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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영화 7인의 사무라이 마지막장면 캡쳐. '7인의 사무라이'가 궁극적으로 지켜낸 것은 무엇일까 영화 '7인의 사무라이'만큼 많이 회자된 영화가 또 있을까 싶다. 그만큼 유명한 영화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를 토대로 리메이크된 많은 오마주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1954년 개봉하였으니 우리로 말하면 동족상잔의 화마가 채 가시지 않았던 시기이기도 하다. 세계적인 거장이라는 구로사와 아키라(黒澤明, 1910~1998) 감독의 흑백영화다. 영화의 줄거리나 주제는 일목요연하게 사무라이들의 의기투합과 전쟁을 다루고 있다. '황야의 7인' 등 리메이크된 수많은 영화도 이런 주제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장식하는 모내기다. 사무라이들의 주제와는 별 상관없어 보이는 이 장면이 내게는 대미나 대단원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이 영화를 거론하...
편집에디터2022.05.26 16:19"명량 전투가 끝난 뒤 임준영은 이틀 동안 작전 해역을 수색했다. 나는 임준영에게 전선 2척과 어선 5척, 그리고 군사 50명을 맡겼다. 임준영은 이틀 후 군사를 인솔하고 암태도로 돌아와 보고했다. 임준영은 떠다니는 적의 시체 2000여 구를 건져서 묻었다. 연안 갯벌 쪽으로 다가오는 시체만을 정리했고 원양으로 떠내려가는 시체는 수습하지 못했다." 김훈의 소설 중 일부다. 난중일기를 기초로 쓴 이 소설에는 많은 수사자(水死者)가 등장한다. 해전(海戰)이니 응당 물에 빠져 죽은 이들이 대부분이었을 것이다. 눈을 뜨고 읽기가 난처할 ...
편집에디터2022.05.19 15:41일군의 농악대가 한 집에 이르렀다. 집주인은 안쪽에서 맞이하고 농악대는 바깥쪽에서 연주한다. 4/3박자 리듬이다. 구음보(口音譜)로 적어보니 '깽매 깽매 구갱깽/ 구갱매 깽매 구갱깽'이다. 연주만 하는 것이 아니다. 농악대원들 모두 합창하여 부르는 소리를 들으니 '쥔 쥔 문여소/ 어서어서 문여소'라 한다. 쥔장에게 문을 열어달라는 요청임을 알 수 있다. 꽹과리와 더불어 울리는 악기의 리듬 패턴이 이 요청의 말과 합일하여 공명(共鳴)한다. 이를 '문굿'이라 한다. 마당에 들어선 농악대가 가장 먼저 들르는 곳은 샘이다. 문굿 보다는 더...
편집에디터2022.05.12 16:24영암 가야금산조 테마공원 전경. 영암군 제공 우리 음악을 크게 궁중음악과 민속음악으로 나눈다면, 민속음악은 다시 성악과 기악으로 나눌 수 있다. 성악(聲樂)은 사람의 음성으로 하는 음악을 말한다. 악곡의 종류에 따라서 판소리 등의 창가, 민요, 가요, 가곡, 기타 따위로 구분한다. 연주 형태에 따라서는 독창, 중창, 합창, 제창, 기타 등으로 나누고 기능에 따라서는, 일하면서 부르는 노래, 놀면서 부르는 노래, 종교적인 제의에서 사용하는 노래, 기타 등으로 구분한다. 이 땅에 존재하는 어떤 악기보다 사람의 목소리를 이용한 음악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것은 동서고금이 다르지 않다. 기악(器樂)은 악기를 사용하여 연주하는 형태를 말한다. 연주자의 수에 따라 독주, 중주, 합주 등으로 나누고 표현 형식에 따라 교향곡, 협주곡, 소나타, 실내악곡 등으로 나눈다. 우리 민요의 가창 방식...
편집에디터2022.05.05 15:36첫번째 동굴, 감실이 있는 에고의 방. 이윤선 경악! 바로 그 자체다. 거대한 땅굴, 7년간 매일같이 그것도 혼자서 굴을 팠다. 누가 시켜서 한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돈벌이로 한 것도 아니다. 굴을 다 파놓고도 자랑은커녕 문을 닫아걸었다. 전남 장흥의 사자산 자락, 평범한 시골이지만 굴은 예사스럽지 않다. 깨달음을 얻기 위한 갖가지의 조형물들이 가득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거대한 지하 조각 미술관이라 할 수 있다. 면적 약 500평 규모에 굴 길이만 합쳐도 약 100미터 정도는 될 것 같다. 굴속의 각종 이미지는 부조 중심으로 50가지 정도다. 한 작가의 구도자적 수행공간으로 시작한 특이한 지하 현장이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이 쓴 해설의 첫 대목이다. 4월 초 발행된 신간, '강대철 조각토굴'(살림출판, 2022) 내용이다. 사실 나도 지난해 4월 윤관장을 따라 ...
