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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나비' '이름모를 소녀' '작은새' 등 가장 한국적인 포크를 구사했다는 평가를 받은 가수 김정호(1952~1985) "내가 가면 너도 갈래 저 멀리 푸른 하늘 아래로/ 내가 울면 너도 울고 따라 갈래 저 바람 속을/ 보이잖니 새파란 드넓은 하늘/ 떠오르는 둥근 해가 저 멀리서 반긴다./ 가야한다 너와 나는 푸른 하늘 아래로~" 세간에는 그리 알려지지 않은 곡, 김정호의 '푸른 하늘 아래로'이다. 사뭇 경쾌한 리듬, 통통 튀는 멜로디가 선율악기와 리듬악기들을 채근한다. 금방이라도 산노루 떼들이 나타날 듯한 분위기다. 마치 완숙한 봄날 더 이상 땅에 머무르지 못해 언 땅 박차고 오르는 새싹들 같다. 부지불식간에 창공으로 튀어 올라 계곡 가득해지는 안개와 같다. 봄비 한 번에 연록의 색으로 갈아입는 언덕과도 같다. 흑인음악의 계보로 따지면 셔플(Shuffle)에 가깝다. 이...
편집에디터2021.03.25 11:09"여기를 떠나가는 제비는/ 아, 혹시 바람 속에서 은둔처를 찾다가/ 길을 잃었나 아니면 은둔처를 찾지 못하나/ 내 침대 곁에 그의 보금자리를 만들어주리/ 그곳에서 계절을 보낼 수 있으리라/ 나도 역시 이 지방에서 길을 잃었네~" 슬프지만 그윽한 멜로디, 중남미 특유의 선율이 기타반주에 실려 아카풀코 해안을 유영하는 듯하다. 멕시코의 민요 La Golondrina(제비)다. 본래 스페인에서 작곡되었다는데 멕시코로 넘어오면서 조국을 잃은 암울한 현실을 반영하는 곡이 되었다고. 1968년 멕시코 올림픽 폐회식에서 불려 전 세계인들이 사랑하는 노래가 되었다. 우리에게는 연경이 작사하고 조용남이 번안해 부른 '제비'로 잘 알려져 있다. "정답던 얘기 가슴에 가득하고/ 푸르른 저 별빛도 외로워라/ 사랑했기에 멀리 떠난 님을/ 언제나 꿈속에 있네/ 먹구름 울고 찬 서리 친다 해도/...
편집에디터2021.03.18 11:59귀신잡는 개-가회박물관 소장 사람은 사람을 배반해도 개는 사람(주인)을 배반하지 않는다. 주인에게 충성하는 것은 물론 목숨을 내놓고 주인을 지키는 동물은 개가 유일하지 않을까? 그래서 인간성(人性) 없는 사람을 일컬어 개만도 못하다 했다. 개성(犬性)조차 없다는 뜻이다. 나는 개의 본질을 사랑과 지킴이라고 생각한다. 집안의 개가 문을 지킨다. 터키의 캉갈은 양을 지키는 개다. 심지어 곰이나 늑대, 자칼에게서 양을 지켜내기에 신장이 1미터에 가까울 정도로 크다. 고대 이집트의 개(석상)는 성문을 지킨다. 변형된 개들도 지킴이 역할에는 변함이 없다. 개는 각종 동물과 섞이거나 창조적으로 변형된다. 사자개와 계견(鷄犬, 닭개)과 고마이누(狛犬)도 각기 그들이 지켜야 할 것들, 예컨대 성문과 신격과 온갖 내밀한 사연들을 지킨다. 참고로 일본 신사의 입구를 지키는 고마이누는 고구려에...
편집에디터2021.03.11 11:03[수원=뉴시스] 김종택기자 = 24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한 공원에서 시민들이 반려견과 산책을 하고 있다. 2021.01.24. jtk@newsis.com 반려(伴侶)는 무엇일까. 흔히 부부를 일러 반려자라 한다. 짝이 되는 사람, 짝이 되는 동무를 가리킨다. 여기에는 인간의 영육이 반쪽이기에 짝을 만나 완성을 이룬다는 동양적 사고가 숨어 있다. 물론 서양도 마찬가지겠지? 반려는 나의 사랑하는 남편이요 부인이며 가족이고 동무다. 짝과 더불어 있어야 온전한 존재가 된다는 뜻이 들어 있다. 그러기에 사람들은 반려견을 가족으로 호칭하는 것이다. 전설에 따르면 고대 이스라엘의 지혜로운 솔로몬 왕은 자신의 인장과 신의 이름을 새긴 은반지를 갖고 있었다. 왕은 그 반지의 힘으로 모든 동물들의 말을 알아듣고 동물과 대화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가 죽고 나자 그 반지는 '문이 여려 겹인 신전...
