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장성의 한 농민이 농로에 경운기를 세워놓고 농사일을 하고 있다. 윤준명 기자 |
1일 해남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오후 12시48분께 해남 송지면 서정리의 한 논에서 50대 남성 A씨가 경운기에 깔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나가던 주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조대에 의해 심정지 상태로 구조된 A씨는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며 인근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당국은 A씨가 경운기 일부를 분리해 농지를 갈아엎는 작업을 하던 중 중심을 잃고 기계에 깔리면서 변을 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당시 홀로 작업에 나섰다가 사고를 당한 탓에, 행인에게 발견 및 구조되기까지 시간이 지체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앞서 추석 연휴 기간에도 전남서 농기계 사망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18일 장성 북이면 한 야산으로 향하는 농로에 60대 남성 B씨가 몰던 경운기가 넘어져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해당 사고로 오른쪽으로 전도된 경운기에 깔린 B씨가 전신을 크게 다쳐 결국 사망했다. B씨는 인근 야산에 있는 농막으로 향하던 중 균형을 잃고 경운기와 함께 전도되면서 사고가 난 것으로 전해졌다.
추석 당일이던 지난 17일 해남 문내면의 한 농로에서도 C(79)씨가 몰던 경운기가 2m 아래로 추락했다. 경운기에 깔려 중상을 입은 C씨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전남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전남지역에서 농기계 안전사고로 인해 병원으로 이송된 건수는 △2021년 510건 (사망 5명) △2022년 512건 (사망 6명) △2023년 454건 (사망 4명)으로 집계됐다.
농민들이 파종을 하는 봄철과 곡식을 수확하는 가을철에 농기계 사고가 급증하는 모습을 보였다.
올 들어서는 지난 8월까지 285건의 병원 이송건수가 집계됐으며, 사망자는 9월까지 벌써 11명이 발생해 예년에 비해 크게 늘어난 모습을 보이고 있다.
A씨와 C씨의 사례처럼 병원에 이송된 뒤 숨지는 경우 소방당국의 사망자 집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농기계 사고로 인한 사망 사례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남지역에서 농기계 사고로 인한 사망 사례가 많은 이유는 농업인 중 고령 비율이 높은 데다 혼자 일하는 경우가 많아 사고발생 시 구조 신고가 늦고 작업장소가 주로 병원과 거리가 있어 이송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지난해 소방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전국에서 발생한 농기계 사고 심정지 건수는 69건으로 이 중 45건(65.2%)이 목격되지 않은 사고였으며, 구급차가 병원 도착까지 걸리는 시간이 30분 이상인 경우가 43%로, 평균 11.9%에 비해 높았다. 또 전체 이송 환자 1693명 중 1229명(72.6%)이 61세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농기계 관련 제도와 안전장치 도입과 함께 교육의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용철 호남대 소방행정학과 교수는 “농민들이 고장난 상태의 농기계를 무리해서 사용해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 지자체 차원에서 주기적으로 농가에 찾아가 점검하는 등 정기검사 제도 도입이 시급하다”면서 “사고 발생시 신속한 대처가 가능토록 구조 신호기 등을 보급하는 것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다. 농민들을 대상으로 한 농기계 사고 예방 안전교육도 주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윤준명 기자 junmyung.yoon@jnilbo.com