편집에디터2022.04.28 16:24백제시대 전돌, 부여 외리 문양전 중 산수귀문전-국립중앙박물관 "나의 친우 성번중의 집에 일찍이 귀신의 장난이 있었는데, 초저녁 종이 울릴 무렵에 은은히 서산의 수풀 속에서 나와 돌을 던지기도 하고 불을 붙여 와서 한 여종을 능욕하여 임신이 되었는데 마치 사람과 접촉하는 것 같았다. 민가에 이따금씩 이러한 환난을 만나는 수가 있으니, 의원들이 말하는바 귀태라는 것으로, 백방으로 막으려고 애써도 되지 않는다." 김안로가 지은 야담설화집 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귀태설화(鬼胎說話)라고 한다. 흔히 얘기하는 도깨비 이야기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이를 '두려워하고 걱정함' 또는 '나쁜 마음'이라고 풀이해두었다. 홍나래는 귀태를 이렇게 분석한다. "귀태 이야기 속 주인공은 아비 없이 태어났다는 소문과, 나자마자 세간의 비웃음과 의심의 눈초리를 받는 아이들이다. 그는 철이 들면 마을에 머...
편집에디터2022.04.21 16:22새 정부 들어서면서 변화하는 것 중 하나가 나이 셈법이다. 세계에서 유일한 한국식 나이 셈법이라고 말들이 많았다. 많은 매체가 앞다투어 이를 보도했다. 한 여론조사 발표를 보면, 국제표준인 '만 나이'를 우리 국민 70% 이상이 찬성한다고 한다.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이기도 하고 대다수가 찬성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큰 어려움 없이 '만 나이' 세는 방식으로 바뀌는 듯하다. 중국이나 일본은 물론 심지어 북한까지 '만 나이' 셈법으로 바뀐 지 오래이니 반대할 명분은 많지 않아 보인다. 근자의 설왕설래를 거쳐 코로나 확산과 지원 등의 문제에...
편집에디터2022.04.14 16:33양파수확작업. 무안군 제공 양파를 끝까지 벗기면 무엇이 남을까? 마늘이나 쪽파도 마찬가지다. 씨앗이 들어있는 씨방이 나오는 것도 아니요, 무화과처럼 속으로 핀 꽃이 들어있는 것도 아니다. 끝까지 가면 아무것도 없다. 분명 실체가 있어 벗겨 내려갔는데 마지막 종착지에는 아무것도 없는 공허만이 남아있다. 양파 하면 떠오르는 우화가 도스트예프스키의 '양파 한 뿌리(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1880)'이다. 연구자들에 의하면 이 우화는 지옥에 대한 도스트예프스키의 생각을 함축하고 있다고 한다. 역설적으로 수호천사가 찾아낸 양파 한 뿌리가 희망일 수 있다는 뜻이다. 생전에 선행을 많이 한 사람들과 비교하면 불공정한 것처럼 보일수 있지만, 그럼에도 인간에게는 누구나 양파 한 뿌리 정도의 희망이 있다는 뜻이라고나 할까. 물론 전제가 있다. 마지막 남은 희망일지라도 독식하지 않고 서로 나눌 수 ...
편집에디터2022.03.31 15:59얼른 생각하기에는 신분도 높고 지혜도 뛰어난 오키의 도공들이 만든 품위 있는 다기가 훨씬 뛰어나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조선의 잡기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내가 생각하기에는 역시 결과만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낳게 한 원인과 과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데서 오는 패배일 것이다. 즉 밖으로만 모방할 뿐 안으로부터 그것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은 것이다. 새삼스럽게 조선인처럼 가난으로 돌아갈 필요는 없고 또한 잡기를 만들 필요도 없다. 그러나 맛에 사로잡힌 부자유한 마음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참된 것은 태어나지 않는다. 아...
편집에디터2022.03.24 14:40거시기와 머시기 대처나 참말로 거시기하네야. 저 머시냐 거시기, 그랑께 아무리 그란다고 진짜로 거시기해블믄 어쩌자는 것이여? 여기서의 '거시기'는 무엇을 말할까? 남도 지역에서 '거시기'가 빠지면 대화가 되지 않을 정도다. 거시기는 '너도 알고 나도 아는 것'이다. 작은 단위든 큰 단위든 일정한 공동체가 공유하는 대상이기 때문에, 굳이 특정하거나 지시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대상이나 정서를 말한다. 담화표지(discourse marks) 중에서 이만큼 스펙트럼이 넓은 지시어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사전에서는 이름이 얼른 생각나지...