편집에디터2021.03.04 11:232021 한국문화재단 프로그램, 주호민 작가와 함께 하는 2021 수문장 세화나눔 올해 설날 광화문에 문배도(門排圖)가 걸려 화제가 되었다. 문짝에 붙이는 그림이라 해서 문배도라고 한다. 궁중에서부터 민간까지 널리 행해지던 세시풍속이었지만 어느 시기 단절되었던 세화(歲畫)의 하나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경복궁관리소에서 주관한 이 행사는 정부를 비롯하여, 여러 일간지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보도한 바 있다. 문화재청 보도자료에 의하면, 2015년 국외소재문화재단이 미국 워싱턴DC에 위치한 주미 대한제국 공사관을 복원하는 과정에서 한 개의 사진을 발견하게 된다. 1893년 공사관 1층 태극기 위쪽에 걸린 광화문 사진이었다. 원본사진을 미국 의회도서관에서 찾아냈다. 놀랍게도 금갑(金甲)장군이 그려진 문배도였다. 금갑장군은 황금빛 갑옷을 입은 장군으로 나쁜 기운을 몰아내고 막아내는 ...
편집에디터2021.02.25 13:29아박무. 뉴시스 저 유명한 고려가요 '동동(動動)'의 앞 구절이다. 우선 삼월까지 소개해봤다. 국어사전에는 궁중행사에 쓰는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음악과 무용이라고 설명한다. 어느 시기 이 노래는 춤과 반주 등 종합적인 면모를 갖추어 연행하게 되었을 것이고 향악정재(鄕樂呈才)의 하나로 '악학궤범'에 수록되었을 것이다. 아박(牙拍)이라는 악기를 들고 추는 춤이기 때문에 아박춤 혹은 아박무라고 한다. 따로 소개하겠지만 궁중연례악 중 최고봉이라는 수제천, 즉 정읍사라는 음악을 관현악으로 변주한 곡이기도 하다. 참고로 아박(牙拍)은 상아나 고래뼈, 소뼈, 사슴뼈 등으로 작게 만들어 두 손아귀에 넣고 박자를 맞추며 치는 악기다. 양주동의'여요전주'(1947)로부터 이 곡에 대한 해석은 차고 넘칠 만큼 시도되었다. 하지만 해결하지 못한 풀이들이 또한 산더미처럼 남아있다. 그만큼 연구자들의 ...
편집에디터2021.02.18 12:401961년 9월 26일 전남농악 창덕궁 후원-김주현 제공 북소리 둥둥 징소리 꽝꽝/ 장구는 동당동당 각(角)은 뛰~뛰/ 깃발은 펄럭펄럭 춤은 사뿐사뿐/ 짐승 얼굴 사납고 호랑이 모자 드높네/ 집뜰 우물 부엌에서 우렛소리 땅을 울리며/ 나아갔다 물러났다 조수처럼 분주하네/ 문호(門戶)의 신령께 새로 치성을 더하니/ 숲과 시내 도깨비들 도망가기 바쁘네/ 종규(鍾馗)가 눈동자를 움켜쥐고 서서 먹고/ 피를 뿜어 불 만들어 온몸을 태우네/ 귀신도 간 있다면 떨어지고 말았을 터/ 살려달라 애걸하며 머리를 조아리다/ 후다닥 정신없이 문밖으로 도망쳤나/ 천지가 말끔하고 달과 별이 찬란하네/ 징을 치고 손 흔들어 자른 듯이 그치니/ 장사들은 진을 깨고 노래도 멈추었네/ 그제야 부엌 구석에선 삽살개가 짖어대고/ 사람 떠난 빈 울에는 적막함이 더하네 마치 현장을 보는 듯 소상하다. 광양...
편집에디터2021.02.04 11:02무안 승달산 목우암 극락보전 목조아미타삼존불좌상, 이윤선촬영 원명이 꿈을 꾸었다. 백운산 총지사에서 소 한 마리가 내려오더니 어떤 암자에 이르렀다. 뒤따랐으나 소는 오간 곳 없고 계곡 바위 위에 소 발자국만 보였다. 그 자리에 풀을 엮어 암자를 만들었다. 목우암(牧牛庵)이라는 이름이 생긴 내력이다. 목우(牧牛)는 소를 먹여 기르거나 혹은 먹여 기르는 소라는 말이다. 풀을 엮어 만들었으니 초당(草堂)이요 백운숲 정기 받았으니 초의(草衣)일 것이다. 총지사(摠持寺)는 승달산 지맥 백운산(白雲山)에다가 정명(淨明)이 창건한 절이다. 때는 신라 성덕왕(702~737년), 서역 금지국(金地國) 사람이니 지금으로 보면 중앙아시아 어디쯤 금(gold)과 관련된 나라의 승려였던 모양이다. 인근의 법천사도 비슷한 시기에 정명이 지었다. 고려 인종 때(1131년) 원나라 임천사(臨川寺) 승려 원...
