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한 날씨 속 '산불 비상'…27일 단비 火 막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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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건조한 날씨 속 '산불 비상'…27일 단비 火 막을까
영남권 대형산불에 사상자 '속출'
광주·전남서도 연일 화재 잇따라
올 봄 적은 강수량·강풍 주요원인
"예방 및 진화영향 제한적" 전망
"불씨가 큰 불로…화재주의 당부"
  • 입력 : 2025. 03.26(수) 18:30
  • 윤준명 기자·이정준 수습기자
26일 오전 3시1분께 광주 남구 진월동 제석산 구름다리 인근에서 불이 났다. 광주 남부소방 제공
건조한 봄 날씨에 강한 바람까지 더해지면서 영남 지역을 중심으로 전국 곳곳에서 대형 산불이 잇따르고 있다. 광주·전남의 산지에서도 화재가 빈발하는 가운데, 27일 전국적으로 예보된 비가 산불 발생과 확산을 막는 데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26일 산림청 실시간 산불정보에 따르면 지난 25일 오후 4시를 기해 전국 모든 지역에 산불재난 국가위기경보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가 발령된 상태다. 이는 전국적으로 산불이 계속되면서 정부가 총력 대응을 위해 위기경보 단계를 상향 조정한 것이다.

특히 지난 21일 경남 산청에 이어 22일 경북 의성과 울산 울주 등 영남지역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은 아직도 진화되지 않았으며, 벌써 50명 이상의 사상자와 2만8000명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1만7000㏊ 이상의 임야가 영향구역 내에 있고, 지리산국립공원까지 피해가 확산했다. 지난 25일에는 천년고찰인 고운사 등 문화유산이 소실되면서, 사상 처음으로 국가유산 위기 경보 ‘심각 단계’가 발령됐다. 26일에는 산불 진화 지원에 나선 강원소방본부 소속 소방헬기가 추락해 기장이 숨지기도 했다.

봄철 화마로 인해 최악의 피해를 겪는 영남지역만큼은 아니지만, 광주·전남에서도 산불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26일 오전 3시1분께 광주 남구 진월동 제석산 구름다리 인근에서 불이 나 임야 3000㎡와 나무 50여그루를 태우고 44분만에 완전히 진화됐다. 관계당국은 발화 위치가 등산로와 가까운 점을 고려해 등산객에 의한 실화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

앞서 지난 24일 오전 10시38분께 곡성 죽곡면의 한 야산 내 묘지에서도 불이 나 소방당국에 의해 54분 만에 완전히 꺼졌다. 소방당국의 화인 조사 결과, 성묘객이 버린 담배꽁초로 인해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2일 오후 3시19분께 광주 북구 금곡동 무등산 국립공원 산자락에서 불이 나 42분여만에 완전히 진화됐다. 광주 북구 제공
주말이던 22일에는 오후 3시19분께 광주 북구 금곡동 무등산국립공원 자락에서 불이 나 42분 만에 진화되는 등, 광산구에서 1건, 보성에서 3건, 진도와 나주에서 각각 1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이처럼 전국적으로 산불이 잇따르는 이유는 평년보다 부족한 강수량과 기압 차이로 인한 강한 바람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입산객의 실화나 쓰레기 소각 과정에서 부주의로 발생한 불씨 등이 고온 건조한 기후와 맞물려 쉽게 메마른 잔디 등 가연물에 옮겨붙으면서 대형 화재로 번지는 것이다. 26일 오후 6시 기준으로 광주와 전남 5개 시군(곡성·구례·여수·광양·순천)에는 지난 24일부터 건조주의보가 사흘째 발효된 상태다.

이 가운데 27일 전국 대부분 지역에 단비가 예보되면서 추가적인 산불 발생과 확산을 막는 데 도움이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광주지방기상청은 남해안을 시작으로 27일 광주와 전남 곳곳에 5~20㎜의 비가 내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건조한 날씨 속에 내리는 비가 화재 위험성을 다소 완화할 수 있으나, 하루만에 그쳐 산불 예방과 진화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백은선 동신대 소방행정학과 교수는 “최근 실효습도가 크게 낮아진 상태에서 내리는 단발적인 비가 광주·전남지역의 산불 예방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는 어렵다. 다만 습도가 다소 올라가면서 화재 위험성을 완화하는 데 일부 기여할 수는 있다”며 “영남의 대형 산불 역시 비가 화재 확산 속도를 늦추는 효과는 기대할 수 있지만, 진화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가 그친 이후로도 당분간 건조한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예보되면서, 화재 발생에 각별한 주의가 당부된다.

광주지방기상청 관계자는 “강한 바람으로 작은 불씨도 큰불로 번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불씨 관리에 주의해야 한다”며 “쓰레기 소각이나 논밭 태우기를 삼가는 등 산불 및 각종 화재 예방에 각별히 유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윤준명 기자·이정준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