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환 논설실장 |
불우했던 화가 이중섭에게도 소는 혼이면서 생명이었다. 유년시절부터 소를 즐겨 그렸던 그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소에 미쳤다’는 얘기까지 들었다. 특히 그가 그린 그림 가운데 역동적인 묘사가 돋보이는 것은 대부분 토종 한우인 황소였다. ‘우직하면서도 무덤덤한 황소, 힘이 세고 용맹해서 호랑이와 싸워 이겼다는 황소야말로 나에게는 의미 있는 대상이었다’는 게 이중섭의 설명이다. 시인 정지용의 시 ‘향수’에 등장하는 얼룩배기 황소나 박목월의 동요 ‘송아지’에 나오는 얼룩송아지도 바로 황소였다.
농경사회였던 우리에게 소는 없어서는 안될 존재였다. 친숙한 이웃이면서 벗이기도 했다. 사는 동안 논·밭갈이는 물론이고 달구지를 끌며 퇴비를 제공하고 죽어서는 고기와 뼈는 물론, 가죽까지 사람에게 바쳤다. 성질이 온순해 우직하고, 인내심도 강하다. 소는 또 단 하루도 허투루 살지 않았던 이 땅의 농부이면서 모든 이의 아버지이기도 했다. 시인 권덕진은 이런 소를 두고 “제 한 몸마저 희생하며/묵묵히 땅을 일구고/터전을 지키기 위해/누구보다 성실하게 살아온 황소는/이 땅의 아버지다.”고 했다.
전남 산 한우가 올해 각종 전국대회에 출전해 대통령상부터 국무총리상과 장관상 등을 모두 휩쓸었다고 한다. 농림축산식품부 등이 주최한 2024년 전국한우능력평가대회에서는 신안의 한 농민이 출하한 한우가 3816만원에 낙찰됐다. 그렇다고 한우의 전망이 밝은 것만은 아니다. 당장 한우농가들은 생산비 증가와 판매가 하락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소비 부진에 따른 경영난도 겪고 있다. 럼피스킨 등 가축전염병 확산에 대한 걱정도 많다. 성질이 온순해 우직하고, 인내심이 강해 믿음직한 한우. 상은 반갑지만 그것에 만족하기보다 ‘이 땅의 아버지처럼 제 한 몸 희생하며 묵묵히 살아왔던 한우’의 경쟁력을 키우려는 모두의 관심이 필요한 때다. 이용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