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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물가 24년만 최고…새정부 위기 대응 시험대
통계청은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외환 위기 이후 약 24년 만에 6%대로 치솟았다고 5일 밝혔다. 이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글로벌 공급망 차질과 코로나19 이후 일상 회복의 영향으로 에너지·원자재 가격과 외식 등 서비스 가격, 농축산물 가격이 계속 올랐기 때문이다. 물가 상승세가 외환위기 당시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가팔라진 것이 서민들의 삶을 피폐케하는 국가 위기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앞으로 제가 직접 민생 현안을 챙기겠다"며 "민생 현장에 나가 국민의 어려움을 듣고 매주 비상경제 민생회의를 주재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결과이리라. 하지만 이같은 대통령의 대응만으로 '3고'(고물가·고환율·고금리) 의 거대한 경제 위기를 효과적으로 극복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최악으로 치닫는 경제 환경이 윤석열 정부의 책임이라고만 볼 수 없다. 90년대 국내 외환위기가 미국의 긴축 정책 영향이었듯이 현재 경제 위기도 외생 변수가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어서다. 이제는 정부가 이 위기를 어떻게 대응해 극복하느냐가 중요해졌다.외환 위기 당시에는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금모으기 운동을 벌임으로써 국가적 위기에 적극 대응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같은 동력을 기대할 수 있을지 우려감이 앞선다. 취임 두 달을 맞는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이 계속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어서다.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서는 '데드 크로스'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여러 가지 물가 안정 정책을 마련해 시행할 것이다. 하지만 정부 노력만으로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여야 정치권과 뿐만 아니라 국민의 협력, 한마디로 범정부차원의 노력이 요구되고 있어서다.특히 정부 수반의 직무 수행에 대한 국민의 부정적 인식으로는 국정 동력을 얻기어렵다. 하여 윤 대통령이 시급히 해결해야 급선무는 정치력을 발휘해 지지율이 떨어지는 원인이 무엇인지 살펴서 다시 끌어올리는 일일 것이다.
사설>SRF 정상화, 공 넘겨받은 나주시 답안은
나주 SRF(고형 폐기물) 열병합발전소 가동과 관련한 법적 분쟁이 일단락됐다. 최근 대법원의 심리 속개 불가 결정으로 한국난방공사가 발전소 가동을 하게 됐지만, 주민들의 반발도 여전해 지역 상생을 위한 나주시와 한국난방공사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대법원은 지난달 30일 한국지역난방공사가 나주시를 상대로 SRF 열병합 발전소 가동을 위해 제기한 소송에서 심리 속개 불가 결정을 내렸다. 대법원의 이 결정으로1,2심에서 승소한 난방공사가 가동에 대한 권리를 확인했다. 대법원 결정으로 4년간 중단된 발전소 가동은 이뤄졌지만 주민들이 제기한 고형 연료 품질 소송 등이 남아 있어 갈등의 불씨는 살아있긴 하다. 그럼에도 발전소 건설 이후 그간 일련의 처리 과정은 많은 아쉬움을 준다. 분명한 것은 생활 쓰레기를 매립이나 태우지 않고 자원화하는 대전제하에서 SRF를 이용한 열병합 발전소는 혁신도시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열과 전원을 공급하기 위한 필수 시설로서, 건설 허가 등 모두가 정상적 행정 절차로 진행됐다. 그러나 나주시가 사용 승인 등 에 있어 일관성이 없다보니 스스로 행정의 권위 훼손을 자초한 면이 크다. 어쨌든 이번 대법원 결정으로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나주 SRF 문제는 새로운 해결책을 모색해야할 수 밖에 없게 됐다. 윤병태 나주시장측 인수위도 민선 7기 SRF 대응과 관련해 "현실적 방안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발전소 가동은 피할 수 없고 많은 이해 관계인들이 존재하고 있는 현실에서 무우 자르듯 결론 도출이 쉽지는 않다. 최우선으로 환경권등을 주장하는 주민 목소리와 난방공사와 민간 경제 활동 등 접점찾기는 복잡한 방정식을 푸는 것과 같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해법은 당연히 어렵다. 그렇기에 윤 시장의 발언은 신중하고 방안 모색은 기한에 쫓기듯 결정할 것이 아니라 더 차분하게 접근하길 바란다. 이 과정에서 주민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설득하는 노력은 해법 도출의관건이다. 행정의 독주 피해는 너무 크고 막대했다. 난마처럼 얽힌 문제를 푸는 것도 행정의 몫이다.
'전남의 딸' 英왕립학회 입성
영국 왕립학회는 1660년 창립된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단체다. 1660년 10여명의 학자가 천문학자이자 건축가인 28세 청년 크리스토퍼 렌의 천문학 강의를 듣기위해 런던 그레셤대학 강의실에 모인 것이 그 모태다. 이후 보일의 법칙을 발견한 로버트 보일, 존 윌킨스 등이 합류했고 1662년 찰스 2세로부터 공식 인가를 받았다. 왕립학회는 세계 최초로 과학학술지 발간과 동료 평가제도를 도입, 현대과학 연구의 기틀을 마련했다.1665년 출판된 '철학회보'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과학 학술지로 꼽힌다. 왕립학회의 과학을 다루는 원칙은 '누구의 말도 그대로 믿지 말라'는 것이다. 권위에 굴복하지 않고 실험으로 결정된 사실로만 모든 말을 검증한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왕립학회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실험으로 꼽히는 벤저민 프랭클린의 번개 검증을 위한 연날리기 실험 등 많은 연구를 지원, 세상을 바꾸는 데 기여했다. 영국 왕립학회는 자연 지식의 개선에 대한 심대한 기여를 기준으로 엄격한 심사를 거친 회원으로 구성된다. 긴역사를 갖고 있는 만큼 회원들의 명성은 화려하다. 아이작 뉴턴, 찰스 다윈,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스티븐 호킹 등 과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거장들의 이름으로 가득차 있다. 왕립학회 출신으로 노벨상 수상자만도 현재까지 280여명에 이른다. 왕립학회는 매년 62명의 신입 회원을 맞아 들이는데, 외국인은 10명 내외로 불과하다. 투표로 선출되는 신입 회원은 영국 왕립학회 회원 2명이 지명해야만이 후보자격을 얻는다. 수백년의 역사에도 왕립학회에 이름을 올린 회원이 8000명에 안되는 이유다. 최근 영국 왕립학회에서 한국인 2명을 포함한 신입회원 가입식을 열었다. 한국인 최초 영국 왕립학회에 입성한 주인공들은 영광 백수읍 장산리 출신으로 RNA 분야 세계적 석학인 김빛내리 서울대 교수와 이상엽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연구 부총장이다. 이들은 지난해 신입 회원으로 선출됐는데 코로나19로 인해 뒤늦은 가입식을 갖게 된 것이다. 김교수는 암세포의 성장과 사멸을 조절하는 miRNA 생성 경로를 전세계에서 최초로 밝혔고, 2018년 코로나19 백신에 쓰인 전령 RNA 분해를 막는 혼합 꼬리를 발견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바이러스 RNA 전사체를 세계 최초로 분석해 진단 기술을 개선하고 새로운 치료제를 개발하는데 도움을 줬다. 이러한 독보적 성과로 김교수는 한국인 과학자 중 가장 유력한 노벨상 1순위로 꼽힌다. 김교수의 화려한 학문적 성과는 그의 아픔을 극복하고 일군 것이어서 더욱 뜻깊다. IMF시절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박사를 취득하고 결혼, 첫째 아이를 낳고 1년반 동안 전업 주부를 했을때 사법고시로 방향을 틀기도 했으나 다시 과학의길로 돌아왔다. 실험실에 파묻혀 살며 연구에 매달리다 갑자기 찾아온 위암과 연구비 부족으로 어려움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한국 과학계의 새역사를 써가고 있다. '훌륭한 사람이 되어 세상에 빛을 비추라'는 부모의 소망을 담은 그 이름처럼 그의 수많은 연구 활동이 인류를 위한 의학 발전에 깊은 영감과 세상을 바꾸는 위대한 결과로 결실을 맺어가고 있다. 오늘도 밤낮없이 실험실에서 밤을 밝히는 김교수의 별명은 '한국의 퀴리부인'이다. 그의 별명처럼 그의 목에 노벨상 메달을 거는 그 날이 속히 오길 응원한다. 이용규 논설실장
기고·이강서> 도농교류의 날을 맞아
음력 칠월칠석이 되면 견우와 직녀가 오작교에서 만나는 아름다운 옛 사랑의 이야기를 떠올리게 된다. 이런 의미를 담아 정부에서는 2013년부터 양력 7월 7일을 도시와 농촌 간의 교류를 촉진하고자 법정기념일로 지정하고 도농교류의 날을 국민에게 널리 알리고 의미를 되새기고자 매년 도농교류의 날 기념행사를 개최해 오고 있다. 요즘처럼 농촌이 어려운 시기에는 더욱 더 의미가 깊게 다가오는 것 같다. 최근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의 확산세가 감소되면서 해외여행 수요가 300%이상 급증하였고 특히, 가족단위로 휴양지를 찾는 수요가 확연히 늘었다는 기사를 자주 볼 수 있다. 코로나 19로 겪은 소위 "코로나 블루"를 해외여행으로 극복하려는 마음이 크다고 보여진다. 코로나 블루를 치유할 수 있는 방안으로는 멀리 해외도 좋지만 우리들 가까이 있는 농산어촌 마을에서 '체험관광'은 어떨까하고 도시민들에게 권해본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여름 휴가철과 여름방학이 맞물리는 요즘같은 시기에는 모내기를 끝낸 푸른 농촌마을이 심신을 치유할 수 있는 자연 치료제이다. 특히, 농협이 주관하는 농촌 체험 브랜드인 팜스테이(Farm Stay)는 농장을 뜻하는 '팜(farm)'과 머문다는 뜻의 '스테이(stay)'의 합성어로 농가에서 숙식하면서 농사·생활·문화체험과 마을 축제에 참여할 수 있는 농촌체험 여행프로그램이다. 전국의 각 시군마다 다양한 농촌체험을 할 수 있는 팜스테이가 있어서 굳이 많은 비용과 시간을 소비하지 않더라도 주말을 이용해 쉽게 힐링을 할 수 있다. 가족단위로 청정한 자연에 머물면서 아름다운 경관과 마을별 특산물을 활용한 특색있는 체험을 즐기는 힐링여행을 하다보면 코로나 블루도 충분히 극복하고 농업소득이 감소한 농촌마을의 농외소득 증진에도 도움을 줄 것이다. 다가오는 도농교류의 날을 맞아 청정한 농촌에서 도시와 농촌이 상생하자는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고 지친 심신을 달래는 시간을 가져보자.
