”고 홍보실장이 통역하는 식이다. 회견 중 갑작스레 휴대전화가 울리면 회장은 “괜찮아, 괜찮아, 받어”라고 하면 “받지마 받지마”라고 통역해 웃음을 자아내는 코너다.



말뜻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세태를 풍자하는 코너이기도 하다. 



얼마 전 썩 유쾌하지 않은, 비슷한 상황을 경험했다. 출근길 ‘만원 시내버스’에서의 겪었던 일이다. 출입문 문 첫 자리에 마스크를 한 젊은이가 앉아 있다. 그 좌석 바로 앞에 칠순이 넘어 보이는 할머니 한 분이 서 계신다. 할머니 양손에는 꽤 무거워 보이는 가방까지 들려있다. 누가 봐도 불편한 상황이다. 더욱이 그 친구가 앉은 자리는 노약자 등 교통약자를 배려하도록 정해놓은 자리였다. 



웬걸, 젊은 친구가 꿋꿋하게 자리를 지킨다. 시내버스가 흔들릴 때마다 위태로워 보이는 할머니 모습에도 아랑곳없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안 되겠다 싶었던 할머니, 젊은 친구에게 한마디 던지신다. “어디까지 가신가”. ‘자리를 좀 양보해달라’는 코미디빅리그  코너속 ‘김충남식’ 이야기다. 젊은 친구가 가관이다. 귀찮은 듯 “저요? 문화전당역까지 가는데요”라고 ‘직답’한다. 양보는 애초 그 친구에겐 없는 개념이다. 지켜보고 있자니 정말 불편하다. 아니 그냥  ‘웃픈’ 상황이다.



물론 시내버스에서 사회적 약자에게 양보는 의무는 아니다. 나이가 무기이고, 벼슬이던 시대도 아니다.



‘상놈은 나이가 벼슬’이라는 속담이 통했던 적도 있다. 신분, 재산, 학식 등 내세울 게 없는 ‘상놈’들로선 내세울 게 그나마 ‘나이’밖에 없어 나온 속담일터. 시대가 변한 건 맞다. 나이를 무기로 호통치듯 양보를 ‘강요’하면 서로 불편할 때도 있다. 



그래도 아닌 건 아니다. 누가 봐도 양보를 해주는 게 맞는 상황.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이 아쉬울 뿐이다. 동방예의지국의 그림자다. 

홍성장 기자 seongjang.h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