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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십갑자로 시간을 이해하는 방식은 음력을 기반으로 한다. 하지만 굳이 따질 필요 없다. 양력이 보편화됐기 때문이다. 설날이라는 기점이 동짓날, 양력 설날, 음력 설날, 입춘, 심지어 삼월삼짇날까지 변화해 왔음을 상기한다. 동짓날이 고대의 설날이었다는 점은 팥죽 한 그릇 먹어야 나이 한 살 더 먹는다는 관념을 통해 알 수 있다. 나는 고대 마한의 설날이 씨뿌리는 오월 며칟날이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동남아시아 여러 나라의 설날이 4월의 송끄란(물 축제하는 날)이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된다. 무엇이 시작이고 무엇이 마무리인지, ...
2025.01.02 18:19이집트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것 세 가지를 말하라고 하면 피라미드 같은 이집트 고대 유물, 이집트에 막대한 부를 안기고 있는 홍해와 지중해를 잊는 수에즈 운하이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고대 이집트의 수도 멤피스와 나일강 변의 도시 테베를 배경으로 하는 베르디의 오페라 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1869년 수에즈 운하 개통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카이로 오페라 극장의 위촉을 받아 1871년 크리스마스이브에 올려졌는데, 지금까지 피라미드가 보이는 이집트의 수도 카이로에서 매년 제작되며 엄청난 관광 수익을 창출해내고 있다. 당시...
2025.01.02 17:48어느 자리에서 목포대 강봉룡 교수가 ‘역사도 문학이다’라고 언명한 데 대해 나는 이렇게 호응했다. ‘문학도 역사다.’ 오늘 이 자리에서 다시 답한다. ‘갯돌도 역사다. 피 터지는 목청으로, 울부짖는 몸부림으로, 마치 해마다 당산목에 새로 감기는 왼새끼줄처럼 비틀고 꼬아서 맨땅에 써 온 남도의 역사다.’ 10여년 전 마당극패 ‘갯돌 30년사’의 헌사(獻辭)를 이렇게 시작했더랬다. 그로부터 다시 한 순(旬)을 넘긴 모양이다. 지난해 ‘갯돌 40년 대본집’이 출판돼 나왔다. 대전의 ‘우금치’, 광주의 ‘신명’, 부산의 ‘자갈치’, 진주의...
2024.12.26 17:05우크라이나는 심각한 환경 재앙을 겪고 있다. 전쟁으로 인해 우크라이나 영토의 약 1/3이 탄약에 포함된 독성 성분으로 오염되었다. 세계는 이전에 이렇게 대규모의 탄약 사용을 경험한 적이 없다. 탄약과 무기에서 납, 카드뮴, 비소, 수은과 같은 독성 원소는 토양으로 침출된다. 화학물질이 일단 물이나 토양에 들어가면 조만간 식물, 동물 또는 식수를 통해 인체에 유입된다. 중금속이 토양 내 박테리아의 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들은 식물 발달과 미량 영양소 공급을 억제하여 생리적 장애를 일으키고 질병에 대한 식물의 저항력을 감소시...
2024.12.26 17:04구심점(求心點). 가운데로 쏠려 모이는 점(點)을 가리킨다. 중심 역할을 하는 사람이나 단체를 비유할 때 쓰는 말이다. 구심점은 규모가 크든 작든 다 있다. 정부와 지자체, 정당은 물론 읍면동, 마을에도 있다. 최근 윤석열 탄핵과 구속, 파면을 촉구하는 집회도 ‘촛불행동’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 구심점이 되는 노래도 있다. ‘…이 세상 속에서 반복되는 슬픔 이젠 안녕/ 수많은 알 수 없는 길 속에 희미한 빛을 난 쫓아가/ 언제까지라도 함께 하는거야 다시 만난 나의 세계…’ 촛불집회에선 ‘소녀시대’의 노래 ‘다시 만난 세계’가...
2024.12.26 17:02내가 또다시 광야에 던져졌다. 아니 어쩌면 진즉부터 나는 황량한 이곳에 서 있었는지도 모른다. 살을 에는 추위가 늪처럼 깔린 이 광야에 내가 의지할 곳은 어디인가. 수많은 시간이 스쳐 지나갔음에도 흔적조차 남기지 않은 이곳에서 무엇을 찾고 누구를 목놓아 불러야 할까. 호랑이가 성년이 되면 숲속에서 혼자 살아가야 하듯, 나 또한 처음부터 혼자였기에 외로움을 느끼는 것조차 사치스럽고 나약함을 드러내는 것이라. 바람 잘 날 없이 세상이 요동친다. 참으로 못되고...
2024.12.26 17:02한참 성공 가도를 달리는 한 여성 배우는 인터뷰 도중 한 기자에게 질문을 받는다. 이렇게 바쁜 일정을 소화해 내며, 받는 스트레스도 엄청날 것 같은데, 어떻게 극복하냐는 것이다. 그녀는 이 질문에 하루에 두 번, 아침 기상과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집에서 편안히 베르디(G. Verdi, 1813~1901)의 오페라 의 합창곡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이라고 알려진, ‘가거라 나의 상념이여 금빛 날개와 함께-Va pensiero, sull’ale dora’를 듣는다는 것이다. 이 곡을 듣고 있으면 자신이 가진 여러 상념을 날려 보내고 새...
