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30일 앞두고 10월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일제히 실시된 15일 광주 광덕고교 3학년 학생들이 교실에서 시험을 치르고 있다. 나건호 기자 |
과학탐구 대신 사회탐구 과목을 선택하는 이과계 학생들이 대폭 늘어난 ‘사탐런’에 이어 과탐을 응시한 자녀들의 표준점수를 높이기 위해 수능에 응시한다는 학부모들까지 등장했다.
23일 광주시교육청과 전남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치를 광주 응시생은 지난해보다 소폭 증가한 1만6846명, 전남은 1만3941명으로 집계됐다.
재학생은 전년도 1만1112명 대비 572명(5.1%) 증가한 1만1684명(69.4%)으로 나타났다. 졸업생은 전년도 4332명보다 88명(2.0%) 늘어난 4420명(26.2%), 검정고시생 등 기타 지원자는 전년도 645명 대비 97명(15.0%) 증가한 742명(4.4%)으로 집계됐다.
전남지역의 경우 전년 대비 478명(3.6%)이 증가한 총 1만3941명이 응시했다. 응시자 중 재학생은 지난해보다 458명 늘어난 1만1192명(80.3%), 졸업생·기타 지원자는 지난해보다 20명 늘어난 2749명(19.7%)이 원서를 접수했다.
일각에서는 올해 수능을 앞두고 졸업생 및 기타 지원자의 응시율이 상승한 것에 대해 자녀의 수능 과학 탐구 표준점수를 높이기 위한 학부모들의 응시가 늘었기 때문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자녀를 위해 첫 수능에 지원한 최모(54)씨는 “학력고사 세대라 고3 시절에도 수능에 지원해 본 적이 없는데 태어나서 첫 수능을 자녀 때문에 보게 될 줄은 몰랐다”며 “딸이 3년 내내 과탐만 공부해온 터라 이제 와서 사탐으로 돌릴 수가 없는 상황이다. 과탐 응시생이 줄 것으로 예상된다는 예측을 보고 저는 물론 남편과 함께 수능에 응시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한강에 물 한 바가지 같이 붓자’라는 심경으로 딸의 성적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간절한 마음으로 지원했는데 도움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현상은 일부 학부모들뿐만 아니라 의학 계열을 포함한 자연 계열 학과를 지원한 대부분 학생들의 학부모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과 계열 고3 수험생을 자녀로 둔 고모(47)씨는 “최근 아들의 학부모 모임에서 수능 응시를 했냐는 질문을 굉장히 많이 받았다. 아무래도 대입 요강이 바뀌면서 과탐 응시자가 줄자 표준점수를 올리기 위해서 인듯하다”며 “나중에 문제가 생길까 싶은 마음에 수능 응시를 하지 않았는데 오히려 학부모 사이에서 바보가 된듯한 분위기라 난처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학부모들이 수능 과학 탐구 영역에 응시하는 이유는 이른바 ‘사탐런’ 현상에 따른 것이라 분석된다. ‘사탐런’은 주요 상위권 대학이 의학 계열을 포함한 자연 계열 학과의 탐구영역 선택과목으로 사회탐구 과목까지 인정하면서, 공대 및 자연 계열 지원 학생들이 과학탐구 대신 사회탐구 과목을 선택하는 경우가 늘어난 현상을 뜻한다.
표준점수 특성상 평균이 낮아지면 그만큼 고득점자의 표준점수가 높아지기 때문에 중하위권 수험생들이 과학 탐구에서 사회탐구로 전환하면 그만큼 1~2등급을 받을 수 있는 인원도 줄어든다.
따라서 학부모들이 응시 인원이 적은 일부 과학탐구 영역에 저득점자를 늘려 자녀들의 성적 향상을 기대하며 수능에 응시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문가는 효과가 미비할 것으로 봤다. 최근 SBS가 김태윤 계명대학교 통계학과 명예교수와 함께 실제 수능 표준점수 산출 방법대로 진행한 모의실험에 따르면 응시자가 1000명인 과목에 학부모 200명이 응시해 전원 0점을 깔아줄 경우, 상위권인 1, 2등급 표준점수는 변동이 없거나 오히려 1점 낮아졌다.
김 교수는 “평균점수를 낮춰서 상대적으로 학생들의 점수가 높아지게끔 하려는 것이지만 또 그만큼 표준편차가 커진다”며 “(서로) 상쇄돼서 10~20점 상승하기보다는 소폭으로 오르거나 떨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광주 입시계에서는 “소수 학부모가 수능을 응시한다고 해서 학생 점수가 실질적으로 달라지는 영향은 미비하다”며 “이번 수능 응시 통계를 보면 ‘사탐런’의 영향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예상했던 것보다는 적은 것으로 판단된다. 꼼수를 부릴 때가 아니라 수험생 스스로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학습 방향을 맞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김은지 기자 eunji.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