세상읽기·한정규> 익자삼우 益者三友 손자삼우 損者三友
논어에서 전해오는 말 중에 교제를 함으로써 이익이 되는 친우로 익자삼우益者三友라는 말과 교제를 함으로써 손해를 가져온다는 손자삼우損者三友라는 말이 있다. 그렇다. 벗 친구라고 하여 모두가 서로 간 이익이 되는 것만은 아니다. 때로는 손해를 주는 친구가 있다. 한 마디로 반듯이 있어야 하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있으나마나한 친구가 있고, 있어서는 안 되는 친구가 있다. 익자 益者, 교제를 함으로써 이익이 되는 친우로는 정직함, 거짓이나 허위가 없는, 보고 들은 것이 많은 세 가지가 있으며 손자 損者로는 다시 말해 교제를 함으로써 손해가 되는 친구로서는 편벽便辟 남에게 아부를 하고, 선유善柔 겉은 유하나 성의가 없고, 편녕便佞 말만 많고 아부하며 마음이 삐틀어진 사람이다. 우리 말 중에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를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 어떤 사람과 친구를 하느냐가 중요하다. 익자삼우와 친구를 해야 한다는 의미다. 문제는 정치를 하겠다는 사람들이다. 다행스럽게 다수가 아닌 소수이긴 해도 정치인으로 만인의 친구로서 일하려면 정직함, 거짓이나 허위가 없는 보고 들은 것이 많은 세 가지를 갖춘 익자가 돼야하는데 그렇지를 못한다. 편벽, 선유, 편녕 등의 손자로 교제를 함으로써 손해가 되는 친구들이 다수다. 국민 모두가 보다 행복을 누리기 위해서는 손자가 아닌 익자로써 정치 환경이 좋아야 한다. 다시 말해 정치 환경이 좋기 위해서는 손자삼우가 아닌 익자삼우 그런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 정치를 하는 분위기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이 보다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 그러기에 앞서 더욱 중요한 것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하겠다는 정치인의 자세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진정으로 일하겠다는 자세가 아닌 권력이나 재물을 얻기 위한 생각을 가진 그런 사람은 정치를 하겠다고 아예 나서지 말아야 한다. 그런 사람은 동네 반장 이장도 해선 안 된다. 그래야 모두가 좋다. 근현대 정치인들 중 적지 않은 위정자들이 권력과 재물욕에 혈안이 돼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들은 국민이 아닌 표에 아부를 하고 겉으로는 세상에 둘도 없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할 것으로 말은 그렇게 하고 실제행동은 다르고 또 다른 권력 앞에 아부를 하며 마음씨가 바르지 않고 삐틀어진 모습을 가슴에 담고 활보를 한다. 안타깝기 짝이 없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그래서 정치하겠다는 진정성이 없는 사람일수록 선거 때가 되면 전화기가 불이 나고 허리를 90도로 굽혀 이곳저곳을 기웃거린다. 그러다가 선거가 끝나면 전화기는 오간데 없고 꼬락서니 보이지 않는다. 그 뿐만이 아니다. 생색낼 일이 있으면 슬며시 몸을 드러내 허리를 뒤로 비스듬히 눕혀 두 눈을 두리번거린다. 고양이가 쥐를 보듯 그런 태도로 보며 그 동안 적적했었다는 인사로 어물쩍 넘긴다. 그런 위정자들 익자삼우 아닌 손자삼우와 다를 바 없다. 세상을 그렇게 사는 게 아니다. 좋은 사회를 위해 익자삼우 그런 사람만이 사는 세상이 돼야 한다. 다행스러운 것은 손자삼우 그런 자가 다수가 아니라 서다.
