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오전 1시41분께 여수시 하백도 동쪽 약 17㎞ 해상에서 139톤급 어선 22서경호의 침몰 사고가 발생해 해경이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여수해양경찰 제공 |
9일 여수해양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1시41분께 여수시 삼산면 하백도 동쪽 약 17㎞ 해상에서 139톤급 저인망 어선인 제22서경호(승선원 14명·부산 선적)가 보이지 않는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함께 이동하던 선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해경은 사고 해상에서 한국인 선장 A(66)씨와 외국인 선원 4명이 탄 구명 뗏목을 발견해 구조에 나섰으나 선장 A씨는 숨졌다. 구조된 외국인 선원 4명(베트남 국적 2명·인도네시아 국적 2명)은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구명조끼를 입지 않고 의식을 잃은 채 바다 위에 떠 있던 한국인 선원 B(66)씨와 C(60)씨도 구조됐으나 숨졌다.
한국인 선원 D(65)씨도 이날 오전 8시42분께 사고 해역에서 표류하던 중 호흡과 의식이 없는 상태로 뒤늦게 구조됐으나 결국 숨졌다.
사고 당시 배에는 한국인 8명과 외국인 6명 등 총 14명이 탑승해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까지 실종 선원은 한국인 4명, 인도네시아인 1명, 베트남인 1명 등 총 6명이다.
여수해경은 이날 브리핑을 열고 “구조된 외국인 선원들의 진술 등을 토대로 파악한 결과 항해 중 갑자기 배가 심하게 왼쪽으로 기울면서 전복된 것으로 보인다”며 “조타실 등 선내에 있던 3명을 제외한 나머지 승선원 11명은 모두 바다로 뛰어든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베트남 국적 생존 선원은 “휴식 중 배가 갑자기 멈춰서 흔들리는 느낌이 있어 조타실로 가보니 모두 나와 있어서 바다로 뛰어들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가 난 제22서경호는 다른 4척과 함께 선단을 이뤄 항해했지만, 다른 선단 어선은 물론 해경 등에도 조난 신호를 보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경은 “함께 선단을 이뤄 이동하던 어선 역시 이상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현재까지 파악하기로는 선박에 급작스럽게 문제가 생긴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139톤급 대형 트롤(저인망) 어선인 제22서경호는 지난 8일 오후 12시55분께 부산 감천항을 출발해 흑산도 인근에서 갈치, 병어 등을 잡고 오는 23일 낮 12시 25분 부산으로 복귀할 예정이었다.
사고 당시 남해안 해상에 강풍과 풍랑주의보가 발령된 상태였으나 ‘어선안전조업법’에 따라 대형어선(30톤 이상)은 출항과 조업이 가능해 위법은 아닌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근해트롤어업협회는 ‘대형 트롤어업 동경 128도 이동수역 조업금지’ 조항 탓에 궂은 날씨에도 조업을 나설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협회는 “제22서경호 같은 대형 트롤선은 현행법상 동경 128도 밖으로 조업을 나설 수 없기 때문에 부산 선적이 여수에서 조업했을 것이다”며 “기상특보에 영향을 받지 않는 대형 어선들은 대형트롤금지구역선 바깥에서만 조업이 가능한데, 이곳에 모여 있는 중국 어선들 사이에서 뭐라도 잡기 위해 그물을 던져 작업을 진행한다”고 덧붙였다.
해경 중앙구조본부, 서해해경 광역구조본부, 여수해경 지역구조본부는 단위별 구조대를 가동하고 해군 등과 사고 해역에서 수색·구조 활동을 벌이고 있다.
경비함정 24척, 유관기관 3척, 해군 4척, 민간 선박 15척과 항공기 13대가 현장에 수색 작업에 나섰다.
특히 해군 광양함이 현장으로 출동해 소나(수중음파 탐지기)를 활용, 가라앉은 선체를 찾고 있다.
다만 사고 지점 인근 해역에서 초속 10∼12m 강풍이 불고 2.5m 높이 너울성 파도도 일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색 과정에서 구조용 보트(5톤급 단정)가 파도에 전복되기도 했지만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여수해경 관계자는 “해수 유동 예측 시스템 구동 결과 실종된 선원은 오후 5시까지 사고 지점으로부터 18㎞가량 흘러갔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해군으로부터 조명탄 등 협조를 받아 야간 수색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상아 기자 sanga.je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