2024.12.19 18:032024년 모스크바 인근 크로커스에서 테러 공격으로 144명이 사망하고 550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다. 이 테러 공격에는 타지키스탄을 비롯한 중앙아시아 공화국 출신 12명이 체포·구금되었다. 러시아는 이들이 우크라이나와 연관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했다. 이로 인해 러시아에서 많은 중앙아시아 출신 이민자들은 두려움, 공포, 불안 속에서 생활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에서 타지크인에 대한 일상적인 생활에서의 심한 단속이 나타나고 인터넷상에는 이들에 대한 위협적인 메시지가 많아지고 있다. 타지키스탄 노동이주고용부에 따르면 2023년에...
김영술 전남대 글로벌디아스포라연구소 연구교수2024.12.19 16:47지난 동짓달 그믐, 국립남도국악원에서 큰 잔치가 열렸다. 진도학회 창립 4반세기 기념 국제학술난장, 학회 설립을 주도했던 이토아비토 교수와 전경수 교수 두 석학이 진도군수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다. 이토아비토 동경대 명예교수, 2024년 올해까지 53년째 한 해도 거스르지 않고 진도군 임회면 상만리를 찾았다. 같은 자리에서 같은 곳을 촬영하고 기록했다. 그래서 나는 이 학술난장을 기획하며 ‘어느 외국인이 사랑한 진도사랑 반백 년’이라는 카피를 썼다. 한국과 진도 관련 저술이 많지만 그중에서 이번에 번역되어 나오는 ‘문화인류학자의 한...
2024.12.19 16:44지난 2023년 5월 6일~7일 김지하 시인 추모 1주기에 열린 기념 학술회의 자료가 단행본으로 출판됐다. 채희완 교수의 발제를 받아 토론한 졸고도 함께 실렸다. 석학들과 함께 할 수 있어 큰 영광이다. 내 토론의 일부를 여기 오려 붙여 출판을 기념한다. 목포 나들목 건너편에 용당리가 있다. 김지하의 초기 시, 어쩌면 그의 생애 첫 번째 시상이었을지도 모를 ‘용당리에서’를 떠올린다. 김선태가 쓴 ‘김지하의 첫 시집 황토와 목포’에 의하면, 4·19혁명 참가 후 고향 목포로 숨어들어 항만과 도로공사판 인부로 일하며 도피 생활을 하던 ...
2024.12.12 18:08우리 국민의 커피 소비량이 가파르게 늘었다. 지난 1년 동안 한 사람당 평균 512잔을 마셨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통계다. 커피 관련(카페, 원두 구매 등) 지출도 성인 1인당 월평균 10만원 이상 쓰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조사한 결과다. 커피 시장도 빠르게 성장했다. 국내에서 영업하는 커피 전문점만 2만8000여곳에 이른다. 크기도 갈수록 대형화 추세다. 지난해 커피 관련 매출이 11조원을 넘었다는 보도도 있다. 가히 커피 전성시대다. ‘대나무 고을’ 담양에도 커피 전문점이 많다. 현재 300...
2024.12.12 18:08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돈바스 전쟁,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되면서 루소포비아(Russophobia, 러시아혐오증) 현상이 전 세계에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루소포비아는 민족, 국가, 언어, 종교 및 인종에 대한 러시아인에 대한 차별로 구성된 이데올로기이다. 즉, 루소포비아는 신념 체계의 일부를 구성하는 러시아 국가와 러시아 민족에 대한 과도한 적개심으로 정의될 수 있다. 이는 여러 가지 행태가 있다. 여기에는 러시아 국민에게 많은 문제를 가져온 소련 붕괴, 러시아의 국제무대 복귀, 중산층의 출현 및 러시아의 명백한 경제적 ...
2024.12.12 17:43제주 성산일출봉을 향해 가다 보면 못미처 길옆 바닷가에 ‘터진목’이라는 곳이 나온다. 이름부터가 지극히 제주스럽기도 하고, 을씨년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멋모르는 자에게는 목이 터지라고 무언가를 간절히 불러야 하는 곳인가, 아니면 확 트인 풍경이 멋지게 펼쳐지는 곳인가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역사는 말한다. 이곳에서 엄청난 일이 터지고 말았기에 ‘터진목’이라고. 제주 4.3 학살의 비극 현장이 어찌 이곳만이겠는가마는, 미군정과 반민족 세력...
2024.12.12 15:09“모두가 유죄인 곳에서는, 아무도 유죄가 아니다. 말하자면 집단적인 유죄의 고백은 범죄자를 발견하지 못하게 하는 실행 가능한 가장 탁월한 방어 수단이며, 그 범죄의 거대한 규모는 아무 일도 하지 않는 데 대한 가장 탁월한 변명이다.” 한나 아렌트 ‘폭력의 세기’ 중에서. 최근 눈과 귀로도 믿을 수 없는 현실들을 마주하고 있다. 영화보다 현대예술보다 더 비현실인 상황을 우리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그리고 이런 현실과 시대, 사회를 예술가들은 어떻게 마주하고 기록해야 할까.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여러 가지 시대적 ...
2024.12.08 17:18모차르트의 는 그가 죽기 2년 전 만들어진 징슈필(독일어로 레치타티보가 대사체로 이루어진 스타일)이다. 모차르트의 마지막 오페라 작품인 는 그의 3대 오페라 , , 와 더불어 그의 작품 중 가장 많이 연주되는 작품으로 그의 생애 마지막 오페라다. 모차르트의 다양한 스타일의 작품을 집대성한 듯 보인다. 는 바로크적 바흐의 코랄 양식을 품은 음악뿐만 아니라 오페라 세리아에서 볼 수 있는 특유의 화려함이 밤의 여왕 역을 통해 볼 수 있으며 그와 대비되는 자라스트로 역은 엄숙한 스타일의 음악 성향을 내보이고 있다. 또한, 파파게노와 파파게...
2024.12.05 1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