기고·김승호>미래를 말하는 막걸리와 전통주를 기원한다
"청년은 미래를 말하고/중년은 현재를 말하고/노인은 왕년을 말한다." 조남준 작가의 그림 '술집풍경'에 실려 있는 글이다. 왁자지껄한 술집은 이야기가 차고 넘치는 공간이다. 때로는 흥겨운 이야기로 때로는 울분에 찬 목소리로 술집은 정이 넘치게 채워진 술잔처럼 이야기를 가득 담고 있다. 술집풍경은 오늘을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각 세대가 펼쳐놓은 자화상이다. 물컵만 뎅그러니 놓여 있는 술상이 보여주듯 청년의 오늘은 우울하지만 열변을 토하는 청년의 입에선 야무지게 미래를 말한다. 가장 앞자리에 있는 중년의 현재는 풍성하게 구워진 삼겹살 안주가 말해주듯 풍요롭기만 하다. 말하는 품새 또한 경직된 표정의 청년과 달리 여유롭다. 모든 것이 갖춰져 있으니 바쁠 이유가 전혀 없다. 그 뒤에서 왕년의 모습을 떠올리며 장광설을 늘어놓는 노인은 한껏 거들먹거리는 표정을 하고 있다. 술상에 안주와 술이 놓여 있지만, 불판 위의 고기가 사라졌는지 야속한 연탄 불빛만이 석쇠를 달구고 있을 뿐이다. 조 작가는 이렇게 오늘을 관통하는 메타포를 작품에 담아내고 있다. 그런데 이 작품은 아픈 우리의 현실 이야기뿐만 아니라 묘하게 대한민국 술 시장의 현실도 담고 있다. 조 작가의 글귀에 주류시장의 오늘을 대입하면 다음과 같다. "와인과 위스키는 미래를 말하고/맥주와 희석식 소주는 현재를 말하고/막걸리는 왕년을 말한다." 대한민국 주류시장의 규모는 대략 9조원(출고금액 기준) 정도다. 이 중에서 술자리에서 가장 자주 만나는 맥주와 희석식 소주가 합쳐서 약 7.2조원(2020년 기준) 정도. 대부분이 수입되는 와인과 위스키는 1조원에 육박하고 있고, 막걸리와 전통주는 5000억원 정도에 머물러 있다. 주종별로 시장을 살펴보면 맥주는 지난 2013년 전체 시장의 48.8%(4.3조원)를 기록한 이후 조금씩 빠지면서 2019년 희석식 소주에게 1위 자리를 내주더니 급기야 2020년에는 39.7%(3.5조원)에 그쳤다. 이에 반해 희석식 소주는 2020년 42.1%(3.7조원)를 기록하면서 명실상부한 국민주 자리를 꿰차게 됐다. 이처럼 한국 술 시장의 주역 중 맥주는 눈에 띠게 줄고 있고 소주는 횡보지만 느는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반해 수입 와인과 위스키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2021년 와인 수입액은 약 6035억원을 기록, 최근 4년간 3배 정도 성장했으며 위스키 또한 지난해 2517억원을 수입하면서 바닥을 찍고 상승세로 완전히 돌아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맥주 업계는 다급하게 가성비를 무기로 발포주 등을 출시하고 있고 소주 업계는 젊은 고객의 입맛에 맞춘 술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즉 맥주와 소주의 입장에선 더 이상 밀리고 싶지 않은 오늘이 절실한 것이다. 반면 수입 와인과 위스키는 화려한 미래를 설계하기에 바쁘다. 롯데주류와 신세계 등의 주류업체 및 유통사들은 자체 생산을 위해서 해외의 와이너리를 인수하거나 위스키 증류소 건설계획을 세우고 있다. 한마디로 오늘도 풍요로운데 미래까지 장밋빛인 셈이다. 하지만 막걸리와 전통주의 모습은 어떠한가. 막걸리는 2010년대 한 때 3000억원까지 줄었지만 다소 회복되어 연전부터 4700억원 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출고량도 지난 2016년 대비 5.8% 늘어난 38만톤을 기록했으나 행색이 초라하다. 시장 규모가 늘었지만, 소주·맥주와는 한참 격차를 보이고 있고 수입 주류에게도 턱없이 밀린다. 1974년 전체 주류시장의 77%를 차지한 이후 1988년까지 부동의 국민주였던 막걸리지만 더는 과거의 위상을 찾을 수 없다. 그나마 최근 MZ세대(밀레니엄+Z세대)를 중심으로 프리미엄 막걸리 소비가 늘고 있는데 이를 반영하듯 지역특산주 면허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 전체 주류 제조면허가 2717개였는데, 2017년 대비 27% 늘어난 수치다. 그중에 지역특산주가 460개나 늘었다. 지역특산주 면허를 낸 양조장들은 통신판매가 가능하다는 이점을 활용해 젊은 층이 좋아할 고품질의 막걸리와 약주 등을 생산하고 있다. 미래를 말하는 막걸리가 조금씩 늘고 있다는 것이 그나마 반가운 소식이다. 한국 막걸리와 전통주가 더 이상 왕년에 묻혀 있기보다 미래를 말하는 술이 되길 간절히 기원한다.
사설>전남지자체장 선거가 남긴 분열 치유해야
전남지역 민선 8기 지자체장이 지난 1일 취임식을 갖고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선거때 내건 공약을 중심으로 짠 지역 발전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힘차게 출발했다. 민선 8기호가 닻을 올렸지만 항해가 순항할 지 미지수다. 나라 안팎이 어렵기 때문이다. 물가는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초대형 경제 복합위기인 '퍼펙트스톰'이 다가오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정권 교체까지 이뤄져 중앙 정부와의 소통 창구도 없어 지역에 활력소 역할을 하는 국비 확보도 어려운 상황이다.선거 과정에서 나타난 지역내 분열 양상도 민선8기 전남 지자체장이 직면한 난제중 하나다.지난 6·1지방선거에서 전남지역 22개 시군중 7개 시군에서 무소속 후보가 민주당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 이들 지역 뿐만 아니라 민주당 소속 후보가 승리를 거둔 다른 시군도 후보간 피 튀기는 혈전이 치러진터라 아직도 상처가 봉합되지 않은 상태다. 선거가 끝난지 한 달여가 지났지만 총성만 들리지 않는 내전 상황이나 진배 없다. 특히 간발의 차로 패배한 후보 진영에서는 4년후를 기약하며 전열을 다시 정비하는 곳도 있다고 한다. 이 처럼 인구 감소로 인해 지역 소멸 위기에 처한 전남 시군 공동체가 지방선거로 인해 후보 친소 관계와 지지 등을 이유로 지역민이 쪼개지고 편가르기가 이뤄지고 있다. 공직사회도 예외는 아니다. 선거때마다 유력 후보를 중심으로 줄서기와 논공 행상에 따른 인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어서다. 이같이 지역이 선거 후유증으로 멍들고 있는 것은 단체장 민선 부활 27년의 폐해중 하나다. 전남 단체장 상당수가 취임사를 통해 "항상 군민의 편에 서는 화합과 통합의 군정을 펼쳐나가겠다"고 밝힌 것도 이같은 심각한 현실을 반영한 것일게다. 지역 소멸 위기를 벗어나 지속가능한 지역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단체장과 공직자,의회 의원,지역민이 힘을 한데 모아도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지역의 결속을 해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민선 단체장들은 앙금이 쉽게 풀리지 않겠지만 경쟁 후보 진영을 포용하고 소통하기 위해 진정성을 갖고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사설>공공기관 이전 '실패론' 의도없나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이 최근 관훈토론에서 공공기관 이전 실패론을 언급해 국토 균형발전을 책임지는 주무장관으로서 부적절했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원 장관 역시 제주도지사 역임시 수도권 집중화에 의한 폐해를 인식하고 있었음에도 균형발전의 주요 역할을 하고 있는 공공기관 이전에 대해 부정적으로 거론하는 저의가 의심스럽다. 원 장관은 지난달 29일 관훈클럽에서 "수도권 발전을 억제하고 수도권 시설을 지방으로 강제 이전해 수도권과 지방의 성장 격차를 줄이는 획일적 분산 정책은 결국 실패했고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는 더욱 심화됐다"고 했는데 동의하기 어렵다. 원 장관이 이날 공공기관 지방이전의 성과와 평가를 무시한 발언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인 2단계 공공기관 지방이전 추진 의지를 의심받고 있다. 원 장관도 공공기관 지방이전이 국토 균형발전에 큰 역할을 하고 있음을 인식할 것이다. 매주 금요일 오후면 전국 혁신도시가 서울행 버스로 행렬을 이루고 불꺼진 도시가 된다는 부정적 평가에도, 공공기관 이전 성과를 가릴 수 없다. 빛가람 혁신도시가 들어선 이 지역의 경우 조성전에는 1만명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현재는 4만여명에 육박할 만큼 인구 유입과 지방 세수도 크게 늘었다. 물론 혁신도시 기반 조성이 미흡해 공공기관 직원 가족들의 이주가 활발치는 않으나 균형발전의 주요한 자양분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이런 성과를 부인할 것이 아니라 앞으로 국책사업을 추진한 국토부가 더욱 막중한 책임의식을 갖고 임해야할 대목이다. 오히려 지금은 수도권대학 반도체학과 증원을 시발로 노골적으로 드러난 수도권 규제 완화 움직임에 대한 문제 의식을 갖고 국토균형발전 차원에서 대처할 상황이다. 대한민국은 수도권 공화국으로만 존재할 수 없다. 원 장관도 지난 대선 예비후보 시절, 윤석열 대선 후보 캠프에서 정책 기획의 총괄 본부장으로 국토 균형발전을 줄기차게 약속했다. 원 장관은 공공기관 이전 실패 발언에 대해 사과하고, 윤석열 정부에서 약속한 2단계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갖고 신속하게 추진해줄 것을 촉구한다.
