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는 풍부한 인프라와 다양한 지원사업을 통해 입주기업에게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들이 판교를 선택하는 주된 이유로 작용한다. 사진은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콘텐츠+ICT 초기창업기업 지원 프로그램 ‘MAP 3기’ 성과공유회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
●기업 성장의 발판 ‘투자유치’
판교는 입주기업이 투자유치를 원활히 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업설명회(IR) 기회를 제공한다. 기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사업 시작 단계부터 제품 개발,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요구되는 자금 확보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경기도는 올해 기준 판교의 우수 스타트업을 발굴해 투자전문가와의 소통의 장을 제공하는 투자교류회를 4회 개최했다. 해외진출 관련 기업 IR 컨설팅, 투자 상담회, 성공기업 사례 공유 및 해외 진출 전략 세미나 등을 지원한다. 판교 내에서 진행되는 IR 행사는 더욱 활발하다. 공공건물 내 입주기관이 업무 공간을 넘어 네트워킹, 투자유치 기회 등을 지원하기 때문이다.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창경센터) 내 경기콘텐츠진흥원을 예로 들면, 올해 남부권역센터는 창경센터에서 연간 △입주기업 대상 IR 행사 2회 △MAP지원사업 대상 미니 IR 투자컨설팅 5회, 기업육성총괄팀은 △경기도 내 창업 7년 이내 콘텐츠 창업기업 대상 IR 6회, 게임산업팀은 △경기도 내 게임사 대상 IR데모데이 1회 등을 개최했다.
또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기관)는 신청기업을 대상으로 판교창업존에서 목요일마다 주제별 IR 행사를 진행한다. 연간 20~30회 이상의 IR이 개최되는 셈이다. 이외에도 판교에는 다양한 기관 및 협회가 입주해 있어 더욱 다양한 행사가 이뤄진다. 이는 입주기업의 성장 발판을 마련할 뿐만 아니라 타지역 기업들을 판교로 유입하는 데에도 기여한다.
경기도는 ‘스타트업 천국 경기도 조성’을 위해 4개의 스타트업 펀드(G-펀드)를 신규 조성했다. G-펀드는 23개 펀드, 총 1조 2128억원 규모가 조성돼 있으며, 세부적으로 보면 △미래성장(AI, 바이오 등) 3431억원 △탄소중립 2280억원 △스타트업 2982억원 △소부장 1665억원 △북부균형 300억원 △디지털전환 370억원 △스케일업 500억원 △재기지원 600억원 등이 있다.
광주시도 AI(인공지능) 기업을 대상으로 IR 행사를 개최하고 인공지능 펀드를 포함한 5000억 펀드를 조성하고 있지만, 광주 AI 스타트업들은 이에 회의적인 입장이다. 지방 특성상 IR 행사가 진행돼도 스타트업 투자로의 연결이 쉽지 않고 지역펀드 역시 수도권 등 외부 운용사를 이용해 발 빠른 투자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AI 창업캠프에 입주해 있는 기업대표 A씨는 “지역기업 의무투자액이 정해져 있어도 리스크를 짊어지고 싶지 않은 운용사는 지역 스타트업 투자를 쉽게 진행하지 않는다. 비슷한 기업이 있다면 수도권 기업을 선택하는 편이 더 낫기 때문”이라며 “결국 제조업 등 어느 정도 매출이 나와 있고 수익 창출이 곧바로 가능한 기업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 지역 스타트업들이 실질적인 수혜를 입기 어렵다. 투자유치 금액만 보고 성과를 냈다고 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자체가 나서서 지역 기업에 투자 의사가 있는 투자사를 선별해 투자를 이끌고, 지역기업 투자 시 혜택을 제공하는 등 의무 조항을 넣어 스타트업 생태계가 활성화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글로벌 진출 및 AI 활용 세미나’가 개최되고 있는 모습. |
글로벌 진출은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수적이다. 내수 시장은 한정된 소비 규모와 성장 한계를 지니고 있어 첨단 기술 산업이나 스타트업과 같은 혁신 기업들은 안정적인 수익 창출과 성장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판교는 입주기업의 원활한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최근 3년간 유망 스타트업을 144개사 발굴해 투자유치 539억원, 해외매출 및 계약 358만달러, 우수기술력 인증(CES 혁신상, 에디슨어워드 등) 23건, 해외특허 35건, 국내특허 92건, 해외법인설립 10건, 신규고용 170명 등의 성과를 거뒀다.