편집에디터2022.03.17 17:13무안 삼향 초의기념관에 복원된 일지암. 이윤선 연하(烟霞)가 난몰(難沒)하는 옛 인연의 터에/ 중 살림 할 만큼 몇 칸 집을 지었네 못을 파서 달이 비치게 하고/ 간짓대 이어 백운천(白雲泉)을 얻었으며 다시 좋은 향과 약을 캐나니/ 때로 원기(圓機)로써 묘련(妙蓮)을 펴며 눈앞을 가린 꽃가지를 잘라버리니/ 좋은 산이 석양 노을에 저리도 많은 것을. 초의선사가 일지암을 짓고 지은 시라 한다. 일지암을 아는 사람들은 이 시가 형용하고 있는 풍경을 금방 떠올릴 수 있다. 짙은 운무 출몰하는 비경과 초암에 앉아 차 한잔하는 즐거움이 보이지 않는가. 대흥사 일지암이 지금은 운용의 묘를 살린 탓인지 여러 채의 절간들이 들어서 있지만, 그 중심은 예나 지금이나 초암 곧 일지암에 있다. 추사 김정희와 다산 정약용을 비롯한 각양의 인사들과의 교류가 낳은 총화라고나 할까. 여기에 초기 카톨릭의 ...
편집에디터2022.03.10 16:45핼러윈 데이인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세계음식거리에서 핼러윈 분장을 한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문화강국 얘기가 나온 지 얼마나 되었을까? 문화가 기반이 되고 돈이 되는 강한 나라라는 뜻으로 채택한 용어일 텐데, 비전이나 전략이 명료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 지금껏 강국이라는 용어 앞에 붙였던 접두어만 해도 수십 종에 이르지 않겠나. 경제 강국, 글로벌 강국, 녹색 강국, 해양강국 등 균분할 수 없는 크고 작은 접두어를 남발해왔기 때문이다. 아마 김대중 정부시절 지식정보 강국이라는 용어가 사용된 이래, 벤처 강국이니 문화콘텐츠 강국이니 따위의 용어로 확산한 것 아닌가 싶다. 노무현정부 때 문화강국 이야기가 회자되더니, 이명박정부 때 세계 속의 문화강국, 박근혜정부 때 창조경제와 문화융성 기반의 문화강국이란 용어를 사용해온 것 같다. 현재 중국에서 화두 삼고 있는 ...
편집에디터2022.03.03 14:404년 전 무형문화재에 대한 논쟁을 이 지면에 다룬 적이 있다(2018. 8. 24). 원형과 전형 논쟁에 관한 것이었다. 오늘 그것을 다시 환기하는 이유는 그 이름이 명을 다해서라고나 할까. 규정한 법률에 의하면 세시풍속은 물론이거니와 기후 인식이나 갖은 관념들까지 문화재라는 이름으로 담아내려고 한다. 문화재보호법을 제정한 1962년으로부터 지금까지 겪어 온 세월의 변화에 대한 반영이라고 말하는 것이 옳겠다. 대개 원형(原型)과 원형(原形)은 일반인들이 전혀 구분하지 않고 쓴 용어다. 법률이든 관념이든 모두 의식의 본바탕 혹은 무의...
편집에디터2022.02.24 15:14부울경이 한해륙 동남부 지방을 일컫는 보통명사가 되었다. 부산광역시, 울산광역시, 경상남도 지역을 통틀어 일컫는 말에서, 메가시티 전략 혹은 동남권 비전을 담아내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주지하듯이 메가시티는 인구 천만의 경제·행정 도시연합을 말한다. 부울경을 중심으로 급속하게 부상한 아젠다이다. 일본의 오사카나 영국의 맨체스터 등이 거론되는 듯하다. 수도권에 대응해 지역을 묶는 정책이니 경제연합은 물론 쓰레기매립장 등 공동문제를 풀어내기에 좋아 보인다. 수도권 일극체제 전환을 위해 유효한 전략이라고 한다. 영국, 중국, 일본 등 전 세계적으로 메가시티가 증가한다는 통계도 제시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천만명 이상 도시가 2018년 33개에서 2030년 43개로 늘어난다고도 한다. 동남권 경제의 핵심이라고 하는 부울경 또한 약 800만을 헤아리니 메가시티에 근접했다고 볼 수 있겠...
편집에디터2022.02.17 16:32한국공연문화학회 정기학술대회에서 를 발표했다. 손재오 극단갯돌 예술감독이 몇 가지 질의한 게 있어 답한다. 논문 한 편당 독자가 세 명뿐이라는 우스개가 있다. 논문의 심사를 대개 세 명이 맡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심사자 아니면 아예 읽는 이가 없다는 슬픈 고백이라고나 할까. 이를 총괄하는 학술재단의 무능력을 조롱하는 시선이기도 할 것이다. 다른 분야는 모르겠으되 내 전공 혹은 인접 분야들의 경우, 철 지난 강령과 이념에 사로잡혀 '우리 것은 좋은 것이여'의 차원에서 단 한 발짝도 내딛지 못하고 서성거리는 것을 볼 수 있다. 아니 어떤 족쇄들을 만들어 전통이니 문화재니 따위의 항목에 채워두고, 자연스레 일어날 창발을 막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것이 어디 세 명만 읽는다는 논문의 문제뿐이며 철 지난 강령에 머물러 있는 학술단체의 일뿐이겠는가. 장차 문화재청을 문화창의청(文化創...
편집에디터2022.02.10 16: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