35일이나 지각한 국회
학교나 회사에 정해진 시간보다 늦게 등교 또는 출근할 때 우리는 '지각' 했다고 한다. 이런저런 이유로 지각을 하게 된 이들의 얼굴엔 미안함과 당혹감이 가득하다. 규정을 지키지 못해 조직과 구성원에 피해를 줬으니 당연한 일이다. 지각을 밥 먹듯이 하고도 되레 큰소리를 치는 '고액 연봉자'들이 있다.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이다. 회의시간 20~30분 늦은 것은 지각 축에도 끼지 못한다. 국회 문을 아예 걸어 잠그고 한달 넘게 무단결근을 일삼았다. 여야의 사생결단식 정쟁으로 초래된 제21대 국회 후반기 공백 사태가 35일만에야 끝났다. 여야는 4일 우여곡절 끝에 국회 후반기 원구성에 합의했다. 어렵게 타협점을 찾았지만, 그동안 산적한 현안들을 외면한 국회의원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곱지 않다. 지금 세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의 악재가 맞물리면서 최악의 경제위기를 맞고 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高)' 경제위기로 우리 국민이 체감하는 어려움은 더욱 심각하다. 이런 위기상황에서 국회의원들은 원 구성이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실상 놀고먹었다. 6월부터 후반기 국회가 시작됐지만 한 달이 넘도록 단 한 건의 민생 법안도 처리되지 않았다. 그러면서 국회의원들은 국민이 낸 세금을 꼬박꼬박 받아갔다. 국회의원 1인당 세비는 월 1285만원, 연 1억5426만원에 이른다. 매일 의원 1인당 42만원꼴이다. 근로자들은 파업을 하면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 임금을 받지 못한다.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국회의원에게도 이 원칙을 적용해 세비 반납을 요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국회 '지각 개원'과 '무노동 유임금'의 악순환이 매번 되풀이되고 있다는 점이다. 13대 이후 국회는 단 한 번도 법정시한 내에 개원한 적이 없다. 전·후반기 합쳐 원 구성 평균 소요 기간은 41.4일이었다. 이번 21대 국회 후반기는 35일만에 문을 열었다. 과거보다 6일 단축시켰으니 잘했다고 해야 할 지 참 난감하다. 민생·개혁 법안 처리 책임은 여야 모두에 있다. 경제 활성화 법안 등의 처리가 늦어지면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어렵게 국회 문을 연 만큼, 여야는 당장의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국민을 위한 의정활동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 박성원 편집국장
기고·김철호> 부모에게 자녀 목숨에 대한 권리 없다
결국 모두가 간절히 바랐던 유나양의 무사귀환이 무참히 짓밟혔다. 지난 5월17일 '제주도 한 달 살기' 체험학습을 신청한 뒤 실종된 조유나양 가족이 완도 송곡항 앞바다에서 인양된 차량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유나양의 친부 조 모씨(36)가 지난해 컴퓨터 관련 사업체를 폐업한 후 별다른 경제적 활동 없이 1억원에 달하는 금융 빚을 지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경제적 어려움에 따른 극단적 선택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부모가 자녀를 먼저 살해한 후 자살하는 경우가 종종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보건복지부 산하 아동권리보장원(구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의 통계자료를 보면 '자녀 살해 후 자살'로 인한 아동 사망자 수는 2019년 25명, 2020년 12명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언론보도 내용이나 기존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관리 중인 아동들과 관련된 일부 수치일 뿐 집계되지 않은 통계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측된다. 죽음에 동의하지 않았을 아이들이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부모의 결정에 의해 생명권을 박탈당하는 사례를 보면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일원으로서, 자녀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도 매우 가슴 아픈 일이다. 부모에 의한 아동 살해는 아동학대의 가장 극단적인 형태로 보아야 한다. 1989년 11월 20일 비준된 유엔아동권리협약 제6조에 따르면 '모든 아동이 생명에 관한 고유의 권리를 가지고 있음'을 천명하고 있다. 이는 아무리 부모라고 하더라도 마음대로 자녀의 고귀한 생명을 처분할 수 있는 소유물이 아니며, 연령,성별에 상관없이 모든 아동은 자신의 인생을 사는 독립적 인격체라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법 체계에서는 잘 지켜지고 있을까. 우리나라 형법 상 존속살해, 즉 자식이 부모를 죽였을 때는 형법 제250조(살인·존속살해)에 의해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는 처벌 조항이 있으나 부모가 자식을 죽였을 경우에는 이 법이 적용되기는커녕 오히려 정상참작으로 감형까지 된다. 실제 지난해 5월, 울산지방법원에서 '자녀 살해 후 자살'에 대한 재판이 있었다. 생활고를 겪던 중 자녀를 살해한 후 본인도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다 실패한 아이의 엄마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이는 명백한 아동학대 범죄이자 살인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당시 기사 댓글을 보았을 때 '오죽 힘들면 그런 선택을 했을까'라는 온정적인 반응이 주를 이뤘던 기억이 있다. 일반적인 아동학대 사건 보다 '자녀 살해 후 자살'에 대한 우리의 문제의식과 자살인지 감수성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만큼 일반적인 국민들의 인식에는 자녀를 독립된 인격체가 아닌 소유물로 생각하고, 자녀를 살해한 후 목숨을 끊는 부모를 가해자로 여기지 않는 부분 또한 이러한 비극이 되풀이 되는 이유이다. 국민 개개인은 아동권리를 실현,보호하고자 하는 노력을 한다면 정부 또한 예방적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노력은 무엇이 있을지도 고민하고 적극적 예방 활동을 연구해야 한다. 특히 홀로 남겨진 자녀가 살아가기 힘들 것이라는 그릇된 판단도 있을 것이다. 지난해 2월 국내 한 NGO단체에서 정부의 적극적 예방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통해 자살을 계획한 부모가 남겨질 자녀를 책임질 수 없어 살해한다는 생각은 국가의 사회 안전망에 대한 불신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발표했다. 다시 말하자면 아동의 안녕과 성장의 책임이 국가에게 있다는 점을 부모들이 체감하지도, 신뢰하지도 못했다는 방증이다. 저출산 초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인구절벽 현상이 일어나는 지금이야말로 소중한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과 생명을 지키는데 국가차원에서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이다.
기후환경이야기·임낙평> 탈원전이 진짜 바보짓이라고
독일은 현재 3기의 원전이 가동 중이나 금년 말 폐쇄된다. 핵에너지 의존 제로, 명실공히 탈원전의 완성된다. 지난해 말 정권교체로 취임한 '신호등 연정'의 올라프 숄츠 수상은 전임 앙겔라 메르켈 수상의 정책을 그대로 수용했다. 금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전쟁으로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 힘든 국면에서도 야심찬 '탈핵과 재생에너지, 2045 탄소중립' 정책을 펴고 있다. 지난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참사 직후 5월, 메르켈 정부는 치열한 논쟁을 거쳐 '2022년 말까지 탈핵'을 결정 발표했다. 당시 독일은 17기의 원전으로 독일 전체 전력의 22% 이상을 공급하고 있었다. 독일은 세계적인 경제와 과학기술 강국이자, EU(유럽연합)의 맏형이다. 그들은 탈핵결정 이후 10년 동안, 탈핵 로드맵을 착실히 실천해 왔다. 그때도, 지금도 핵에너지가 탈탄소 청정에너지라는 주장도 있었지만, 정부는 여기에 흔들리지 않았다. 작년 퇴임 무렵, 앙겔라 메르켈 수상은 독일의 탈핵에 대해 "옳은 결정"이라며 "핵에너지는 결코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단언했다. 신정부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주, 원전 설비업체를 방문한 자리에서 전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현 정부의 원전 중심 에너지정책을 과감히 밝혔다. 그는 지난 정부의 정책을 '지난 5년 동안 바보짓'이라 했다. 원전 생태계가 망가졌고, '원전 생태계를 탄탄히 구축했더라면 경쟁자가 없을 것'이라며 평했다. 또한 '원전 최강국으로의 도약'을 강조하며, '원전을 직접 챙길 것'이며 '원전 세일즈를 위해 백방으로 뛸 것'이라 했다. 향후, 정부는 탄소중립 에너지원으로 원전 투자를 확대하고 특히 SMR(소형모듈형 원전)의 상용화에도 적극 나설 것을 다짐했다. 또한 원전 관련 산업체에 '철철 넘칠 정도로의 지원'을 주장했다. 사실 문재인 정부의 원전 정책은 신규 추가건설 중단과 수명 다한 노후 원전을 폐쇄하는 것이었다. 독일이나 EU 나라들의 탈핵과는 큰 차이가 있다. 문 정부의 정책이 가더라고 향후 10~30년까지도 원전 비중이 30~20% 로 아주 높다. 원전 제로가 되는 시점은 2080년대, 일부 정치인들이 그것을 '탈핵'이라 주장하는지 모르지만, 결코 탈핵이 아니다. 약간의 속도 조절에 불과했다. 그러나 신정부는 원전만이 에너지와 기후위기의 강력한 대응책으로 바꿔 버렸다. 과거 MB 정부 때, '원전 르네상스 시대'라며 원전을 칭송했는데, 현 정부에서 다시 이 말을 부활시켰다. '탈원전은 바보짓'. 독일이 바보짓을 하는 것일까? 이탈리아 스페인 스웨덴 등 탈핵을 지향하는 다수의 EU 국가들이 멍청한 나라들일까?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우수한 과학기술과 경제력을 보유한 국가들이 왜 핵에너지를 버렸을까?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원전이 말한 바와 같이 항상 불안하고, 사고의 위험이 있으며 경제성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확고한 대안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EU는 석탄도 2030년대 중반, 석유 가스도 2050년까지 퇴출시킬 예정이다. 그러면서 2050년까지 RE100(100% 재생에너지)을 성취하겠다는 각오이다. 최근 독일의 재생에너지 비중이 45%로 그만큼 탈핵 탈탄소를 위해 달려왔다. 한국은 고작 7% 내외로, 갈 길이 멀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재생에너지 꼴찌 국가이다. 기후위기에도 소홀해 국제사회에서 '기후악당'이란 오명을 얻고 있다. 이에 윤석열 새 정부는 기후위기와 에너지안보의 국제적 흐름을 타고 가야 맞다. 탄소중립과 재생에너지 확충은 발등의 떨어진 불처럼 화급한 일이다. 핵에너지를 최우선으로 할 일은 아니다. 재생에너지를 직접 챙기고. 백방으로 뛰어야 하며,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도 필요하다. '철철 넘칠 정도로 지원해야 할 곳'은 재생에너지며 미래에너지 분야여야 한다. 원전만을 위한 행보가 더 바보짓인지 모른다. 신정부의 각성을 바란다.
