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입춘’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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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입춘’의 의미
박성원 편집국장
  • 입력 : 2025. 02.02(일) 17:59
  • 박성원 기자
박성원 국장
 2월3일은 입춘(立春)이다. 입춘은 겨울이 지나고 봄이 시작됨을 알리는 절기다. 아직 바람은 차갑고 이번 주엔 한파도 예고돼 있지만, ‘봄의 길목’에서 대지는 서서히 깨어나고 있다. 예로부터 입춘이면 집 대문이나 기둥에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이라는 입춘첩을 써 붙이며 한 해의 행운과 평안을 기원했다. ‘입춘대길’은 ‘입춘을 맞아 큰 길운이 깃들길 바란다’는 뜻이고, ‘건양다경’은 ‘밝은 기운이 일어나고 경사로운 일이 많아지길 바란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입춘을 맞아 새 봄의 희망을 이야기해야 하는 때이지만, 지금 대한민국은 정치적 혼란, 경기 침체, 민생 실종이라는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다.

 유례없는 국가적 위기를 초래한 장본인이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이라는 점은 그 심각성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통해 헌정질서를 흔들고 국민을 위기에 빠뜨렸다. 민주주의의 근본을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이며, 국민의 신뢰를 철저히 배반한 행위다.

 비상계엄은 국가의 존립이 위태로울 때 최후의 수단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이번 경우처럼 정치적 목적을 위해 계엄을 악용하는 것은 명백한 헌법 위반이다.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박탈하는 폭거이며, 정치적 반대세력을 탄압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군과 공권력이 권력자의 사익을 위해 동원되는 일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

 이제 엄중히 책임을 물을 시간이다. 2월로 접어들면서 구속 수감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과 동시에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이 본격화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4일부터 대통령 탄핵심판 재판을 재개한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 대통령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형사 재판까지 받아야 한다.

 대한민국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험대에 올라 있다. 최고 권력을 가진 자들이 내란을 일으켜 국정을 농단하고 헌법을 유린했다면 그에 상응하는 엄정한 법의 심판이 내려져야 한다. 대통령 탄핵이 끝이 아니다. 헌정 질서를 문란케 한 이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진상 규명이야말로 민주주의 회복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입춘은 단순히 계절이 바뀌는 절기가 아니다. 새롭게 마음을 다지고 더 나은 내일을 향해 나아가자는 다짐의 순간이다. 어둠을 걷어내고, 밝은 기운으로 경사로운 일이 많아지길 소망하는 ‘입춘대길, 건양다경’이라는 입춘첩이 단순한 글귀가 아닌 우리 모두의 현실이 되기를 기대한다.
박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