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남은 것은 대한민국을 지키는 데 필요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투표 용지에 적힐 ‘가’라는 한 글자뿐이다. 국민 위에는 그 어떤 권력도 존재할 수 없음을 공표하는 국회의원들의 투표 그것이다.
12일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들이 귀를 의심케 할 망언을 쏟아냈다. “12·3 비상계엄은 입법 폭거를 일삼고 오로지 방탄에만 혈안돼 있는 거대 야당의 의회 독재에 맞서 자유민주주의와 헌정 질서를 지키려 했던 것”이라면서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권 행사는 사면권 행사, 외교권 행사와 같은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 통치행위”라고 말했다.
담화 직후 전 국민의 분노는 그야말로 불에 기름을 끼얹은 것 같은 양상으로 번졌다.
광주와 전남지역뿐만 아니라 국민의힘 텃밭인 부산, 대구, 울산 등지에서도 대통령 탄핵과 수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지역 자치단체장들은 “더 이상 윤석열은 대통령이 아니다”며 정부 국정철학이 담긴 ‘국정지표’ 액자를 철거했다.
강기정 광주시장과 김병내 남구청장 등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국정지표가 적힌 액자를 떼어내는 사진을 게시했다.
강 시장은 “윤 대통령의 담화문을 들으면서 귀를 의심해야 했다”며 “광주는 윤석열을 더 이상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고 오늘 자로 직위에서 파면한다. 지금 당장 윤석열을 체포하고 국회는 토요일이 아니라 당장 탄핵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김영록 전남도지사 역시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는 스스로 반국가 반헌법 세력임을 자인한 것”이라면서 “도대체 어느 나라의, 누구를 위한 대통령인가? 대한민국을, 5000만 국민을 얼마나 우습게 보았길래 반헌법적 폭거도 모자라 열흘 만에 한 치의 반성도 없는 이런 파렴치한 담화를 발표한 것이냐”고 분노했다.
광주지역사회 각계와 5·18민주화운동 단체들도 윤 대통령의 담화를 일제히 규탄하며 즉각 퇴진을 요구했다.
5·18민주유공자회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이번 담화는 후안무치의 극치”라면서 “국민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억압했던 과거 독재를 떠올리게 하며, 민주주의를 심각히 훼손하는 행위”라고 성토했다.
138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윤석열 정권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광주비상행동’은 “무너져 내린 권력을 지키려는 마지막 발악이었고 마지막까지 ’국민에 대한 전쟁‘ 선포였다. 국회는 당장 탄핵에 나서야 한다”고 격분했다.
한말호남의병기념사업회·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민족문제연구소 광주지역위·안중근 의사 기념사업회 광주전남지부는 공동 성명을 통해 “저런 작자가 대한민국 대통령이었다는 것이 참담하다. 도둑이 매를 드는 격이고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참으로 낯짝 두껍고 파렴치한 작자”라고 비판했다.
변재훈 전남대민주동우회 집행위원장은 “어떤 법에도 국회를 장악하라는 내용이 없지만 내란 범죄를 정당화하고 있다. 특히 실체와 근거도 없는 북한 편들기, 범죄 세력의 국정장악 표현을 사용하면서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광주본부도 “모든 권한을 박탈하고 내란 수괴를 즉각 체포 구속, 국민으로부터 영원히 분리시켜야 한다”고 역설했다.
공진성 조선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4일 탄핵소추안 표결과 관련해 “여당 의원들도 표결에 참여할 것이고, 자율적으로 판단해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찬성하거나 반대할 것이다. 결국 탄핵안은 가결될 것이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이제 ‘심판의 시간’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탄핵소추안 투표는 여당의 불참으로 무산됐지만, 이번은 다르다. 여당에서도 탄핵을 찬성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번 투표는 대한민국을 지키는 자와 이를 방해하는 자로 나뉠 것이라는 점에서 전국민의 눈이 벌써부터 국회의사당을 향하고 있다.
노병하 기자 byeongha.n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