환경칼럼·송재식 한국환경공단 광주전남제주환경본부장> '쓰레기산' 이제는 국민과 함께 막아야
바야흐로 환경의 시대다. 자동차는 탄소배출이 없는 전기차가 대세이며 마트에서는 재활용이 쉬운 무라벨 페트병을 사용한 생수가 인기를 얻고 있고 아이스팩 또한 물을 냉매로 사용한 친환경아이스팩이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고 있다. 이러한 환경이 중요시되는 분위기 속에 2019년 미국 CNN에까지 보도되어 국제적 망신이 된 의성 쓰레기산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쓰레기산은 대부분이 폐합성수지인 폐기물을 배출·운송·처리업자들이 수년동안 의도적으로 불법투기·방치해 결국 21만여톤의 거대한 쓰레기산을 만들게 된 내용이다. 축구장 두 개 크기의 이 쓰레기산은 면적도 면적이지만 높이가 아파트 7층 높이에 해당하는 15m에 달해 주요 외신들이 환경적 재앙의 대표사례로 앞다퉈 소개할 정도로 세계적 이슈가 됐다. 언론 보도 당시 일회성의 황당한 사건이라 생각했지만 이와 관련된 환경부의 조사결과는 심각했다. 전국의 불법투기·방치폐기물은 2019년 2월 120만여톤에 이르렀고 '2019년 3월부터 '2020년말까지 추가적으로 발생된 불법투기·방치폐기물도 41만톤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의성 쓰레기산과 같은 사태가 광주·전남을 비롯해 어디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폐기물의 방치는 악취, 침출수 발생 등 치명적인 환경오염을 야기하고 처리에도 막대한 국민세금이 투입되고 있다. 불법투기·방치폐기물은 발생한 이후에 처리하면 원인자(투기자)를 찾기 어렵고 찾더라도 파산 등 이유로 비용 회수를 못하고 결국 국민세금으로 해당 폐기물을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불법투기·방치폐기물의 발생 후 처리보다 발생자체 예방이 중요하다.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은 2020년부터 불법폐기물 사전발생 예방과 방치된 폐기물의 신속처리 지원을 위한 '폐기물적정처리 추진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환경공단 광주전남제주환경본부는 불법투기·방치폐기물 발생예방을 위해 주요 산단을 비롯한 발생 위험지역에 주기적 순찰, 폐기물 관련업체 정밀감시, 폐기물 발생·처리 데이터 관리에 힘을 쏟고 있다. 국민들의 불법투기·방치 폐기물 발견시 신고가 폐기물 발생예방에 중요하므로 공익제보 등 감시 네트워크 활성화를 위한 홍보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한국환경공단 광주전남제주환경본부는 지난 4월부터 광주시청 옥외전광판 등 미디어를 통한 대국민 홍보를 수행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가 완화됨에 따라 유스퀘어 및 광주송정역 등 유동인구가 많은 장소를 중심으로 불법투기·방치폐기물 발견시 신고를 위한 대국민 직접홍보도 연말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전세계적으로 논란이 된 의성 쓰레기산과 같은 불법투기·방치폐기물의 발생을 막기 위해 행정기관과 공단의 방지활동 외 국민들의 협조를 통한 공익제보·신고가 중요하다. 한국환경공단 광주전남제주환경본부는 환경부와 공동으로 불법투기·방치폐기물 신고전화 '128'번을 운영하고 있다. 폐기물 투기·방치 현장을 발견하면 128번으로 신고해 불법투기·방치폐기물의 발생을 예방하고 국민과 공단이 함께 쓰레기산을 막아 청정한 광주·전남을 만들어가야 한다.
산수국
연인의 마음을 얻기 위해 사랑의 정표로 꽃 선물을 하는 문화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어쭙잖은 연서(戀書)보다 한 묶음 꽃다발에 더 진한 의미가 담겨 있으니 꽃은 때때로 언어로, 문자로 역할도 한다. 꽃은 종류에 따라 제각기 다른 의미를 지닌다고 한다. 연인들이 가장 많이 건네는 장미는 '사랑과 우정'을 나타내고, 이슬만 먹고 살 것 같은 백합은 '순결'을 뜻한다. 노란 프리지어의 꽃말은 '당신을 응원합니다'이고, 히야신스는 '겸손한 사랑'이라는 의미가 담겼다. 늦봄이나 초여름에 결혼하는 신부 손에 들리는 하얀 수국의 꽃말은 '진심'이다. 우리 조상들도 꽃말로 교신하는 문화가 있었다. 기방의 기녀들은 마음을 주고 싶은 임을 보면 자신의 화선(花扇)을 그 앞에 넌지시 밀어 놓았다. 하지만 수청들 뜻이 전혀 없으면 하얀 박꽃을 머리에 꽂고 자리에 앉았다. 여염(閭閻)에서 연정을 호소할 때도 간혹 꽃이 쓰였다. 꽃말이 수줍음인 앵두꽃을 신발속에 남몰래 넣어두었던 것. 안개비 오락가락하는 날, 수제비 한 그릇 먹을 요량으로 지산동 분식집에 가다가 녹슨 양철 지붕 아래 터질 듯 피어있는 수국을 보며 떠오른 생각이다. 햇살과 물에 따라 색이 변한다하여 팔선화(八仙花)라 부르는 수국을 보노라면 한 일간지에 실렸던 시가 생각난다. 허형만의 '산수국'이다. 여름날 새벽 숲길을 걷다가 탐스럽게 핀 산수국을 만난 시인은, 꽃을 보는 순간 사랑스러웠고 오달졌던 시절이 떠올라 두레박으로 샘물 퍼 올리듯 그 시절의 그리움을 써내려간 것이다. "흐벅지게 핀 산수국 오져서/ 차마 아주 떠나지는 못하고/ 가담가담 오시어 가만히 들여다보는/ 여우비 갈맷빛 이파리마다 조롱조롱/ 매달려 가슴 졸이는 물방울/ 나에게도 산수국처럼 탐스러웠던/ 시절 있었지 물방울처럼 매달렸던 사랑 있었지/ 오지고 오졌던 시절/ 한 삶이 아름다웠지/ 한 삶이 눈물겨웠지" ('산수국'-허형만) 비 그치고 초록이 짙어지자 여기저기서 수국 축제가 한창이다. 수국명소로 이름난 제주 휴애리와 사려니숲, 부산 태종사는 물론 이 지역 해남 포레스트 수국, 도초 섬수국도 가히 볼만하다고 한다. 여름 한낮 땡볕에 물가는 끝없이 올라 팍팍하기 그지없는데, 한가롭게 꽃타령이라니…. 세상살이 힘들지만 그래도 수국처럼 조롱조롱, 올망졸망 서로 가까이 손 내밀고 마음 내주면 이내 좋은 날 오지 않을까.
