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정 광주시장과 이정선 시교육감, 한상원 광주상공회의소 회장, 김동찬 광주경영자총협회 상임부회장, 이민순 한국여성경제인협회 광주지회장 등이 23일 광주상공회의소 7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광주 경제 다함께 착착착 (착한소비·착한금융·착한일자리)’에서 12·3 계엄과 탄핵 사태 등으로 위축된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다짐을 하고 있다. 나건호 기자 |
설 명절을 앞둔 2025년 대한민국은 전례없는 정치적 혼란과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지난해 예기치 못한 연이은 대형 악재에 ‘연말 특수’ 실종으로 지역 소상공인들은 불황의 깊은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채 새해를 맞았다. IMF, 코로나 시대보다 더 하다는 지독한 경기 침체 속에서 맞이한 설 명절. 소비심리는 위축될대로 위축돼 지갑을 여는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운 지경이다.
지난해 12월 정부 경기 진단에서 ‘경기 회복’이란 표현이 빠진 것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회복’이라는 단어가 빠진 것은 1년여만이다. 호조세로 평가해온 고용에도 부정적 평가가 포함됐다.
기획재정부의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월호를 보면 이런 현상이 더욱 명확해진다. 기재부는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경제 심리 위축 등으로 고용이 둔화하고 경기 하방 압력이 증가하고 있다”고 요약했다.
실제 지난해 12월 취업자는 전년보다 5만2000명 감소했다. 이는 3년 10개월 만의 마이너스다. 고환율 등 여파로 인플레이션 압력도 커졌다.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1.9%)은 1%대를 유지했지만 전달(1.5%)보다 상승 폭을 키웠다. 1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88.4로 전달(100.7)보다 큰 폭으로 떨어졌다. 소상공인 체감경기지수 역시 11월 62.4에서 지난달 53.7로 급락했다.
어느 한 곳 희망적인 신호가 보이지 않지만, 지역민들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더 떨어질 곳이 없기에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와,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고난을 극복해온 대한민국의 저력을 믿기 때문이다.
23일 만난 광주 상무지구 음식점 업주 강신덕(68)씨는 “힘들지 않을 수가 없다. 서민 경기는 정치적 상황과도 밀접한데, 정치가 혼란스러우니 누가 지갑을 열겠나”면서 “이번 설 명절도 큰 특수를 기대하지 않는다. 너무 빨리왔고 전반적으로 물가가 높아서 외식을 안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강씨는 ‘올해는 나아질 것 같은가’라는 질문에는 “나아질 것”이라고 힘 주어 답했다. 그는 “혼란스러운 것은 문제가 있던 부분이 고쳐지는 과정이고, 결국은 정치도 민생도 안정될 것”이라면서 “IMF때도 그랬고, 코로나 때도 그랬다. 어렵지만 결국은 이겨냈다”고 밝혔다.
의료계 종사자인 박민경(51)씨는 “의료 대란으로 지난 한해 전국이 몸살을 앓아 너무 가슴이 아팠다”면서 “2025년에는 달라질 것이라 믿는다. 지난해는 대책이 없었다면, 적어도 올해는 정치적으로 많은 것이 바뀔 터이니 해결책이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역 정치인들도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다.
민주당 전진숙(북구을) 의원은 “지난해 국민들은 비상계엄이라는 전대미문의 상황에서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한마음으로 힘을 모았다. 5·18정신을 가진 광주시민들의 저력 또한 대단했다”면서 “정치 안정·민생 경제 회복 여정은 이제 시작이다. 시민들의 일상이 온전하게 되돌아올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박균택(광산구갑) 의원 역시 “지난해 국가에 닥친 큰 환난으로 전국민의 걱정과 슬픔이 커졌다. 이런 가운데 집회 현장에서 시민들이 흔든 응원봉 등은 환한 빛이 됐다”며 “정치가 국민을 걱정해야 하는데, 국민이 정치를 걱정하고 있다. 내란의 불씨를 조속히 종식해 대한민국의 정상화와 국정 안정을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지금 대한민국은 정치·경제 복합 위기에 직면해 있고, 민주주의 회복 없이 경제 회복은 불가능한 상황으로 가고 있다”면서도 “무너진 민주주의는 더 단단하게, 얼어붙은 민생경제는 더 따뜻할 수 있도록 힘을 모은다면 광주경제가 풀려갈 것이라는 희망과 확신을 갖는다”고 강조했다.
노병하·정성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