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로 잇는 북극과 광주, 오로라 타고 미래로 향하는 오월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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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예술로 잇는 북극과 광주, 오로라 타고 미래로 향하는 오월정신
●국제오월특별전시회 '미래의 숨결, 무등의 오로라'
7월31일까지 이강하미술관
빛·기억·애도의 방식 예술로
국내·캐나타 작가 5명 참여
내달 18일 '작가와의 대화'
"국경 초월한 평화·희망 담아"
  • 입력 : 2025. 05.29(목) 16:18
  • 박찬 기자 chan.park@jnilbo.com
29일 찾은 광주광역시 남구 이강하미술관에서 강지나 도슨트가 카버바우 매뉴미의 작품 ‘무제’를 설명하고 있다. 박찬 기자
강지나 도슨트가 이강하미술관에 전시된 닝게오시악 애슈나의 작품 ‘새들’을 설명하고 있다. 박찬 기자
어느덧 광주의 오월이 끝나가는 시점, 남구 이강하미술관에서 성황리에 열리고 있는 전시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한국, 캐나다 예술가들이 빛, 기억, 상상, 애도를 담아 각자의 방식으로 풀어낸 국제오월특별전시회 ‘미래의 숨결, 무등의 오로라’다.

이번 전시는 5·18 45주년을 기념해 한국의 이매리·정정주 작가, 캐나다의 카버바우 매뉴미·닝게오시악 애슈나·새마이유 아커석 작가가 참여했다.

5·18의 역사적 의미를 넘어 미래 세대를 향한 예술적 메시지를 전하고자 기획된 이번 특별전은 이강하미술관이 캐나다 이누이트 예술가들의 협업 단체인 ‘웨스트 바핀 에스키모 코어퍼레이티브’와 3년간 국제 협업을 통해 마련했다.

전시 제목인 ‘미래의 숨결, 무등의 오로라’는 광주 오월정신을 넘어,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과 사상을 미래 세대에게 예술적으로 어떻게 전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에서 출발했다. 특히 캐나다 북극의 오로라가 광주의 무등산 위로 비치는 상상을 중심에 두고, 서로 다른 국가의 예술가들이 전쟁, 희망, 평화, 사랑에 관한 상상을 조형 언어로 구현했다.

미술관에 들어서면 이번 전시 참여를 위해 5번의 경유를 거쳐 광주로 착륙한 캐나다 북극 지역 이누이트 예술가들이 펼쳐낸 작품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카버바우 매뉴미는 프린트 메이커로 킨가이트 스튜디오에서 활동하다가 판화 및 드로잉 작가로 작업을 이어 나가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이누이트 전설과 신화, 북극 땅 위의 동물과 사람들의 모습을 화폭에 담아 선보인다.

닝게오시악 애슈나는 캐나다 배핀섬 남쪽 해안의 킨가이트 작가로 알려졌다. 전시에서 표현한 작업의 주제는 ‘Loon’(아비새, 물새 종류)이다. 그의 작품들에서는 매끄러운 북극의 돌에 놀고 있는 동물이 묘사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그가 북극의 야생 동물과 육지에서 보낸 어린 시절에서 영감을 받았기 때문이다.

광주광역시 남구 이강하미술관에 전시된 이매리 작가의 작품들. 박찬 기자
국제오월특별전시회 ‘미래의 숨결, 무등의 오로라’가 열리고 있는 이강하미술관 전경. 박찬 기자
정정주 작 ‘Luminous City’. 이강하미술관 제공
국내 중진 작가로 알려진 이매리 작가와 정정주 작가도 이번 전시에서 뛰어난 통찰과 예술적 감각으로 광주의 오월을 위로하고 승화시킨다.

이매리는 삶과 죽음, 민족과 국가의 생성·소멸 등 인류 문명의 흐름과 생명의 문제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을 담아 작업해 왔다. 광주를 기반으로 고려인마을 등 새로운 공동체와의 교류를 통해 작업의 영감을 얻은 그는 최근 보스니아 사라예보 전시에 참여하면서 인류사의 전쟁과 평화, 기억에 대한 인식을 더욱 확장한 바 있다.

정정주는 건축 공간과 빛의 관계에 주목한 미디어 및 설치 작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작가다. 독일 유학 시절 경험한 유럽 특유의 건축물이 지닌 견고한 표피를 뚫고 들어오던 빛은 곧 그에게 낯선 땅에서 마주치는 타자와의 관계에서 오는 응시의 시선이자 존재의 재확인이었다. 이처럼 공간 속 빛의 인상을 토대로, 구조물과 빛을 결합한 조형 작업을 통해 시선의 권력과 공간의 심리적 관계를 재해석한다.

한편 전시장에는 작품뿐만 아니라 작가들의 인터뷰 영상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이를 통해 관람객들은 예술가의 생각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다. 전시 연계 프로그램으로 참여작가들과 직접 만나는 ‘작가와의 대화’ 행사도 다음달 18일 이강하미술관에서 열린다.

이강하미술관 관계자는 “이번 전시가 예술을 통해 시대의 상흔을 기억하고, 미래 세대에게 치유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뜻깊은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미래의 숨결, 무등의 오로라’ 전시는 오는 7월31일까지 광주광역시 남구 이강하미술관에서 열리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박찬 기자 chan.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