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일초대석>김현선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총감독 "4차산업혁명의 부작용, 디자인의 '감성적 치유'로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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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전일초대석>김현선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총감독 "4차산업혁명의 부작용, 디자인의 '감성적 치유'로 해결"
“AI적 관점에서 치유와 오감 통한 디자인”||디-레볼루션 주제… 시대적 패러다임 담아||이팝나무 활용한 작품 통해 광주정신 구현||신기술 통한 조수미 공연 등 볼거리 기대
  • 입력 : 2021. 06.20(일) 16:23
  • 박상지 기자

김현선 2021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총감독이 "올해 광주디자인비엔날레는 시대의 패러다임을 반영해야 한다. 과거의 아픔을 간직한 광주와 코로나 블루와 싸우고 있는 우리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감성적 치유'이다. '감성적 치유'는 미래 디자인에서 강세를 이룰 전망이다"고 밝히고 있다. 나건호 기자

매 행사때마다 예술성과 대중성의 두마리 토끼를 잡았던 광주디자인비엔날레가 오는 9월1일 개막식과 함께 61일간의 대장정에 들어간다. 올해 행사는 '코로나 블루'와 '광주민주화운동' 등 현재와 과거의 아픔이라는 시대적 패러다임이 반영될 예정이다. 또 코로나19로 인해 4차산업혁명으로의 진입이 앞당겨지면서 기술과 감성의 의미있는 콜라보를 디자인을 통해 선보여질 계획이다. 2021 광주디자인비엔날레 개막을 두어달 앞두고 올해 행사의 수장을 맡은 김현선(64·홍익대 국제디자인전문대학원 부교수) 총감독으로부터 행사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와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어봤다.

다음은 김 감독과의 일문일답.

-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미래시대에는 어떤 디자인적 요소가 강세를 이룰 것으로 예상되는가.

△3차 산업혁명에 비해 변화의 속도가 더 빨라지고, 인간에게 더 큰 영향을 주고있다. 이럴수록 디자인이 더 중요하다. 속도가 빨라지고, 연결이 긴밀해지다보니 인간에게 해로운 것들이 많아지고, 인간은 고독해진다. 현대사회의 두드러진 특징은 높은 자살률과, 고독사이다. 기술발달의 부작용은 외로움이다. 미래시대 인간에게 중요한 요소는 부와 지식 뿐이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위로와 공감, 배려, 소통 그리고 타자에 대한 이해이다. '풍요 속 빈곤'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경제학적 요소가 아닌 디자인이다. 올해 광주디자인비엔날레는 시대의 패러다임을 반영해야 한다. 과거의 아픔을 간직한 광주와 코로나 블루와 싸우고 있는 우리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감성적 치유'이다. '감성적 치유'는 미래 디자인에서 강세를 이룰 전망이다.

-올해 광주디자인비엔날레의 주제는 디-레볼루션이다. 디자인과 혁명이 결합된 주제인데, 감독이 생각하는 디자인의 혁명이란.

△디-레볼루션이란 AI, 디지털적인 혹은 디자인의 산업적 혁명일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다름에 대해서, 다름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발견하는 일이다. 상호 이해를 통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의미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디자인의 감성적 치유는 지금까지 디자인계에서도 자주 시도돼 왔던 부분이다. '감성적 치유'를 올해 디자인비엔날레에서 더욱 심층적으로 시도하고 싶다. 전시를 이루는 요소는 작가와 작품, 관람자 그리고 관람자와 공간, 사람과 사람으로 규정지어져 왔다. 이 기존의 방식을 뛰어넘어 '다름'을 드러낼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의 상호작용을 끌어내 보고 싶다. 일상과 접촉, 대면을 넘어 무엇을 바라보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내가 말하는 '디자인의 혁명'이다.

-2019년 광주디자인비엔날레는 유례없는 큰 흥행을 거두었다. 지난 행사에 이어 올해 행사에도 큰 기대를 거는 관객들이 많을 것 같다. 올해 행사의 흥행적 요소는 무엇인가. 흥행을 기준으로 지난 행사와 차별화되는 요소가 있는가.

△최근 광주시가 AI도시로 선정이 됐다. AI디자인, 미래디자인에 대한 화두를 광주에서 먼저 던졌다고 생각한다. AI적인 관점에서 치유와 오감을 통한 디자인을 선보일 계획이다. 디지털적인 요소 뿐 아니라 아날로그적 요소까지 결합해 전시를 구성했다. 사운드와 향기, 색, 광주의 상징인 빛을 활용한 전시를 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이팝나무에서 채취한 천연향이 활용됐다. 전시에 이팝나무의 향을 입히고, 색과 향을 통한 치유를 시도할 예정이다. AI가 사람에게 가장 적합한 향을 추출해주는 체험도 진행이 된다.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감성의 조합이 되지 않을까 기대된다. 특히 조수미씨가 홍보대사로 선정이 됐다. 이번 행사에서는 4차산업혁명 시대의 새로운 공연형식을 처음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조수미씨의 공연이 가장 기대가 크다.

-감독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본전시, 특별전, 기념전 등 전시관 하나하나가 기대가 된다. 각 전시별 관람 포인트는 무엇인가.

△주제관에서는 디-레볼루션인만큼 AI체험, 새로운 기술을 선보인다. 주제관에서 아날로그적 접근을 했다. 전시장소가 광주인만큼 광주의 정체성과 디자인의 공공성을 모두 담은 공간으로 연출했다. 환경과 자연, 인간의 감성에 이르기까지 기존 틀을 깨고 화두를 던지는 여러국가의 작품들을 초청했다. 입구에서 시작된 완다 바르셀로나 작가의 작품을 비롯해 5·18의 상처를 다루는 김은주 작가의 '검은방', 이팝나무의 천연향 속에서 힐링할 수 있는 공간, 김준홍 작가의 '비일상의 공간', 이이남 작가의 '거울의 방'까지 4차 산업혁명시대, 5·18에 대한 재해석을 감상할 수 있다.

