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8대0을 기다리며…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서석대
서석대>8대0을 기다리며…
노병하 디지털콘텐츠부장
  • 입력 : 2025. 04.02(수) 18:08
논어에 이르기를 자공이 공자에게 물었다.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서 식량, 군사력, 백성들의 믿음 셋 중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 무엇을 버려야 할까요?” 공자가 말했다. “군사력이다”, 자공이 다시 묻기를 “나머지 둘 중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요?”하자 공자는 “식량이다. 절대로 백성들의 믿음은 버려선 안된다. 그것은 나라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선고일이 결정됐다. 오는 4일이다. 모두들 단단히 마음 잡수셨으리라 생각한다.

광주·전남의 미디어들은 그날 대부분 근무다. 호외를 만들기 위해 아침부터 회사를 가득 채울터다. 호외가 아니더라도 집에는 못 있을 것이다.

2012년 겨울이었다. 몸은 피로로 무겁게 가라 앉고 있었고, TV 화면에서의 숫자는 바뀌지 않았다. 자정이 넘어 갈 즈음, 탄식이 터져 나왔다. 나즈막한 키보드 두들기는 소리, 자료를 뒤적이는 소리, 그리고 웬지 모를 불안감이 편집국을 맴돌았다. 당선 확정 자막이 뜰 때쯤 이미 신문 마감기사는 넘어가 있었다. 건물 밖으로 나오자 강한 한기가 몸속으로 파고 들었다. 어디가서 한 잔 하지 않으면 잠 들기 힘들 듯 했지만 누구도 한 잔하자는 말을 꺼내지 못했다. 눈 대신 비가 올것만 같았던 2012년 12월20일, ‘박근혜 당선…첫 여성 대통령’이란 헤드라인을 그렇게 내 손으로 직접 썼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2017년 봄을 맞았다. 3월10일, TV에서 헌법재판소의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말했다.

“대통령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그 길고 긴 주문이 단 1분 처럼 느껴지는 마법의 단어 ‘파면한다’에 편집국은 뒤집어 질 듯 환호가 터졌고, 모두들 대한민국 만세를 외쳤다.

시계 바늘은 다시 돌았다. 2025년 4월이 왔다. 4월은 구근이 마른 땅에서 뿌리를 틔우는 계절이다. 잔인하지만 그래서 봄이다. 백성의 믿음을 버린 권력은 마른 땅과도 같다. 허나 우리가 누구인가. 왕도 도망간 땅을 지키기 위해 호미를 들고 나온 깡다구 하나는 알아주는 조상을 둔 민족 아닌가.

그 마른 땅에서도 기필코 뿌리를 내리고 마는 징그럽도록 강한 민족이다.

그렇기에 감히 말하건데… 그날 우리는 8대0의 선고를 통해 땅을 바꿀 것이다. 수천만의 씨앗들이 분명 새로운 땅에서 다시 한번 활짝 피어 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