구체적으로 ‘글로벌 스타트업 사업화 지원’을 통해 입주기업 중 글로벌 진출 유망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 사업화 자금을 지원했다. 올해 사업비는 총 9억5000만원으로, (시)제품 개발비, 지적재산권 지원비, 판로개척비 등을 지원한다. ‘글로벌 진출 액셀러레이팅 지원사업’은 글로벌 진출 희망 스타트업 중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기업의 전문적인 액셀러레이팅을 통해 해외 진출을 지원한다. IR 컨설팅, 성공기업 사례 공유 및 해외 진출 전략 세미나, 국내외 투자자·스타트업 기업 간 교류 행사를 개최했다. 올해는 약 6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12개사를 지원했으며 6개 사가 해외 진출에 성공했다.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활성화하는 ‘통번역지원사업’도 인기가 높다. 판교 입주기업(기관)은 모두 이용 가능하며, 올해에는 사업비 1억9000만원으로 지난 9월까지 영어(통역57건·번역149건), 중국어(통역9건·번역33건), 일본어(통역1건·번역41건) 등 총 286건을 지원했다. 지난해 추진 실적은 355건에 달했다.
광주시도 지난 2013년부터 ‘수출기업 통번역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모집 대상이 △최근 3년간 광주시 해외마케팅 지원사업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기업 △3년 이하의 신규기업 등으로 한정돼 있다. 최근 3년간 연도별 예산은 △2022년 4000만원 △2023년 3600만원 △2024년 2600만원 등으로 줄고 있다.
스타트업캠퍼스에 입주해 있는 U기업 대표는 “내수시장의 한계로 인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은 필수적이다. 이를 도울 수 있는 다양한 지원사업이 필요하다”며 “판교 입주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통번역 지원사업’의 발 빠른 대응도 글로벌 진출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제1판교 공공건물 스타트업캠퍼스 내 오픈형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는 모습. |
혁신클러스터로 자리 잡은 판교에도 고민은 있다. 높은 집값으로 인해 일터와 삶터가 분리된다는 점이다. 이에 경기도는 제3판교에 워라밸파크, 메타광장, 스포츠콤플렉스, 공공주택 등을 건립할 예정이다. 편의시설 부족 및 주거 문제를 해소해 기업과 인재의 유입을 높이겠다는 목적이다.
사회생활을 하는 청년들에게 가장 중요한 부분은 ‘주거’라고 할 수 있다. 안정된 주거 환경이 생활의 질을 높이고 경제적 안정을 이끌기 때문이다. 하지만 판교의 경우 집값이 매우 비싸서 직원들이 경기도 화성시, 수원시 등 타지에서 출퇴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 네이버 부동산 등을 통해 판교 인근 집값을 살펴본 결과, 인근 원룸·오피스텔의 전셋값은 2억, 월세는 100만원을 웃돌았다.
이에 경기도는 주거 문제를 해소함으로써 기업과 청년의 유입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내년 착공 예정인 제3판교에는 이 같은 계획에 따라 공공주택이 지어진다. 주택계획은 모두 3672호이며, 그중 2336호(63.6%)는 청년, 신혼부부 등을 위한 공공주택으로 구성돼 있다. 제3판교에는 공공기숙사 1000호 건설도 예정돼 있다. 식사 서비스, 공유라운지 등을 제공하는 고사양의 기숙사로 조성해 저렴하게 임대로 공급할 계획이다.
경기도는 판교 입주기업 임직원을 대상으로 ‘임대보증금지원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보증금 지원사업의 연간 사업비는 총 9억원으로, 1실당 최대 3000만원의 주거시설 임대보증금을 지원(이행보증수수료 100% 지원)한다. 해당 지원사업은 △제1·2판교테크노밸리 입주 중견·중소기업 임직원(만 39세 이하) △주거지역 이주 시 소재지가 경기도 △무주택자 등의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입주기업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다. 지원 기간 최대 4년 동안 무이자로 지원하며 올해 총 30실이 제공됐다. 해당 사업은 모집일 기준 빠르면 3~4개월 만에 예산이 소진될 만큼 인기가 높다.
이 같은 주거단지 조성 및 주거지원 사업은 판교 취업 및 창업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직원들의 주거지를 판교로 옮김으로써 일정 기간 인재 유출을 방지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일과 삶이 어우러진 공간을 조성해 누구나 판교로 올 수 있는 환경을 마련, 청년 인재들을 유입해 기업이 따라오는 효과도 누린다.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관계자는 “임대보증금지원사업 등의 주거지원 방안들이 청년들을 유입하고 인재 유출을 막는 데 기여하고 있다”며 “청년이 오면 기업이 오고, 기업이 오면 청년이 오는 선순환 구조, ‘직주락’이 함께하는 판교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다운·박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