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숙 교수의 필름 에세이>음란물 단속 공무원이 꾸는 ‘동화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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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숙 교수의 필름 에세이>음란물 단속 공무원이 꾸는 ‘동화의 꿈’
이종석 감독 ‘동화지만 청불입니다’
  • 입력 : 2025. 01.20(월) 17:34
이종석 감독 ‘동화지만 청불입니다’ 포스터. ㈜미디어캔 제공
이종석 감독 ‘동화지만 청불입니다’. ㈜미디어캔 제공
지난 시절을 돌이켜보면 황색 저널리즘이 난무하던 시대가 있었다. 대표적이었던 매체 ‘선데이서울’을 위시한 주간신문 태반이 그러했다. 이들 저널리즘의 특색은 ‘3S’로집약된다. 섹스(sex), 스포츠(sports), 화제성(sensationalism)으로, 여기에 하나를 더하면 영상(screen)이었다. 국민의 이목을 정치적 불만에서 다른 곳으로 돌리려 한 군사정권시절 ‘우민화’를 위한 ‘배기정책’이었다. 이것이 가져온 ‘불륜 문화’ ‘청소년에 대한 문화적 영향’ ‘불법 비디오 퇴출을 위한 학부모회’ 등등 파급이 적잖았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황색 저널리즘에 대한 트라우마, 선입견이 크게 자리하는 편이다.

그러나 선입견은 깨라고 있다던가. 우리가 갖고 있는 선입견은 때로 깨질 때가 있다. 아하~ 하고 생각을 바꿀 때도 있지만, 어느 경우는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듯한 자극이 일기도 해서 한 사람의 인생을 폭넓게 하기도, 전환하기도 한다. 영화 ‘동화지만 청불입니다’는 ‘선입견 깨기’를 목표로 하는 코미디로서 ‘성인 웹소설 또한 문학의 한 장르’임을 내세우고 있다. 스토리 구성에 극과 극의 대비되는 환경 및 상황을 대입해 놓아 가벼운 재미를 동반한 ‘성인 코미디’라는 장르가 적절할 듯하다.

동화작가 지망생답게 단비(배우 박지현)의 방은 캐릭터로 가득하다. 심지어 단비는 이 캐릭터들과 대화를 나눈다. 이 캐릭터들은 작고하신 아빠(배우 박호산)의 동화작품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어서, 단비에게는 소중하기 짝이 없는 반려 캐릭터 급이다. 공무원 임용이 된 단비. 가히 프로포즈 급으로 축하하는 남친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발을 내딛는 첫 출근이다. 단비가 배치된 곳은 방송통신위원회 청소년보호 3팀. 이곳에서 하는 일은 청소년 보호차원에서 음란 비디오 등 음란물을 걸러내는 일. 나이브한 동화작가 지망생으로서는 “으악” 할 만한 환경이다.

성인 웹소설도 수위가 높으면 심의에 통과하지 못하기 일쑤인지라 출판사 대표 황창섭(배우 성동일)은 방통위 현관에서 표현의 자유를 달라며 피켓 시위를 벌인다. 자전거 출근하던 단비는 하필 황 대표의 애마인 올드카를 들이받는 사고를 일으키고, 고액의 수리비 보상을 위해 황 대표 출판사에 성인 웹소설 20편을 써서 제공하기로 합의를 한다. 경험하지 않은 일을 어찌 상상력만으로 글을 써야 하는지 막연하던 차에 친구들의경험담이 단비를 도와준다. 결과는 웹소설 순위 상승으로 이어진다. 이 일로 단비는뜻밖의 재능발휘를 하고, 이를 중심으로 얽히고 설키는 일들이 발생한다. 아빠의 문학세계를 새롭게 만나면서 자신도 되돌아보게 된다.

꿈이 있는 삶은 행복하다. 그러나 그 꿈이 오롯이 나만의 것이 아닌, 그 무엇엔 가의 영향력의 그림자가 드리워 있었다면, 생각의 폭과 깊이를 더해서 나만의 것을 찾는다는 것이 중요하다. 설령 그 꿈이 세상의 선입견이 씌워 있다면 그 선입견에 꿋꿋이 맞서 나가는 것도 자존감을 지키는 일이다. 영화 ‘동화지만 청불입니다’는 억지 코미디나 과한 설정에 치우치지 않아 꽤 신선한 편이다. 다만, 소재 자체가 선정성에서 벗어나지 않아 흥행에 염두를 둔 영화라 할수 있다. 개인적으로 호감이 가는 부분은, 필자가 수업시간에 했던 내용과 일치한 점이 있어서이다. 필자가 학생들에게 강조했던 것은, 자기소개서이든 창작 단문이든 글에 ‘거짓’을 담지 말라는 것이다. 초보 글쓰기일수록 자신이 경험하지 않고 상상으로 쓰는것이 가장 어렵다. 그 연유는 ‘진솔함’에 있다. 습작을 해보면, 자신이 경험한 소재를 바탕으로 할 때 진솔함이 생겨남을 느끼게 된다. 진솔함이야말로 가장 큰 설득력이다.

기존의 선입견을 깨기 위해 우리가 잘 아는 동화내용을 비틀어보면 어떨까? 등. (시나리오를 쓴 윤주훈 작가가 내 수업을 들은 학생이었을까?라는 과한 생각이 들만큼) 스크린에서 헛갈리게 했던 부분은, 자꾸 KOBACO(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건물과 현관이 등장해서, 단비가 방송통신위원회(KCC; Korea Communications Commission) 소속 공무원인지를 알 수 없게 한 점이다. 그리 작은 문제가 아니어서, 로케이션에 소홀했다는 생각이 든다. 코미디일수록 스토리가 가볍기 때문에, 그밖의 부분은 더더욱 치밀해야 그 가벼움이단단한 엔터테인먼트 콘텐츠가 되는 것이며, 관객에게는 온전한 즐거움을 가져다 주는 것이 아닐까. (백제예술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