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 오전 포항 지진 범시민 대책본부가 대구지법 앞에서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
재판부는 “지열발전 과정에서 물 주입으로 촉발지진이 발생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이를 국가 또는 관련 기관의 과실로 단정하긴 어렵다”며 “지진 발생과 국가 책임 사이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쟁점이 된 ‘과실 여부’에 대해 재판부는 7개 세부 항목을 검토했다. 그 결과, 지열발전 부지 선정 당시 활성단층 존재를 예측할 수 없었고, 미소지진 관리방안 수립이 늦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한 물 주입 압력이나 양이 과도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 증거가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지열발전사업과 지진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일부 인정하며, 국가와 관련 기관의 책임을 물어 원고들에게 1인당 200만~300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이 성립하려면 공무원 또는 관계 기관의 중대한 과실이 존재해야 하며, 이번 사건은 그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특히 “국가는 지열발전 과제를 직접 수행하거나 도급한 주체가 아니다”라는 점도 판단 근거로 제시됐다.
판결 직후 ‘포항지진 범시민대책본부’는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즉각 상고 방침을 밝혔다. 모성은 공동대표는 “말도 안 되는 판결에 시민들이 분노하고 있다”며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포항시도 입장문을 통해 “시민들이 기대했던 정의로운 판단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깊은 유감을 표시했다. 이어 “이번 판결은 시민의 상식과 법 감정에서 크게 벗어난 결과이며, 대법원 최종 판단을 받기까지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편 포항지진 손해배상 소송에는 2023년 기준 약 50만 명에 가까운 시민이 참여하고 있다. 당시 포항시 전체 인구의 96%에 해당하는 규모로, 이번 판결의 영향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노병하 기자 byeongha.n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