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컴퓨터 모니터에 ‘챗GPT’ 로고가 표출되고 있다. 뉴시스 |
윤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오는 6월 3일 조기 대선이 치러지는 가운데, 광주·전남 지역민 사이에 “이번에도 또 빈 공약만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이유다.
본보가 ChatGPT를 활용해 지난 두 정부가 제시한 광주·전남 주요 공약의 실제 이행 여부를 점검한 결과, 인공지능(AI), 의료, 에너지, 교통 등 핵심 분야에서 상당수 사업이 개념 설계 수준에 머물러 있었으며, 중앙정부 차원의 예산 ·제도적 뒷받침 부족이 사업 추진을 가로막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ChatGPT는 “광주·전남 공약 상당수는 실행 로드맵이나 구체적인 예산 계획 없이 발표됐고, 지방정부 단독 추진이 어려운 구조적인 한계에 부딪혀 있다”고 진단했다.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은 광주광역시를 ‘AI 기반 미래 산업의 전진기지’로 육성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이후 광주시는 AI반도체 특화단지 조성 국가 산업별 인공지능 사업화 국가 AI데이터센터 광주과기원 연계 산학연 클러스터 구축 AI영재고 설립 등을 추진해오며 대한민국 AI 대표도시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정부의 예산 삭감 등으로 진통을 겪기도 했다.
광주광역시가 요구한 670억원 규모의 AI 관련 예산은 기재부 심의에서 ‘지역사업’으로 간주돼 대폭 삭감됐고, 최근 국회 추경에서 일부(153억원)만 반영됐다.
ChatGPT는 “AI 모델시티는 발표 당시부터 예산과 제도적 기반 없이 진행돼 중앙정부의 실질적 참여 없이 지역 차원에서만 떠안고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전남의 최대 숙원사업인 ‘전남 국립의과대학 설립’은 문재인·윤석열 정부 모두 공약으로 제시하며 최근까지 추진에 박차를 가했으나 실질적인 진척을 이루지는 못했다.
문 정부는 2020년 공공의대 신설 논의와 함께 전남권 의대 설립 가능성을 열었지만, 관련 입법이 무산되면서 해당 사업도 표류했다.
이어 들어선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024년 3월 전남 민생토론회에서 ‘전남 국립의대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하며 다시 관련 논의에 불을 지폈다. 이에 전남도 또한 목포대-순천대 통합을 이끌어내는 등 관련 행정 절차에 속도를 붙이며 정상 추진을 위한 협력에 앞장섰다.
그러나 지난해 12·3 비상계엄 선포와 대통령 탄핵 정국 속에서 해당 논의는 사실상 멈춰섰다. 정부가 주도했던 의대 정원 확대 또한 동결되면서 전남 국립의대 신설에 가장 중요한 정원 배정도 무산됨에 따라 전라남도는 국립의대 신설 시기를 2027년 이후로 연기하기로 방침을 수정했다.
풍부한 일조량과 해상풍력 자원을 기반으로 한 전남의 재생에너지 산업 육성 공약 역시 대부분 흐지부지됐다. 전남도는 ‘에너지 고속도로’, ‘광융합 극한에너지 국가 클러스터’, ‘분산에너지 허브’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지만, 대다수 사업이 초기 구상 단계에서 멈춰섰다.
전남도가 제시한 ‘광융합 극한에너지 국가 첨단 클러스터’는 전력 수요·공급의 불균형 문제로 초기 설계 단계부터 제동이 걸렸다. 한국전력과 산업부는 관련 클러스터 구상에 공식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있으며, 전남도 내부에서도 예산 확보 방안을 두고 어려움을 겪고 있다.
ChatGPT가 분석한 결과, 문재인 정부의 광주·전남 공약 이행률은 약 38%, 윤석열 정부는 약 26%에 그쳤다. 이행된 공약도 주로 절차 완료나 소규모 시범사업 수준에 불과했다.
문제는 대부분의 공약이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재탕’되고 있다는 점이다. 윤석열 정부도 과거 문재인 정부의 지역 공약을 상당 부분 재활용했고, 이번 조기 대선에서도 과거와 유사한 지역공약이 반복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AI 첨단산업 집중육성 △지역의사·지역의대·공공의료사관학교 신설 등을 약속했고,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AI·에너지 3대 강국 실현 △GTX 전국 5대 광역권으로 확장 등을 내세웠다.
ChatGPT는 “이들 공약은 2017년, 2022년 대선에서도 거의 동일하게 제시됐던 내용이며, 대부분 실행계획과 재정 뒷받침이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지역민들은 “공약은 약속이다. 실현되지 않는 약속은 결국 지역민의 정치 불신만 키울 뿐이다”면서 “이번 조기 대선은 더 이상 ‘공약 쇼’가 아닌 ‘책임 정치’로 나아가는 전환점이 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상아 기자 sanga.je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