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국회의장이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8회 국회(정기회) 제14차 본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
더불어민주당이 단독으로 감액 조정한 정부 예산안에 광주시와 전남도의 주요 사업 예산이 반영되지 않거나 감액됐기 때문이다. 양 시·도는 본회의 처리 불발로 시간적 여유가 생긴 만큼 국회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막판까지 예산 증액을 위해 총력전을 펼칠 계획이다.
3일 광주시와 전남도, 국회 등에 따르면 민주당이 감액한 내년도 예산안이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지 않으면서 여야 협상 기간이 추가로 확보됐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정기국회가 끝나는 10일까지 합의해달라”고 촉구했지만 여야의 분위기는 냉랭하기만 하다.
정국은 극심한 혼란에 빠졌지만 광주시와 전남도 입장에서는 마지막 국회 증액 가능성이 열렸다.
광주시의 경우 전체 예산안 중 주요 7개 사업과 관련해 3345억원을 요청했지만, 정부는 1410억원만 반영했다. 광주시는 남은 기간 1935억원을 증액 시키는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주요 7개 사업 중 광주시의 요청안이 반영되지 않은 사업은 5개다.
광주시는 ‘AX 실증밸리 조성(AI 2단계)’과 관련 내년 국비 957억원 반영을 건의했으나 한푼도 반영되지 않았다. 또 자동차 부품재제조 및 순환경제체계 구축의 경우 설계용역비로 국비 5억원을 건의했지만, 이 역시 반영되지 않았다. 미래자동차 인지 부품 표준 기반 신뢰성 인증센터 기반 구축 사업 25억원, GIST 부설 AI 영재고 설립 200억원, 수직이착륙기 비행안전성실증시험지원센터 구축 사업 13억원 등도 책정되지 않았다.
다만 광주 도시철도 2호선 건설은 1단계 공사 준공에 필요한 2114억원을 요청했으나 1399억원만 반영됐고 국가폭력 트라우마치유센터 운영 32억원 중 11억원이 책정된 상태다. 광주시는 예산안 상정이 연기된 일주일 동안 국회와 정부청사를 방문해 1935억원 증액 활동에 집중할 방침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다른 시급한 사업도 예산이 필요하지만, 7개 핵심사업은 광주의 현재와 미래가 걸린만큼 꼭 증액을 해야 한다”면서 “지역 국회의원들의 도움이 매우 절실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전남도는 내년 정부 예산안으로 국비 8조8928억원을 확보했으나, 9조원 달성을 위해 국회 예산 심의단계에서 정부안에 미반영된 총 64건의 사업, 최소 3000억원 이상의 국비 증액에 나서고 있다.
전남도의 국회 증액 대상 주요 사업은 △호남권 사회간접자본 사업 2000억 이상 △국립 김산업 진흥원 건립 용역비 2억 △K-디즈니 조성 인력양성 및 콘텐츠 제작비 154억원 △민간전용 우주발사체 엔진연소시험시설 설계비 20억원 △인공지능(AI)첨단 축산업 융복합밸리 조성 타당성용역 3억원 등이다.
또 △간척지 활용 첨단 수산양식 배후단지 조성 15억원 △국립 민속씨름원 건립 타당성 용역비 5억원 △여수 세계 섬박람회 개최 지원 추가 증액 32억원 등 정부의 긴축재정 기조에 따라 감액 또는 미반영된 사업의 증액안 반영을 위해 기획재정부 및 지역 국회의원들과 만나 관련 안건을 지속 건의하고 있다.
박창환 전남도 경제부지사는 “전남뿐만 아니라 모든 지역의 주요 현안 사업 증액이 이뤄지지 않은 만큼, 오는 10일까지 여야 간 합의가 잘 이뤄져서 호남권 SOC사업 등 민생과 지역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사업 증액이 반영되길 바란다”며 “전남도 또한 주요 사업 증액 반영을 위해 기재부 및 국회 방문을 이어가는 등 마지막까지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주철현 민주당 전남도당위원장은 “민주당의 감액안은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 원안이 상정되는 것을 막기 위한 선택”이라며 “사실상 증액은 정부 동의 없이 불가능하다. 여야가 합의에 이른다면 수정안을 도출해 관련 예산을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증액이 이뤄지더라도, 특활비 등 복구를 위해 소규모의 증액만 이뤄질 것이라고 보기 때문에 선심쓰듯 주는 정부 예산을 받기보다는 감액안을 통과시키고, 이후 추경을 통해 각 지자체에 필요한 예산을 끌어오자는 것이 민주당 의원들의 생각”이라며 “향후 어떤 방향으로 일이 진행될지는 알 수 없으나, 지역 현안사업 예산 증액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노병하·오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