사설> 전남 민선8기 재난지원금 공약 자치 첫단추
전남지역 상당수 민선 8기 지자체장이 지난 6·1지방선거에서 제시한 전 시군민대상 재난지원금 하반기 지급 공약이 시급한 군정 과제로 떠올랐다.하지만 재정 상황이 열악한데다 '선심성 예산' ,' 퍼주기 예산' 이란 논란까지 겹쳐 지방의회의 반발도 우려되고 있다. 재난 지원금 지급 공약 이행이 향후 군정 수행에 가늠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본보가 취재한 것을 종합하면 정기명 여수시장, 정인화 광양시장, 김산 무안군수, 김성 장흥군수, 김한종 장성군수 등이 지난 6·1지방선거 당시 올해 추가 재난지원금 지급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정기명 여수시장은 코로나19 일상회복 지원금 명목으로 올해 시민1인당 30만원을, 정인화 광양시장은 취임1개월이내에 19세 이하 청소년들에게 100만원의 긴급재난생활비를 우선 지급하고 올 하반기내 시민당 20만원의 제4차 재난 지원금 지급을 약속했다. 김산 무안군수는 전 군민에게, 김성 장흥군수는 만 18세 이상 모든 군민을 대상으로 올해 각각 20만원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키로 했다. 김한종 장성군수는 전군민을 대상으로 장성사랑상품권 30만원 지급을 약속한 상태다. 이들 지자체의 재난지원금 합계액만도 1730억원대에 달한다. 문제는 코로나19 재난지원금이 중앙 정부차원에서 지급되고 있는데 지방 정부 차원의 지원 필요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없이 추진된 점이다. 코로나19 상황도 호전되고 재정도 열악한 점을 고려할 때 득표하기 위한 선거 공약이라는 점에서 선심성 예산이란 논란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특히 광양시와 무안군의 경우 지자체장은 무소속이지만 의회는 더불어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재난지원금 지급을 놓고 집행부와 의회간 갈등이 우려되고 있다. 이들 두 지자체 뿐만 아니라 재난지원금을 공약한 지자체의 경우 새롭게 출범한 의회가 집행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본연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 집행부의 일방적 재난지원금 지급 추진에 적절한 제동을 걸어야 할 것이다. 의회 심의때 재난지원금 지급 필요성과 지원 대상, 지원액 규모 등이 합당한지 에 대해 면밀하게 검토해 재정 집행의 불합리한 면을 없애야 한다.
사설>강제동원 면죄부 주는 대위변제 안돼
정부가 일제 강제동원 배상문제를 기금으로 대위변제를 거론하는 것에 대해 피해자측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배상에 의무도 없는 제3자가 모금이나 출연을 통해 피해자에게 대신 돈을 지급하는 방식은 책임있는 기업에 면죄부를 주는 것과 다름아니다는 주장이다. 정부는 한일관계의 최대 난제인 강제 징용 피해자 배상금 해결 차원에서 민관합동 기구를 출범할 예정이다.이 기구의 출범 목적은 강제동원에 배상 책임이 있는 일본 기업 미쓰비시 대신에 대위 변제 등 다른 방법으로 해결토록 의견을 정부에 건의하는 수순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범기업의 배상금이 아닌 제3자의 기금 출연 방식은 강제징용 문제를 해결하는 바른 방법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경색된 한일관계를 뚫어야 함은 당연하나, 정부가 거론하고 있는 방식이 2018년 대법원에서 승소한 피해자들의 일본 미쓰비시 자산 현금화를 막기 위한 조치로 밖에 보이지 않아서다. 지난 달 30일 일제 강제동원 시민모임이 광주시의의회에서 "피해자들이 왜 가해자에게 정당한 배상이 아니라 전혀 상관없는 사람에게 기부를 받아야 하는 지 그 이유를 밝혀달라"고 한 이유다. 우리는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한일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정부 노력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정부가 경색을 초래한 한일관계의 책임 당사자는 뒤로 빠진 채 우회로 문제 해결에 접근하는 것은 바람스럽지 않다고 본다. 대법원으로 부터 강제노동 피해에 대해 15명이 일본기업에 배상받을 권리를 갖고 있고, 우리 정부가 인정한 강제 징용 피해자 21만명 중 1000여 명이 재판을 진행하고 있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우리 정부가 나서 미쓰비시에 면죄부를 주는 것에 앞장서야 하는 지 묻지 않을 수없다. 강제 징용 문제 해결은 일본 전범기업이 피해자들에게 진솔한 사죄와 투명하고도 조속한 배상이 정답이다. 그러기에 정부가 추진하는 민관합동기구는 피해자의 마음을 헤아리는 진정성있는 방안으로 모색돼야 마땅하다. 책임있는 당사자들이 징용 피해자들에게 분명한 사죄가 전제되지 않고선 그 무엇도 이 문제를 해결하는 본질에선 벗어나는 일이다.
교육의 창·정수연> '추앙'의 연쇄 반응을 바라며
여름방학이 가까워오면 아이들 뿐 아니라 교사들도 진이 빠진다. 한 학기의 평가와 학교 생활을 마무리하면서 뒤틀렸던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이 오기를 희망한다. 내가 만나는 아이들은 중학교 2학년임에도 '여름방학이 되면 무엇을 하고 싶니?' 물어보면 가장 많이 나오는 대답은 1. 잠 2. 게임 3. 여행 정도이다. 표현은 다르지만 아이들도 쌓인 피로를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한 것일 테다. 정작 방학이 끝나고 나서 '무얼 했니?' 물어보면 우선 순위는 1. 게임 2. 잠 3. 학원인 경우가 많다. 방학이어도 아이들은 학원을 벗어날 수가 없다. 교사들에게도 방학 중 하고 싶은 것의 우선은 쉼이다. 정도껏 쉬고 나서야 책을 읽을 마음도, 공부를 하고 싶은 마음도 생겨나는 법이다. 아이들도 그리하길 바란다. 쉬고 나서 자신에게 필요한 일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생산적이고 창의적인 일을 할 에너지와 여유를 가지면 좋겠다. 나의 2022년 여름방학 버킷리스트 중 하나는 상반기 화제가 되었던 드라마와 영화 정주행인데, 평소에 드라마를 즐기는 편이 아니더라도 보지 않을 수 없는 시대적, 사회 문화적 흐름이란 게 있다. 이를 테면 1990년대의 '여명의 눈동자'나 '모래시계'와 같은 작품이 있는 법이다. 내게 올해의 드라마는 박해영 작가의 이다. 사전에서나 보았을 '추앙'이라는 낱말이 많은 사람들에게 오르내리고, 얼핏 비문처럼 보이기도 하는 '나를 추앙해요.' 라는 미정의 대사가 회자되었을 때에야 나는 이 드라마의 소문을 들었고, 몹시 궁금해졌다. 무엇보다 '나를 추앙해요.'라는 문장이 어떤 맥락에서 나오는지가 무척 궁금해서 잠깐이라도 찾아보지 않을 수 없었는데, 각자의 사연과 고단함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중에 직장 일과 사람과의 관계에 치여 힘들어하던 미정의 대사는 가슴 아프다. "못하겠어요. 힘들어요. 지쳤어요.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된 건지 모르겠는데.. 그냥 지쳤어요.. 모든 관계가 노동이에요. 눈 뜨고 있는 모든 시간이 노동이에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아무도 날 좋아하지 않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우리가 살아가는 일이란, 실제로 기쁜 일 즐거운 일보다, 그렇게 바라보고자 하는 마음이 우선하는 것 같다. 그러한 방향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에 기대어 일상을 버텨가는 것이겠지. "생각해보면 시작점은 다 그런 눈빛, 넌 부족해라고 말하는 것 같은 눈빛, 별 볼일 없는 인간이 된 것 같은 눈빛, 하찮은 인간이 된 것 같은 느낌.. 우리를 지치고 병들게 했던 건 다 그런 눈빛이었다. 자신의 사랑스러움을 발견하고자 달려들었다가 자신의 볼품없음을 확인하고 돌아서는 반복적인 관계, 어디서 답을 찾아야 할까?" 그러니, "날 추앙해요. 난 한 번도 채워진 적이 없어. 당신은 어떤 일이라도 해야해요. 난 한 번은 채워지고 싶어. 그러니까 날 추앙해요. 사랑으론 안 돼. 추앙해요 " 미정이 추앙받기를 원했던 상대역은 '사람과는,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은' 구씨이다. "추앙하면 뭐가 달라지는데?" "봄이 되면 당신도 나도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을 거예요." "확실해? 봄이 오면 너도 나도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을까? 확실해? 추앙은 어떻게 하는건데?" "응원하는 거, 넌 뭐든 할 수 있다. 뭐든 된다. 응원하는 거." 이런 말들이 떠도는 드라마라면 황금 같은 시간이라도 얼마든지 투자하고 싶은 마음이다. 한 학기를 지나면서 아이들에게 많이 무심해진 마음, 또는 긍정의 시선보다는 부정의 눈빛을 더 많이 보내기도 했을 숱한 나의 모습들을 반성한다. 변화를 추동하는 힘, 삶을 새롭게 해석하는 힘이 바로 '추앙'하는 관계, 추앙을 받고 싶고 추앙을 하고 싶은 마음으로부터 시작되어 긍정의 연쇄작용이 일어나면 얼마나 좋을까?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시작된 신냉전 분위기와 경제적 위기 상황에서 그가 펼치는 경제와 노동 정책 등이 심상치 않다. 국민의 생활이나 안녕과 무관한 정치적 행보에 대해서도 좋은 눈길을 줄 수가 없고, 도무지 진심이나 성의가 드러나보이지 않는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도 마음이 편치 않다. 그가 '이미 지배적 힘을 확보한 시장 참가자의 선한 의지'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시장 조절 기능' 같은 신자유주의자들의 이야기만을 금과옥조로 삼지 않기를 바란다. 후보 시절, 국민과의 약속을 그가 잊지 않기를 바란다. 코로나 이후 '실력 광주'를 앞세워 당선된 이정선 교육감 체제의 광주 교육, 그가 실력만을 내세워 경쟁과 불안의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과 교사들을 더욱 삭막하게 몰아가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3년 간의 후보 시절, 진지하게 살폈을 광주의 교사 학생의 마음을 그가 '추앙'하기를 바란다.
