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연대·해법제시"…영산강 생태복원 공론화 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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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이슈
"전국연대·해법제시"…영산강 생태복원 공론화 활발
‘영산강 수문 너머, 생명과 공존의 미래를 만들자’ <3>해수유통 논의 재점화
조직적 민관정 연대 '발족'
하구복원특별법 등 정책화
대선때마다 국정과제 불발
"현 정부때 해수유통 실현"
  • 입력 : 2025. 07.27(일) 14:09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우리 강의 자연성 회복을 바라는 시민 197개 단체와 1152명으로 구성된 ‘우리 강 자연성 회복을 위한 범국민선언’은 지난 6월 26일 서울 종로구 국정기획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정부에 4대강 재자연화와 하굿둑 개방을 촉구했다. 범국민선언 제공
영산강 하굿둑 해수유통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과 이재명 정부 출범이라는 정치적 전환점과 맞물려, 시민환경단체들은 이번 만큼은 반드시 해수유통을 실현해야 한다며 국정과제 채택을 촉구하고 있다. 과거 정부에서 번번히 실패했던 영산강 하굿둑 생태복원이라는 정책 과제가 현 정부에서 결실을 맺을수 있을지 주목된다.



●해수유통 위한 전국회의 본격 가동

지난 2024년 12월 17일, 전라남도청 김대중 강당에서는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국가하구생태복원 전국토론회’가 열렸다. 이날은 영산강 하굿둑 건설 이후 40여 년 만에 이뤄진 가장 조직적인 민·관·정 연대의 시발점이었다. 국가하구생태복원전국회의를 중심으로 전남도, 전남도의회, 전남도교육청, 영산강유역권행정협의회, 부여군 등 행정기관과 시민단체, 학계, 연구기관, 농어업계가 공동 주최·주관으로 나섰다.

토론회에서 허재영 초대 국가물관리위원장은 “물의 순환이 단절된 하구는 기후위기와 불평등을 증폭시킨다”며 “국정의 우선순위로 하구 생태복원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정현 부여군수는 “낙동강 하굿둑 상시개방의 경험을 바탕으로 영산강·금강도 실질적인 해법을 마련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후 전국회의는 지난 2월 20일 충남 부여에서 ‘하구복원특별법 제정을 위한 민·관·정 토론회’를 열고 본격적인 입법 추진에 나섰다. 부여군·해남군·광주 광산구 등 기초자치단체들이 공동주최로 참여하면서 단순한 지역민원 차원을 넘는 정책적 접근이 시작됐다.

우원식 국회의장과 이학영 국회부의장 등 정치권 인사들도 잇달아 영상과 서면 축사를 통해 “국가하구 생태복원은 국정의 주요과제”라고 목소리를 보탰다. 이어 5월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정책간담회를 통해 당시 이재명 대통령 후보 직속 기후위기대응위원회까지 공식 참여하면서 ‘대선 국정과제 채택’의 전면에 올려지게 됐다.



●과거 번번히 실패…정책 보완 논의

영산강 하굿둑 개방 논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2년과 2017년 대선에서는 시민사회와 일부 정당의 공약에 포함됐으나 국정과제로 채택되지 못했고, 2022년에는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포함시켰지만 정권교체로 추진이 무산됐다.

가장 큰 걸림돌은 이해관계자 간 갈등과 제도화 미비였다. 농민·어민단체의 반발과 함께 수질 악화, 염해 우려 등 현실적 부담이 앞섰고, 국회 차원의 법률 정비가 병행되지 않아 실행력 있는 정책으로 발전하지 못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전국회의는 실현 가능한 정책 대안을 구체화했다. ‘하구복원특별법’ 제정을 비롯해 △해수유통을 통한 수질개선 △기수역 조성 △취·양수장 국비 이전 또는 존치 후 대체 취수 △도수로 신설 △통선문 개선 및 교통기능 확충 등의 방안을 종합 국정과제안에 반영했다.

