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의 아버지인 소설가 한승원 작가가 11일 오전 장흥군 안양면 해산토굴에서 딸의 노벨문학상 수상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한국인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의 부친 한승원 작가가 11일 자신의 집필실이 있는 장흥 태산토굴 정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어제 수상 소식을 접하고 가짜뉴스인지 알았다. 전혀 예상하지 못해서 당혹스러웠다”며 소감을 밝혔다.
아버지 한 작가는 “딸 강이가 70년생인데, 아직 어려서 문단에서도 수상을 예상하지 않았다. 보통 노벨문학상은 한 작가의 작품세계 일대기를 조망해 수상자를 가리기 때문에 어느 정도 나이가 있는 소설가에 상을 준다. 딸이 상을 받아도 4~5년 후에나 받겠지 했는데, 뜻밖이다”며 “한마디로 노벨문학상 심사를 하는 스웨덴 한림원이 사고를 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이의 소설은 그 감수성이 슬프고 섬세하다. 한국어의 말맛을 잘 살려서 번역돼야 하는데, 그런 점이 수상에 좋은 영향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딸의 반응을 묻는 질문에는 “출판사 한 곳 통해서 기자회견을 할까도 했는데, 세상에 아직도 전쟁 등의 비극이 일어나는데, 축하받거나 잔치 벌일 생각 않는다고 하더라”며 “상을 받은 것은 즐기라는 것이 아니라, 작가로서 더 냉철하고 고민하라는 뜻이라 생각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큰 효도가 없다. 청출어람이다. 소설가 아버지 밑에 더 뛰어난 제자가 나왔다”고 전했다.
한승원 작가는 장편소설 ‘아제아제바라아제’, ‘초의’, ‘달개비꽃 엄마’, 소설집 ‘새터말 사람들’, 시집 ‘열애일기’, ‘달 긷는 집’ 등을 펴낸 유명 작가다. 한승원은 고향인 장흥에 ‘해산토굴’을 짓고 30년 가까이 작품 활동과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 부녀 작가로도 유명한 이들은 ‘이상문학상’과 ‘김동리문학상’을 2대가 모두 수상하는 이색적인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한강 작가는 소설 ‘채식주의자’로 2016년 한국인 최초로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맨부커 상을 수상한 데 이어 지난 10일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광주 출신인 그는 5·18민주화운동을 다룬 ‘소년이 온다’를 썼다.
노벨문학상 심사위원 스웨덴 한림원은 한강의 작품 세계를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의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표현하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한림원은 이어 “한강은 자기 작품에서 역사적 트라우마와 보이지 않는 지배에 정면으로 맞서며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다”면서 “그는 육체와 영혼, 산 자와 죽은 자 간의 연결에 대해 독특한 인식을 지니며, 시적이고 실험적인 문체로 현대 산문의 혁신가가 됐다”고 부연했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