기고·정찬기>출범 9개월 쉼없이 달려온 '빛고을 50+센터'의 각오
지난해 10월 개관한 광주광역시 장년층 생애 재설계 지원기관 '빛고을 50+센터'가 9개월째를 맞는다. 장년층 시민만을 바라보며 '실사구시형' 도움을 주는 기관이 되자는 각오 아래 불멸의 불사조 정신으로 전 직원이 함께 앞만 보고 달려 왔다. 센터의 기능은 장년층의 인생 2막을 위해 도움이 필요한 △50+ 생애 재설계 상담 △정보제공과 전문기관 연계 지원 △생애전환 교육 △장년층이 즐길 수 있는 일과 사회공헌활동 지원 △생산적 커뮤니티 지원, 종합플랫폼 50+포털 운영 등이다. 센터의 올 상반기 주요 성과를 보면 센터 이용 시민은 방문 및 전화 상담 1189명, 회원 가입 678명, 각종 프로그램 이용 677명, 밴드 가입 456명으로 연인원 3000명에 달한다. 1층 북카페인 50+아지트는 또래 벗들과 만나 소통, 독서 등을 즐기고 있다. 전국 두 번째로 광주만의 특색있는 '빛나는 인생 학교'를 개강해 1기생을 배출했으며 배출 자원은 자체 동문회를 결성해 사회공헌활동을 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노후준비=백세시대 걱정 해소'라는 모토로 아카데미를 열었으며 2기교육을 마무리 했다. 퇴직 앞둔 공직자 등 장년층의 인생 2막을 위한 프로젝트도 눈길을 끌었다. 사회참여 프로젝트를 2회 중 1기를 개강 했으며 빛나는 50+트렌드 특강을 매월 개설해 교육 장년층이 스마트폰 등 첨단정보통신 장비류를 친숙하게 사용할수 있도록 수강 기회도 제공했다. 취업코칭과 50+전문상담의 날 행사도 호평받는 프로그램으로 매월 1회 진행하고 있다. 재취업과 신규 취업 정보제공은 특강을 통해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작성법, 면접요령 등을 교육했으며 기관별 취업 정보를 1:1 상담을 통해 실시간 알선하고 센터가 운영하는 밴드에 일자리 정보를 제공하여 장년층 회원들이 활용하도록 했다. 장년층 시민에게 메타버스 이해와 급변하는 문명 문화에 적응하도록 교육과 기후위기 대응 및 탄소 중립 실천도 전문가 초빙 교육으로 환경 보존에 앞장서고 있다. 생애 재설계 지원 교육을 집중하며 광주시와 고용노동부로부터 신중년경력형 일자리 사업을 일부 위탁받아 진행하고 있다. 사회서비스안전지킴이 20명과 양육코칭서비스 담당자 15명을 채용해 행정복지센터와 노인복지관에 지원해 줬으며 산모나 만12세 자녀를 둔 가정을 찾아가 놀이코칭 기법 등 도움을 제공했다. 11월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각종 업무협약(MOU)을 25개 유관기관과 체결 했으며 기관별 보유 전문인력 등 자산을 활용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밖에 신문과 방송을 통한 칼럼, 행사 등 언론홍보를 통해 빛고을 50+센터를 알리고 있다. 후반기 광주빛고을 50+센터 주요 활동은 전반기 추진한 인생학교 등 4가지 핵심사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장년층 시민 및 유관기관과 함께하는 50+ 포럼, 연말 장년층과 함께하는 중년 페스티벌도 열린다. 이용자 중심의 요구 사항을 수시로 확인, 반영할 수 있는 단기특강 서비스도 진행한다. 독자적인 50+포털 구축도 이어진다. 다양한 정보를 원스톱으로 얻을 수 있도록 종합플랫폼 역할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광주시 장년층은 시민 인구의 1/3로 46만 명이다. 빛고을 50+센터는 민선 8기 새로운 광주시대를 맞아 시민의 허리층으로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보유한 장년세대가 지역 발전에 참여할 수 있는 시회공헌 방법도 찾아볼 예정이다. 센터를 찾는 장년층 시민들 모두에게 친절과 따뜻한 배려를 하며 다양한 욕구 충족을 위해 최선의 방법을 모색해 볼 생각이다. 빛고을 50+센터 발전에 지도편달 해 준 광주시 복지건강국장, 고령사회정책과 관계 공무원에 감사드리며 센터 봉사에 전념해 준 서포터즈단, 50+ 회원 등 장년층에 감사 드린다.
취재수첩>민선8기 우승희 영암군수 취임…'권불십년 화무십일홍' 명심하길
민선8기 제43대 우승희 영암군수가 취임했다. 우승희 영암군수는 취임사를 통해 영암을 생기와 활력이 넘치게 뛰겠다"며 "지금과 다른 길, 혁신의 길, 영암의 길을 만들어 군민의 자부심을 높이고 군민이 주인이 되는 혁신영암의 미래비전을 직접 설명했다. 취임식은 연설단상 없이 전광판 화면을 활용한 프리젠테이션 브리핑 형식으로 축하 분위기가 고조되는 등 혁신에 걸맞게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하지만 민선8기 시작부터 군수 취임식 준비과정에 선거 공신 측근 업체에 수의계약을 통해 사업을 몰아줬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이러한 의혹은 군수에게 모든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권력은 인사와 예산, 각종 인허가에서 통제받지 않은 절대적 권한을 행사하고 있는 군수 뒤에는 선거에 앞장서 왔던 '문고리 권력'들이 각종 '비리의혹'에 휩싸여 주민들의 눈총을 받아 왔기 때문이다. 이유는 선거때 마다 당선자들의 선거를 도와 왔던 문고리 권력들이 각종 인·허가·관급사업 및 인사과정에 나서는 부적절한 모습이 끊임없이 회자됐다. 조선시대는 벼슬 높은 판서보다 임금을 자주 만나는 도승지의 힘이 더 컸다 한다. 원인은 문고리 권력들이 군수를 근거리에서 보좌하며 크고 작은 일에 대한 사안을 관여 하면서 일을 저지르기 때문이다. 지난 군수가 취임하면서 이른바 '선거 공신'을 정무직·별정직 등으로 채용, 선거때 마다 당선자들의 선거를 도왔던 문고리 권력들이 각종 인·허가·관급사업 및 인사과정에 나서 기존 직원들과 화합하는 데 걸림돌 이 되는 부적절한 모습이 끊이지 않았다. 이처럼 군수 문고리 권력들이 각종 인·허가·관급사업 및 인사과정에 부적절한 모습이 끊임없이 회자 되던 민선 6~7기 전직 군수의 뒷모습을 보고 주민들은 무엇을 생각할까. 아마도 '권불십년'이나 '화무십일홍' 쯤 생각하지 않을까. '권불십년 화무십일홍'은 정치 권력의 무상함을 비유할 때 쓰는 고사성어다. 권력은 십 년을 못가고 활짝 핀 꽃도 열흘을 못간다는 뜻으로 '세상에 영원함은 없다' '아무리 드센 권력도 언젠간 물러나고 그 끝은 허무하다'는 걸 얘기하고 있다. 오랜 세월 선조들의 세상살이 지혜와 촌철살인의 함축된 의미를 되새기며 취임식에서 내세운 '초심'을 잃지 않는 군수가 되길 바란다.
