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12월 급발진 의심 사고 당시 모습. 강릉소방서 제공=연합뉴스 |
유족 측은 차량의 전자제어장치(ECU) 결함과 자동 긴급제동장치(AEB) 미작동 등을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히 사고기록장치(EDR)에 기록된 ‘풀 액셀(가속페달 100% 밟힘)’ 데이터를 신뢰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ECU 결함이 있더라도 해당 신호가 가속페달의 물리적 변위량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며, 차량 자체 결함보다는 운전자 오작동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실도로 재연시험 결과와 속도 변화 분석 등을 근거로 사고 당시 차량 성능에 문제가 없었다고 판단했다. 또한 “가속 중 브레이크등이 점등되지 않았고, 브레이크등은 ECU가 아닌 별도 회로로 작동되기 때문에 조작 착오를 반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변속레버 조작 여부도 쟁점이었으나, 재판부는 국과수 분석 결과와 음향감정 내용을 바탕으로 운전자가 D→N, 다시 N→D로 변속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철컥’하는 소리와 속도 변화, 엔진 회전수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다.
AEB 미작동 주장에 대해서도 “AEB는 가속페달을 60% 이상 밟으면 자동 해제되며, 이 사고에서는 이미 100% 밟힌 상태였기 때문에 시스템 작동 조건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운전자가 가속페달을 브레이크로 착각해 밟았을 가능성이 높고, 이를 차량 결함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제조물 책임을 부정했다.
선고 직후 도현 군의 아버지 이상훈 씨는 “법원이 진실보다 기업의 논리를 선택했다”며 강하게 반발했고, 즉각 항소 의사를 밝혔다. 그는 “끝까지 싸워 제조물책임법 개정의 계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 사건은 2년 반 넘게 이어진 법정 공방 속에서 국내 최초로 실도로 재연 실험과 EDR, 음향 분석, 전문가 증언까지 동원된 이례적인 민사소송이었다. 쟁점은 ‘급발진’이냐 ‘운전자 과실’이냐의 판단이었고, 1심은 후자에 손을 들어줬다. 유족 측은 항소심에서 다시 법적 다툼을 이어갈 계획이다.
노병하 기자 byeongha.n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