국제관은 '덥-레볼루션'이 주제인데 관람포인트는 '덥의 체험'이다. 덥이란 독창성의 새로운 개념이다. 낯선 용어일 수 있다. '더빙한다'는 내용은 익숙한데, 이 '더빙'이 '덥'에서 나온 용어이다. 미술계에서 덥이란 외국의 것을 현지의 것과 재조합해서 새롭게 창조하는 예술적 행위를 의미한다. 국제관에서는 원형의 섬들이 혼재하면서 각각의 새롭게 창조된, 독창적인 디자인의 여러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관람자들이 자기만의 리믹스를 기록할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이다.

AI관에서의 관전포인트는 인간과 기술의 협업이다. 스마트홈을 선보일 예정이다. 스마트 홈 기술력에 있어서 광주가 원천기술을 많이 가지고 있다. OEM 방식으로 곳곳에 스며든 기술들이 많아서 놀랐다. 그래서 AI관에 광주업체가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광주만의 기술력을 선보이는 자리라고 봐도 된다. 광주 기술력의 우수성을 몸소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네 번째 전시공간은 체험관이다. 혁명적이면서 디자인을 통해 진화하고 있는 여러 체험들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양미나 작가의 신작인 인간 뇌파를 색과 빛으로 형상화 한 작품을 비롯해 자연의 향기와 사람을 연결하는 체험도 할 수 있다. 현대 기아차, 포르셰, 엔씨소프트, 한글과 컴퓨터 등 인류의 진화를 이끄는 다채로운 전시를 감상할 수 있다. 앞서 설명했던 조수미씨의 새로운 형태의 공연도 이 공간에서 열린다.

메인전시 이외에도 국제포스터 초대전이 열리는데 가능하면 전 세계 많은 작가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 특히 지역 작가들의 참여율이 높은데, 지역 갤러리와 연계해서 지역작가 작품전, 연계전, 기념전 형태로 진행할 예정이다.

올해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서 처음으로 시도한 프로그램이 있다. '리틀 큐레이터'다. 꿈나무 큐레이터들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이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에겐 인증서도 수여된다.

이 밖에도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챗봇이 전시의 이해를 도울 예정이고, mbc플러스와의 계약을 통해 비대면 홍보를 준비하고 있다.

-주제관 하나를 광주정신이 깃든 공간으로 마련한 것이 인상적이다. 미술계에서 광주정신은 주로 회화, 설치 등으로 표현은 됐지만 디자인으로 표현된 경우는 없었다. 디자인으로 광주정신이 어떻게 구현될지 궁금하면서 기대가 되는 이유다. 특히 이팝나무를 활용한 까닭은 무엇인가.

△전시준비를 위해 광주에 왔었는데, 가로변에 이팝나무가 500m정도 늘어서 있었다. 이때 이팝나무에 얽힌 5·18의 스토리를 알게됐다. 감동적이었다. 이팝나무 아래서 5·18 당시 주먹밥을 나눠먹으며 혁명을 이루어 냈다는 이야기였다. 이팝나무를 보면 마치 흰쌀처럼 보이기도 한다. 외부인들은 잘 모르는 이팝나무에 얽힌 광주정신을 스토리텔링을 통해 전달하고 싶었다. 이팝나무의 천연향 전시나 상징조형물 등이 혁명적 정신이 깃든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올해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외에 광주와 맺은 인연이 있었는지.

△무등산이 세계 지질공원으로 유네스코에 등재되기 전에 브랜드 개발을 위한 공모전이 진행이 됐었다. 거기에서 내 작품이 1등을 했다. 이후 무등산이 세계 지질공원으로 유네스코에 등재됐다. 그게 광주와 맺은 첫 인연이다. 무등산 지질공원이 참 매력적인 곳이라는 생각에서 공모전에 참여를 했었다. 보통 산은 1개 지역에만 있지만 무등산은 광주, 화순, 담양 세 지역을 아우르고 있다. '포용'이란 무엇인지, 광주의 따뜻함과 넉넉함이 무등산에서 비롯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광주만의 감성의 원천이기도 하다.

- 올해 행사를 준비하면서 광주에 대한 여러 생각들이 떠올랐을 것 같다. 감독이 생각하는 광주디자인에 대한 평가와 비전이 궁금하다.

△광주에 머무르면서 미처 광주에 대해 알지 못했던 부분들이 많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광주에서 음식을 먹고 서울에 가면 화가 나기도 한다. 그 정도로 광주 음식이 맛있다. 예술적 잠재력 만큼이나 원천기술이 많았던 것이 인상적이었다. 미래 디자인에 도울이 될 수 있는 기술들이다. 잘 꿰어서 목걸이를 만들어 보아야 겠다고 생각했다. 감성과 기술, 이성을 전부 갖춘 곳이라는 점이 광주의 가장 큰 매력이기 때문에 어떻게 이 감성과 기술과 이성을 꿰어서 작품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이 컸다. 앞으로도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은 계속 될 것 같다. 광주의 원천기술과 감성, 이성의 독창적인 융합이 여러곳에서 시도가 됐으면 한다.

김현선 2021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총감독. 나건호 기자

김현선 2021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총감독. 나건호 기자

김현선 2021광주디자인비엔날레총감독 인터뷰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