전승수 전남대 명예교수는 “영산강 하구는 단순한 수자원 문제가 아니라 전남형 6차산업과 청년일자리, 관광산업 벨트화를 연계한 종합 생태정책의 출발점”이라며 “농업용수 확보와 지역경제 재생을 동시에 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과학적 근거도 보강됐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 기준에 따르면 부분 해수유통은 농업용수에 지장을 주지 않으며, 기존 시설을 존치한 채 대체 취수 체계를 병행하면 수백억 원 이내 예산으로도 실현 가능하다는 점이 강조됐다.



●국정과제안 채택…뭘 담았나

지난 5월, 전국회의는 정책 추진에 속도를 높였다. 같은 달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첫 정책간담회를 시작으로 22일에는 민주당 진성준 정책본부장과 2차 간담회를 가졌고, 29일에는 중앙선대위 정책본부와 기후위기대응위원회, 전국회의가 공동으로 정책협약식을 개최했다.

정책협약 당시 협약문에는 △영산강·금강 등 국가하구 생태복원 추진 △해수유통 및 기수역 복원 △국가하구 수질 개선 △국립하구복합센터 건립 △유역별 용수공급체계 정비 △하구복원특별법 제정 △총리실 산하 국가하구위원회 설립 및 협의회 상설 운영 등 총 7개 핵심과제가 담겼다.

이번 협약에는 진성준 민주당 정책본부장, 양이원영 위원장, 전승수 교수, 이창희 교수, 권봉오 교수 등 학계와 시민사회 인사들이 참여했으며, 전남도와 충남도 환경담당 국장, 해남군·부여군 실무자들도 배석했다.

전국회의 상임의장을 맡고 있는 이재태 전남도의회 의원은 “영산강 해수유통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지역소멸을 막고 균형발전을 이루기 위한 정책적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 직속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위원회가 이번 안을 최종 과제로 채택할지 검토중이며, 국정과제로 채택될 경우 영산강 하굿둑은 낙동강에 이어 두 번째로 공식적인 상시개방 절차에 돌입할 수 있게 된다.



●현 정부 4대강 재자연화 의지 ‘기대감’

정치적 환경도 확연히 바뀌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기후정의’와 ‘4대강 자연성 회복’을 핵심 국정 철학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022년 대선 후보 당시 “4대강 자연성 회복을 위한 대책과 안정적인 농업용수 공급을 위해 취·양수장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이러한 기조는 현 정부 장관들의 메시지에서도 확인된다. 김성환 환경부 장관은 지난 24일, 금강 세종보 철거를 주장하는 시민단체와의 간담회에서 “앞으로도 보 수문을 닫지 않겠다”며 정부의 확고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하굿둑을 개방하자는 주장이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하굿둑의 용수 공급 기능을 유지하면서도 생태계를 복원할 수 있는 합리적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정부의 이 같은 태도는 하굿둑 해수유통 실현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키우고 있다. 실제로 금강에서는 이미 수문 개방에 따른 생태계 회복이 확인됐으며, 낙동강에서도 상시 개방을 통한 수질개선 효과가 입증된 상태다.

박규견 전국회의 집행위원장은 “예산과 정책을 놓고 벌이는 부처 간 경쟁, 물을 둘러싼 자치단체와 지역 간 경쟁은 극심하다. 물 문제는 곧 정치이자, 거대한 권력의 형태로 체계화 된다. 이 때문에 이해당사자들의 목소리가 배제되는 구조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 지난 2018년 6월 국가물관리일원화를 제도화했다. 수량 중심의 개발독재의 시대를 접고, 수질과 생태환경중심의 정책구조로 전환한 배경이다. 그리고 통합유역관리계획을 수립했고, 국가물관리위원회와 유역물관리위원회를 제도화했다. 이제 국정과제 채택으로 물을 둘러싼 권력 분산과 균형을 이뤄내야 한다. 영산강·금강하구 생태복원은 물과 관련된 참여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최전선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성수 기자 seongsu.kim@jnilbo.com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