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찾은 광주 남구 제석산 구름다리. 한 시민이 다리를 건너고 있다. 이정준 기자 |
해당 자치구에서는 반복되는 사고를 막기 위해 여러차례에 걸쳐 안전대책을 수립했지만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일에도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40대가 이곳에서 추락했다.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죽음의 다리’라는 불명예는 좀처럼 지워지지 않을 전망이다.
23일 오전 남구 제석산 구름다리 현장을 찾았다. 이곳은 지난 1999년 도로 개설로 단절된 등산로를 연결하기 위해 산과 산 사이에 설치된 보행 전용 교량이다. 인근 주민들이 산책이나 가벼운 등산 코스로 자주 찾는 장소지만, 추락 사고가 해마다 이어지면서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날 찾은 다리 곳곳에는 추락을 막기 위한 시설물이 설치돼 있었지만 큰 효과를 발휘하기 어려워 보였다.
다리에서는 회전하는 원통형 난간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이 난간은 사람이 손을 잡고 올라가려고 할 때 미끄러지게 하는 효과를 거두기 위해 설치됐다. 그러나 바람에 날아온 나무 송진 가루들이 켜켜이 쌓여 제대로 회전하지 않았다.
등산하던 이홍도(65)씨는 “회전하는 난간이 오히려 돌아가서 몸을 더 잘 넘어가게 하는 것 아닌가라는 의문이 든다. 계속 안전대책을 보강한다는 소식을 듣지만, 더 확실한 방법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지금까지의 사고 예방 대책이 무용지물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김정석(59)씨는 “자주 등산하러 오는 곳이 자살 명소로 불려 정말 안타깝다. 난간도 높이고 원통형으로 회전이 되도록 바꿨지만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계속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더욱 효과적인 대책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곳 다리 관리 책임기관인 남구는 지난 2020년 4월 재난특별교부세 1억원을 투입해 난간의 높이를 1.2m에서 2m로 0.8m 올렸다. 또 사고 예방을 위해 다리의 가장 끝 난간은 회전이 되는 원통형으로 교체했으나 이번 사고까지 포함해 총 5번의 유사사고가 반복되면서 해당 시설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남구는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눠 시설물을 점검하고, 수시로 현장 확인을 진행한다고 설명하지만, 추락사고는 계속 발생하고 있다.
지난 20일 오후 4시 55분께 제석산 구름다리에서 40대 남성 A씨가 아래로 뛰어내려 큰 부상을 입고 현재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앞서 지난 4월21일에도 30대 남성 B씨가 다리 아래에서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숨졌고, 2월9일에도 40대 남성 C씨가 투신해 숨졌다.
남구는 잇따르는 추락 사고 예방을 위해 ‘제석산 구름다리 안심도시 광주 만들기 사업’ 시행에 적극 나섰다. 와이어망 설치로 안전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다.
남구는 구름다리와 도로 사이 공중에 상단 1322㎡, 하단 548㎡ 규모의 와이어 추락방지망을 설치한다. 이 와이어 망은 골프장 등지에서 활용되는 구조물로, 100㎏의 충격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 장마철을 고려해서 와이어망 설치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남구 관계자는 “장마기간에 섣불리 공사를 진행했다가 와이어망 품질에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해 시기를 늦추고 있다. 와이어 또한 워낙 규모가 워낙 커 제작에도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와이어망 외에 CCTV 설치도 계획 중이며 추락사고를 근본적으로 예방하기 위해 생태터널로 복원하는 방식까지 포함해 다각도의 대책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전시설 보강 이외에 심리적 위안을 주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주민은 “안전대책도 중요하지만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을 말리기 위한 생명의 전화 설치나, 좋은 문구 등을 기입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면서 “경제가 어렵고 삶이 힘들어지면서 안타까운 선택을 하는 사람들에게 한번 더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 23일 찾은 광주 남구 제석산 구름다리. 사람이 잡고 올라가지 못하게 회전하도록 만든 원통형 난간에 나무 송진가루들이 잔뜩 끼여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정준 기자 |
이정준 기자 jeongjune.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