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정 광주시장이 10일 오후 시청 잔디광장에서 열린 한강작가 노벨문학상 수상기념 조형물 점등식에 참석해 점등을 한 후 참석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광주시 제공 |
광주시는 한강 작가가 노벨상을 수상하는 11일 자정에 앞서 10일 오후 7시45분 시청 행정동 앞 잔디광장에서 강기정 광주시장과 시민, 직원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강 작가 노벨상 수상 축하조형물 점등식을 개최했다.
이번에 점등한 기념물은 광주시청을 방문하는 시민들이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을 축하하고 포토존에서 가족·연인·친구와 함께 잊지 못할 추억의 사진을 찍으며,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 분위기를 동시에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조성됐다.
기념물은 행정동 앞 높이 12m, 길이 49m 크기의 아치형 구조물인 ‘빛고을무지개’에 발광다이오드(LED)로 조명을 설치하고, 전면부에는 광주 출신 한강 작가 노벨상 수상을 기념하는 포토존을 조성했다.
포토존은 5·18민주화운동을 다룬 ‘소년이 온다’ 작품 표지를 형상화한 조형물과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김대중 전 대통령, 한강 작가,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김도영 선수, 프로축구 광주FC 이정효 감독 등 인물 조형물, ‘한강의 꿈 광주의 빛’ LED채널 조형물 등 총 3가지이다.
이날 점등식을 한 한강 작가 노벨상 수상 축하조형물은 2025년 1월 31일까지 불을 밝힌다.
점등식 이후에는 문학평론가 신형철 서울대학교 교수가 광주시청에서 ‘한강의 작품세계’를 주제로 특강을 실시했다.
문학평론가 신형철 서울대 교수가 10일 오후 광주시청 시민홀에서 열린 ‘한강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기념 시민 축하행사’에서 ‘한강의 작품세계’를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 광주시 제공 |
신 교수는 2005년 등단해 ‘몰락의 에티카’, ‘정확한 사랑의 실험’,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등 꾸준히 산문집을 출간한 작가이자 우아하고 섬세한 문체로 다양한 문학작품을 평론하는 팬층이 두터운 문학평론가다.
신 교수는 조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재직 시절에 광주와 깊은 인연을 쌓았다. 특히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책 읽는 광주’ 실현을 위해 광주시가 추진 중인 ‘인문도시 광주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신 교수의 강의 이후에는 스웨덴에서 진행되는 11일 새벽 1시까지 광주시청 시민홀에서 ‘광주에서 온 편지’를 주제로 ‘한강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기념 시민 축하행사’가 열렸다. 재즈·샌드아트 등 다채로운 공연, 시민 300여명이 마음을 모으는 한강 작가에 축하편지 쓰기, AI로 복원된 ‘소년이 온다’의 ‘동호’의 축하인사 등 특별한 감동이 광주시를 가득 채웠다. 재즈 공연때는 시민들이 즐겁게 춤을 추는 장면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여기에 소설 속 동호의 모티브가 된 문재학 열사가 인사말을 통해 “오늘은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는 날이니, 소설 속 ‘동호’의 이름과 모습으로 왔습니다. 그러니 그냥 소년 동호라고 불러주세요”라고 인사를 건네자 장내는 일순 진중한 분위기로 바뀌었다.
동호는 “혼에게는 몸이 없어도, 눈을 뜨고 많은 것들을 지켜볼 수 있답니다. 죽은 사람의 혼은 그 죽은 육신에 깃드는 것이 아니라 그를 기억해 주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 깃드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저는 여기 제 혼의 힘으로가 아니라 여러분들의 기억의 힘으로 왔습니다. 여러분들의 기억이 제 혼이랍니다”라고 담담히 말을 이었다.
동호는 이어 “모든 것이 한강 작가 덕분”이라면서 “소년 동호는 ‘소년이 온다’는 책을 펼칠 때마다, 거기가 어디든 어느 시간이든 꼭 옵니다. 그럴 기회를 준 한강 작가에게 무척 감사하다는 말을 전합니다. 그리고 약속드립니다. 책을 펼치는 순간 저는 항상 여러분 곁에 있습니다. 오월 광주의 기억과 함께 소년 동호는 꼭 돌아옵니다”라고 말을 맺었다. 해당 인사말은 김형중 인문도시광주위원회 위원장이 작성한 것이다.
이어 방송을 통해 검은 드레스를 입은 한강 작가가 노벨상을 받는 모습을 보자 광주시청에 모인 시민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했고, 노벨상 수상을 다시 한번 축하했다.
시상식에 앞서 스웨덴 한림원 종신회원 엘렌 맛소가 나와 3분여에 걸쳐 한강 작가의 작품을 소개했다. 엘렌 맛소는 “한강 작가의 작품은 역사 트라우마를 배경으로 인간의 연약함을 탐구했다”면서 “작품에서는 두개의 색이 만난다. 흰색과 빨간색이다. 이는 슬픔과 죽음, 삶과 고통을 상징하는데 이를 통해 작가는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그 답변을 찾을수는 없지만 외면해서는 안되는 질문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년이 온다에 대해서는 “절대로 과거를 잊어서는 안된다고 작가는 말한다. 소년은 “나를 왜 죽였냐”고 묻는다”면서 “우리는 이를 잊어서도 안되고, 잊을 수도 없다”고 높게 평가했다.
연설이 끝나고 엘렌 맛소는 한강 작가를 불렀고, 스웨덴 국왕이 메달과 증서를 수여하자 광주시민들도 크게 박수로 화답했다.
수상 이후 강 시장은 “광주는 한강 작가와 김대중 전 대통령 덕분에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노벨상의 도시’라는 이름 붙일 수 있게 됐다”며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광주시민과 함께 축하하고 5·18의 광주를 세계에 알려줘 고맙다”고 말했다.
김영록 전남지사도 11일 한강 작가의 대한민국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한 뒤 “작가의 문학의 근원인 사랑이 지속되고 인간 존엄이 지켜지는 사회를 만드는데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이날 새벽 노벨상 시상식에 맞춰 축하성명을 통해 “역사적 수상 소식은 국민 모두에게 벅찬 환희와 감동의 전율을 선사했다”며 “문학을 넘어 우리 민족의 반만년 역사와 국격을 드높이는 희망의 빛, 그 자체였다”고 평가했다.
김 지사는 또 “국가적 비상사태로 엄중하고 참담한 시국 속에서 작가의 문학은 국민에게 또 다른 의미의 희망의 빛이 되고 있고 폭력과 억압은 절대 다시는 반복하지 말아야 할 역사임을 일깨워주고 있다”며 “폭력으로 훼손된 민주와 평화를 다시금 회복하는 희망의 등불이 돼 폭력에 저항하는 민중의 마음을 이어주고 있다”고 밝혔다.
노병하·오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