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분청문화박물관에서는 천경자 화백의 대표작인 ‘탱고가 흐르는 황혼’, ‘정, 길례 언니Ⅱ’ 등을 포함한 29점의 채색화와 23점의 드로잉, 6점의 화선지에 먹, 102점의 아카이브 등 총 160점이 공개된다. 이 전시회는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아카이브들을 대중에게 처음 선보이는 중요한 기회로, 천경자 화백의 예술 세계를 더욱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는 장이 될 것이다.
고흥아트센터에서는 천경자 화백의 작품 세계에서 느껴지는 고흥의 아름다운 자연과 풍경을 연관 짓는 미디어아트 작품을 볼 수 있고, 또한, 청년 작가들이 천경자 화백의 화풍을 재해석한 채색화 82점이 전시되어, 색다른 시각에서 화백의 작품세계를 만나볼 수 있다.
이번 기념전시의 특별한 점은 천경자 화백의 차녀인 김정희 교수가 전시 총감독으로 참여했다는 것이다. 김정희 교수는 미국에서 20년 이상 미술을 가르친 서양화가로, 이번 전시를 기획하는 데 많은 역할을 했다. 김 교수는 천경자 화백의 화실에서 자라면서 화백의 작품과 관련된 풍부한 이야기와 시대적 배경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 덕분에 이번 전시에서는 작품에 대한 깊이 있는 설명과 함께, 관람객들이 작품 속 숨은 이야기를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캡션을 제공하고 있다.
김 교수의 참여로 이번 전시에서는 그동안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유품들이 첫 선보인다. 천경자 화백의 육성 녹음, 비디오 영상, 친필 편지 등이 전시돼 그의 생애와 예술적 여정을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고흥은 이번 기념전시를 계기로 천경자 화백을 고흥의 대표 문화자산으로 승화시키는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우선 생가는 복원해 화백의 작품과 생애를 기리는 기념관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화백이 거주하며 예술 활동을 펼쳤던 공간 인근 주택도 매입해 천경자 화백의 화풍을 따르는 작가들의 창작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검토 중이다. 군은 이미 고흥의 구도심과 화백의 생가를 연결하는 거리에는 ‘천경자 예술길을 조성한 바 있다.
이번 사업으로 천경자 화백의 예술적 유산을 고흥의 문화적 자산으로 삼아, 그를 기리기 위한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천경자 화백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열리는 이번 기념전시는 단순한 회고전이 아니다. 그것은 한 예술가의 삶과 그가 창조한 예술 세계를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와 문화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중요한 기회다. 이번 전시를 통해 천경자 화백의 예술을 깊이 이해하고, 그가 남긴 미술적 유산이 한국 미술사, 나아가 세계 미술사에 끼친 영향을 되새길 수 있는 값진 시간이 될 것이다.
고흥에서 열린 이번 전시가 천경자 화백의 예술을 재조명하고, 그의 고향 고흥이 그를 기리는 중요한 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천경자 화백의 예술 세계는 이제 과거의 것이 아니라, 오늘 날에도 여전히 강렬한 생명력을 발산하며 우리와 함께 숨 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