사이버 펑크> 게임 세계가 구현한 유토피아
세계보건기구가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규정하면서 한때 국내에서는 게임 논쟁이 일었다. 당시 방영된 '게임을 질병의 원인으로 볼 것인가'에 대한 한 토론방송은 게임 유저들 사이에서 지금도 회자된다. 게임을 부정적으로 보는 한 패널에게 주장의 인용 근거를 묻자 "저희는 일반인이라 굳이 그 논문까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습니다"라는 원천봉쇄 성격의 논리적 오류성 발언이 나왔기 때문이다. 커뮤니티 상에서 어느새 풍자적 의미로 쓰이는 '일반인 드립'의 시초가 바로 한국에서 게임 논쟁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현재 '게임 이용 장애'라는 정식 질병코드(6C51)는 도박 중독(6C50)과 같은 분류인 '중독성 행위 장애'에 등록되어 있다. 개정된 질병코드는 올해 2022년부터 적용되며 이 때문에 각국 보건당국은 게임 중독과 관련한 예산을 배정할 수 있다고 한다. 유독 한국은 게임을 둘러싼 여론이 극단적이다. 게임 산업이 비약적 발전을 이루면서 VR(가상현실)을 이용한 게임 세계가 구현되고 리그오브레전드, 오버워치 등의 게임이 한국에서 E-스포츠 종목으로 자리 잡았다. 도티, 감스트, 대도서관과 같은 인기 게임 유투버들은 새로운 직업의 예시를 보여주며 청소년들의 우상이 되었다. 게임이 구현한 가상세계를 디스토피아로 바라보는 시선도 만만치 않다. 교육에 열성적인 학부모들 눈에는 게임은 그저 '중독'의 현상 매개체로 알콜, 약물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게임의 폭력성에 대해 보도한답시고, 손님들이 한참 게임을 즐기고 있는 PC방에서 기자가 갑자기 전원을 내리는 민폐의 모습이 뉴스로 방영된 적이 있다. 이는 한국 사회가 얼마나 게임을 병적으로 간주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예다. 자신이 몰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외부의 충격으로 과정이 강제 중단되면 감정적으로 동요되는 것은 당연한데, 다소 격하게 짜증 섞인 손님들의 반응을 두고 '게임 때문에 비롯된 폭력성'을 원인으로 규정한 것이다. 뉴스가 한순간에 웃음거리가 된 이 유명한 사건은 여러 매체에서 패러디로 이어졌다. 이처럼 게임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만연한 상황에서 영국의 유소년 축구선수였던 Kiyan Prince의 게임 속 부활은 게임의 새로운 방향성과 긍정적인 시각을 제시한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스포츠 게임, FIFA 온라인의 제작사인 미국의 게임회사 일렉트로닉 아트(EA)는 Kiyan의 사망 16주기를 추모하기 위해 가상현실 속 그를 부활시켰다. 2006년 15살이었던 소년 Kiyan은 영국의 프로축구단 퀸즈 파크 레인저스 FC와 계약한 축구선수 유망주였다. 안타깝게 그는 학교 밖에서 한 친구가 괴롭힘을 당하는 모습을 보고 친구를 도와주기 위해 나서는 도중 비극적인 사건에 휘말렸다. 상황은 비극적으로 흘러갔고, 그는 가슴에 칼이 찔려 어린 나이에 안타깝게 생을 마감했다. 그의 부모님은 아들의 죽음을 마냥 슬퍼하지 않았다. 아들의 유산을 이용해 후원재단을 만들고 청년들을 도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2021년 kiyan은 FIFA 온라인에 등장하기 이른다. 살아있었다면 그해 30살의 스트라이커로서 눈부신 기량을 꽃피운 전성기를 맞이했을 것이기 때문에 그의 등 번호는 30. 정교한 선수를 만들어내기 위해 게임회사 EA의 제작자들은 Kiyan의 아버지와 직접 만나 30살 Kiyan의 이미지를 구현했다. 또한 Kiyan의 아버지, 코치, 팀원, 친구들과 함께 협력해 Kiyan의 플레이 스타일을 게임 속 가상세계에서 재현할 수 있도록 했다. 지인들의 'Kiyan이 살아있었으면 어땠을까'하는 상상이 이뤄진 것이다. '더 코스트 오브 불링(The Cost of Bullying)' 캠페인은 게임 속 세계를 윤리적으로도 유토피아에 가깝게 만들고 있다. 더 코스트 오브 불링 캠페인은 게임 내 채팅에서 욕설, 따돌림 등의 사이버 불링(Cyber bulling)을 탐지해 타인을 괴롭히는 사람들에게 아이템 구매 가격을 인상시키도록 한 캠페인이다. 환경적으로도 유토피아에 가까워지고 있다. 플라스틱 분리배출을 도와주는 방치형 게임 '마이그린플레이스'는 사용자는 플라스틱 용기의 바코드를 촬영하는 방식으로 보상을 얻어서 게임 속의 공간을 아름답게 꾸민다. 플라스틱 제품의 바코드를 카메라로 찍으면 재활용 방법, 환경 인증 정보, 재활용 용이성 등급 등 각종 분리배출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어 분리배출에 도움을 준다. 구구절절 설명했지만, 사실 한국에서 게임을 둘러싼 각각의 주장과 근거를 설명하는 일은 정말 진부한 논쟁이 됐다. 게임 세계가 구현할 수 있는 유토피아를 상상하면, 어쩌면 게임 논쟁은 한국에서 필요 없는 이야기가 된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사설> 민선8기가 떠안은 광주지하철 2호선 과제
현재 공사중인 광주도시철도 2호선의 개통 시기가 설계 변경과 사업비 부족 등으로 당초 계획보다 3년 이상 지연될 것으로 전망됐다. 김준하 민선8기 광주시장직 인수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29일 광주시의회 5층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최종 자문회의에서 "현재 상황으로는 당초 2023년 개통 예정이던 도시철도 2호선 1단계 사업(광주시청∼광주역·17㎞)은 공기내 완공이 불가능하다"면서 "빠르면 2026년에야 개통이 가능할 것이다"고 밝혔다. 2단계(광주역∼첨단∼시청·20㎞) 구간도 5년 정도 지체돼 2029년에나 개통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나머지 3단계(백운광장∼진월∼효천역·4.8km)는 예상 공사비가 2200억원에 이르지만 5억원만 남아 있어 사실상 공사 추진 자체가 불투명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러면서 인수위는 이같은 사실을 광주시가 이미 인지했음에도 시민들에게 알리지 않았고, 양해를 구하지도 않았다는 점을 더 큰 문제로 지적했다. 시민 생활과 도시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도시철도 건설 사업에 대한 문제점 등이 인수위를 통해서 드러난 것은 시민의 알권리 충족면에서 다행이다. 개통 시기 지연으로 인해 시민 불편과 고통이 길어질 수밖에 없어서다. 민선 7기때 추진했던 주요 사업을 분석하는 일은 시정 청사진을 새롭게 짜기 위해서는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이미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사실을 시장 취임을 코앞에 두고 발표된 것은 첨예한 현안에 대해 임기 시작 전에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려는 의도로 엿보인다. 상황이 이러했음에도 시정을 견제하고 감시해야 할 의회가 무슨 역할을 했는지 묻고 싶을 뿐이다. 인수위 말대로라면 오늘 출범하는 민선 8기로서는 무거운 과제를 떠안게된 셈이다. 사업 지연에는 인건비와 건설자재 등 원자재 가격 상승, 안전규정 강화에 따른 추가 시설비, 설계 변경 등 통제 불가능한 요인이 크게 작용한 만큼 민선7기 탓만 부각시킬 일이 아니다. 광주시는 당장 공사비 증액과 관련, 기획재정부와의 협의가 올해 12월까지 진행되는 만큼 정부를 설득할 논리를 개발해 국비 지원을 최대한 늘리는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