편집에디터2021.01.28 11:01동백문 베갯모, 월간민화에서 발췌 "헤일 수 없이 수많은 밤을/ 내 가슴 도려내는 아픔에 겨워/ 얼마나 울었던가 동백 아가씨/ 그리움에 지쳐서 울다 지쳐서/ 꽃잎은 빨갛게 멍이 들었소." 저 유명한 이미자의 다. 이미자는 1964년 이 노래를 불러 일약 국민가수로 등극하게 된다. 역사상 처음으로 100만장이 넘는 음반을 판매한다. 한산도(한종명) 작사, 백영호 작곡, 하지만 왜색풍이라는 이유로 오랫동안 금지곡으로 묶이게 된다. '꽃잎은 빨갛게 멍이 들었소'라는 가사 때문이라는 설이 있다. 붉은색만 보면 경기를 일으키던 시대였기 때문일까. 하지만 전문 연구자들에 의하면 왜색이나 빨갱이라는 배경 보다는 박정희정권의 '한일국교정상화'를 정당화시키기 위한 고육책이었다고 한다. 한일수교 반대, 저자세 외교논란을 미연에 차단했다고나 할까. 이 노래는 우여곡절을 거쳐 1987년 6월 항...
편집에디터2021.01.21 11:05일본 오키나와 '혹등고래 '. 뉴시스 고래 꿈을 꾸었다. 고래 뱃속으로 들어갔던 것 같은데, 집채만한 그 안에 또 하나의 마을이 있었다. 신년 벽두의 어떤 기다림이 있었던 것일까? 휴식이 필요하다는 무언의 경고였을까? 기억을 뒤져 옛 칼럼을 찾았다. 2017년 이 지면을 통해 고래 고기를 먹지 않는 흑산도 사리 사람 박유석씨 집안의 고래 이야기를 썼더라. 작년에는 한 종교 월간지에 고래의 신화세계를 다루기도 했다. 그랬구나. 고래에 대한 지극한 생각들은 왜 내 언저리를 떠나지 않고 맴돌았던 것일까. 깊디깊은 고래 뱃속, 넓디넓은 고래 등에 대한 무슨 함의라도 있었던 것일까? "어떤 사람이 바다에서 고기를 잡다가 고래에게 잡아먹혔다. 뱃속을 들어가 보니 먼저 들어온 사람들이 도박판을 벌이고 있었다. 곁에서는 옹기장수가 옹기지게를 세워두고 도박구경을 하며 담배를 피우고 있었...
편집에디터2021.01.14 11:121972-진도 십일시장 우시장-이토아비또 촬영 '이라~, 자라~, 어이~' 일종의 소모는 소리다. 관련 음영민요는 주로 한강 이북지역에서 채록된 것이 많아 남도지역 농요의 전통을 짐작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명령어에 운율을 넣는 경우는 공통적인 듯하다. '이라~'는 오른쪽으로 '자라~'는 왼쪽으로 돌라는 뜻이고 '어~'는 서라는 뜻이다. 스무 살 되기 전부터 소 쟁기질을 하고 써레질을 해 본 탓인지, 나에게 소는 더없이 친숙하다. 전답이 없던 늙으신 아버지는 순전히 괭이로 서마지기 아홉 배미 산전답을 일구셨다. 한 이랑 쟁기질을 하면 막걸리 한잔을 해야 할 정도다. 산전 옹타리 치고는 사래가 너무 길고 논둑은 어른 키를 훌쩍 넘을 정도로 비탈졌다. 모내기를 하기 위해서는 언 땅이 풀리기 전에 초벌갈이를 한다. 초벌에 갈아둔 이랑을 양옆으로 갈라치기하며 쟁기질하는 것이 두벌갈이...
