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일 광주 남구 칠석동 고싸움놀이테마파크에서 고싸움놀이보존회가 주관한 제42회 고싸움놀이 축제 ‘고싸움놀이로 여는 대동 세상, 오천만이 한마음’이 진행되고 있다. 윤준명 기자 |
정월대보름을 앞둔 주말 동안 광주 칠석마을에서는 새해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고싸움놀이 축제가 열렸다. 세대를 아우른 시민들은 달집을 태우며 지난해의 걱정과 근심을 털어내고, 더욱 풍성하고 행복한 새해를 기원하며 전통놀이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다.
지난 8일 오후 찾은 광주 남구 칠석동 고싸움놀이테마마크 일원은 (사)고싸움놀이보존회가 주최·주관한 제42회 고싸움놀이축제의 열기로 가득했다. 이번 축제는 정월대보름을 앞두고 ‘고싸움놀이로 여는 대동 세상, 오천만이 한마음’이라는 주제로 지난 7일부터 3일간 진행됐다.
전날 전야제에 이어서 이날은 개막식과 함께 축제의 백미인 달집태우기가 진행되며 본격적인 행사의 서막을 알렸다. 각자 가족과 연인의 손을 잡고 행사장을 찾은 시민들은 소원지에 새해 소망을 적어 ‘달집’에 정성스레 묶었다.
소원지에는 ‘가족들이 모두 건강하게 한 해를 보냈으면 좋겠다’거나 ‘보다 풍족하고 평온한 새해가 됐으면 좋겠다’는 등의 내용이 주로 담겼다. 중요한 시험을 앞둔 수험생이나 취업준비생들은 ‘수능 대박’, ‘취업 성공’ 등 간절한 염원을 담아 소원지를 써 내려갔다. 달집 복판에는 나라의 태평과 만백성의 안녕을 기원하는 ‘국태민안(國泰民安)’이라는 경구가 큼지막이 걸렸다.
친구들과 행사장을 찾은 김가영(대촌중 3년)양은 “추운 날씨이지만, 고교 입학 전 소중한 추억을 쌓은 것 같아 기쁘다. 입학과 함께 새로운 환경이 펼쳐질 것 같아 설렘과 긴장이 공존한다”며 “중학교 친구들과 꾸준히 우정을 유지하고, 좋은 성적도 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귀띔했다.
댄스팀 파이어앨범이 쥐불깡통을 이용한 멋진 공연을 펼친 뒤 달집에 불을 댕기자, 순식간에 거대한 불기둥이 하늘로 솟아올랐다. 시민들은 불길에 눈을 떼지 못하며, 사랑하는 이들과의 소중한 순간을 사진과 영상으로 남겼다. 양손을 모은 채 두눈을 감고 소원을 비는 이들의 모습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정문기(70)씨는 “지난해 탄핵정국에 이어 대형 참사가 발생하는 등 지역에 마음 아픈 일들이 많았다”며 “안 좋은 일들은 달집에 태워 보내고, 새해에는 가족과 지역민들 모두 건강하고 평온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소원을 빌었다”고 밝혔다.
곧이어 농악단이 흥겨운 가락으로 분위기를 띄우면서 칠석마을 주민들 간의 고싸움놀이 시연이 시작됐다. 두 명의 줄패장이 힘찬 구호를 외치면서 지휘하자 양쪽의 고가 거세게 맞부딪혀 용솟음쳤고, 시민들은 손에 땀을 쥔 채 열띤 응원을 보냈다. 함성과 북소리가 어우러지며 열기가 고조된 가운데, 경기는 승패를 가리지 못한 채 무승부로 끝이 났다.
어린 시절 고싸움놀이를 경험했던 중·장년층은 깊은 추억에 잠겨 들었고, 어린 학생들은 교과서 속에서만 보던 고싸움놀이를 보게 돼 신기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김영범(52)씨는 “초등학생 시절 체육대회를 할 때면 주요 경기로 치러졌던 것이 고싸움놀이였다. 요즘에는 고싸움놀이와 같은 전통놀이를 하거나 볼 수 있는 곳이 흔치 않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축제장을 찾았다”며 “유년시절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라 감회가 남다르다”고 밝혔다.
정재은(10)양은 “학교 교과서에서만 봤던 달맞이 불과 고싸움놀이를 실제로 보게 돼 너무 신기했다”며 “가족들과 많은 추억을 쌓고 사진도 많이 찍어 기분이 좋다. 앞으로도 매년 고싸움놀이 축제를 찾아오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정월대보름을 맞아 한국의 전통 민속놀이인 고싸움놀이를 관람하기 위해 먼 타지에서 발걸음한 관람객들의 모습도 보였다.
백민영(26)씨는 “여자친구와 여행을 계획하다 광주에서 우리나라의 대표 전통놀이인 고싸움놀이 축제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인천에서 찾아왔다”며 “정월대보름을 맞아 웅장하고 역동적인 고싸움놀이와 함께 다양한 전통놀이 체험을 즐겨 뜻깊다. 앞으로도 우리의 전통문화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소감을 말했다.
축제기간 칠석동 고싸움놀이테마파크 일원에서는 ‘도깨비불 옻돌마을 돌기’, ‘사물놀이’, ‘판소리·마당극 공연’ 등 다양한 세시풍속 행사가 진행됐고, 군밤부럼·연날리기·민속놀이 체험부스 등 다채로운 즐길거리가 마련되면서 남구 추산 3236명의 관람객이 몰렸다.
최정은 고싸움놀이보존회장은 “고싸움놀이는 남구와 광주를 넘어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전통문화유산이다. 많은 시민의 관심 덕분에 우리의 삶 속에서 전통예술로써 그 명맥을 이어올 수 있었다”며 “올해의 첫 보름달을 보며 빈 모든 이들의 소망이 이뤄지는 풍족한 새해가 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윤준명 기자 junmyung.yoon@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