편집에디터2021.01.07 11:28호롱불 아래서 천년 이야기 나눠요. 뉴시스 경자년 세밑 불현듯 초꼬지불을 켜고 싶었다. 향수를 달래자는 뜻만은 아니다. 한두 달 기다리면 좋아지겠거니 하다가 모든 것들이 뒤죽박죽되어버린 아쉬움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내 고향에서는 '호롱'을 '초꼬지'라 한다. '초꼬지'의 표준말이 '초꽂이'이고 '호롱'이다. 촛불을 켜는 '꽂이'라는 말에서 연유했을 것이다. 하지만 '꽂이'보다 더 넓은 의미이기 때문에 나는 늘 '초꼬지'로 표기한다. 한자말로 쓰면 등잔(燈盞)이다. 기름을 담아 등불을 켜는 데에 쓰는 그릇이다. '남포등'은 램프(Lamp)의 한자식 표기다. 남포등 비슷한 등을 '호야등'이라 한다. 박주가릿과의 상록 덩굴꽃 '호야'에서 온 말이다. 호롱도 이와 다르지 않다. 사기나 유리 또는 양철 따위를 이용해 작은 병 모양으로 만든다. 아래에는 석유를 담을 수 있도록 ...
편집에디터2020.12.30 11:24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인 '동지(冬至)'를 맞아 경남 남핵군 이동면 용문사에서 신도들이 팥죽을 쑤고 있다. 뉴시스 "동짓달 기나긴 밤 한 허리를 버혀 내어/ 춘풍 니불 아래 서리서리 너헛다가/ 어론님 오신날 밤이여든 구뷔구뷔 펴리라" 삼척동자도 알 만한 황진이의 시다. 그녀의 격조와 웅숭깊음을 어찌 필설로 다할 수 있겠는가만, 이 촌부가 알 수 있는 것은 연모의 정이 깊을수록 겨울밤이 길다는 점 정도다. 임을 기다리는 애타는 마음뿐이겠는가. 코로나 시국이 깊어질수록 우리들의 겨울밤도 길고 깊어만 간다. 황진이는 왜 섣달을 표제삼지 않고 동짓달에 심사를 투사하였을까? 일 년 중 밤이 가장 긴 날이 동지이고 동짓달이기 때문이다. 1년 태양 황도의 위치를 15도씩 나누어 270도에 이르렀을 때가 동지다. 대칭점에는 하지가 있고 관련된 풍속이 오월 단오에 포섭되어 있다...
편집에디터2020.12.17 11:09송순단 음반 내지 몸으로 체화되고 맘으로 발원된 몸짓과 소리들이 소박한 타악기들에 얹혀 시공을 가른다. 땅의 조건과 하늘의 이치를 목으로 풀어낸 소리를 정가(正歌)라 했지만, 오로지 장구 하나 혹은 징 하나로 풀어내는 이 소리야말로 천지를 왕래하는 아정한 소리임에 틀림없다. 아정(雅正)이란 무엇인가? 기품이 높고 바르다는 뜻이다. 정가에 비해 속가(俗歌) 그 중에서도 천한 계급이 담당하던 씻김굿의 소리를 어찌 기품이 높고 바르다 할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 악(樂)의 격조는 계급의 대물림이나 신분의 귀천으로 상속되는 것이 아니다. 귀천의 이데올로기가 가리고 있던 행간을 들추면 비로소 보인다. 어떤 선율이 흉금을 털어내며 어떤 리듬이 격조를 재구성하는지. 나는 본 지면을 통해 "송가인의 엄마는 왜 무당이 되었나", "송가인 신드롬", "남도 트로트" 등 개인사를 넘어선 노래...
편집에디터2020.12.10 14:55여수 선소 계선주(거북선과 판옥선을 묶은 기둥이라고 하나 벅수로 추정하기도 한다)-이윤선촬영 장생포는 지금의 여수 선소를 포함한 포구 이름이다. '곡(曲)' 혹은 '가(歌)' 등의 '노래'를 뜻하는 말이기도 하다. 장생포는 어떤 포구였으며 어떤 노래였을까? "시중 유탁(柳濯)이 전라도에 출진함에 위엄과 은혜가 겸비하여 군사들이 장군을 존경하고 두려워했다. 왜구가 순천부 장생포에 이르자 유탁 장군이 구원하러 감에 왜구들이 바라볼 뿐이었다. 장군이 곧바로 붙잡았다가 놓아주니 군사들이 매우 기뻐하며 이 노래를 지었다." '고려사악지'(1454년)의 기록, 이 노래가 다. '전라도에 출진함'은 전라도 아닌 곳에서의 출진 예컨대 '합포(지금의 마산 합포구)만호'였을 때를 추정하게 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김준옥 교수 등이 밝혀두었다. 유탁장군이 '합포만호'였던 충혜왕 때는 왜구 침...
편집에디터2020.12.03 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